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3.12 19:30 수정 : 2009.03.13 16:18

스포츠 중계권료 ‘기막힌 헛돈질’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쏙]

‘LPGA’ 한국이 미국보다 20배나 비싸게 계약
K1은 5년새 100배 상승…‘장삿속’에 남만 배불려

온 국민을 열광시켰던 지난 9일 세계야구클래식(WBC) 아시아 라운드 마지막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1점 차 승부의 마지막 순간을 시청자들이 하마터면 생중계로 보지 못할 뻔했다. 생중계가 아니라 3시간 뒤에 방송하는 지연중계가 될 뻔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번 대회는 중계권료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대회 주최 쪽으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인 스포츠마케팅회사 아이비스포츠는 지상파 방송 3사에 300만달러를 제시했다. 지난 대회 때 250만달러에 견주면 턱없이 비싼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 3사를 대표해 협상한 <한국방송>은 “환율이 오른데다, 경기 침체로 광고 수익이 급감했다”며 130만달러 이상은 안 된다고 버텼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중재에 손을 놓아 생중계가 무산될 상황이 되자 여론이 격앙됐고, 다행히 대회 개막날인 5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아이비스포츠가 방송사 요구에 맞춰 대폭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계야구클래식대회를 계기로 다시 한번 해외 스포츠경기 중계권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이 내는 중계권료는 속절없이 치솟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내 선수들이 여럿 활약하고 있어 관심 높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중계권료다.

골프 전문채널 <제이골프>는 지난달, 2010년부터 5년간 엘피지에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액수다. 현재 엘피지에이 중계권을 갖고 있는 <에스비에스>가 올해 지급한 중계권료는 225만달러. 하지만 <제이골프>는 한 해 중계권료 450만달러에 170만달러 규모의 투어 대회를 개최하고, 또다른 대회의 지원금 100만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중계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운영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1천만달러 이상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업계에선 이 정도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놀라고 있다. 엘피지에이 중계권료는 1994년 <에스비에스>가 연간 6만달러의 헐값에 구매한 이래 박세리 등 한국 선수 열풍을 거치며 꾸준히 올라갔다. 그렇다 해도 15년 새 100배 이상 상승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는 방송사들의 출혈경쟁이 한몫했다. 중계권 판매 대행업체들의 가격 부풀리기도 원인이다. 엘피지에이 중계권 판매를 대행한 아이엠지는 수수료로 25%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골프 채널은 아이엠지를 거치지 않고 엘피지에이와 직접 협상해 연간 50만달러에 10년간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미국여자골프를 미국 방송사보다 한국 방송사가 20배나 더 비싸게 돈을 내고 중계하는 셈이다. 한국이 어느 정도까지 ‘봉’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골프뿐만 아니다. 메이저리그 1년 중계권료는 1997년 30만달러(한국방송), 98년 100만달러(아이티브이), 2001년 800만달러(문화방송)를 거쳐 2005년 1200만달러(엑스포츠)까지 치솟았다. 한국 선수들의 인기에 힘입어 8년 새 40배가 올랐다. 이종격투기 케이원은 2003년 연간 1억원(케이비에스 스카이)에서 2007년 103억원(씨제이미디어)까지 100배 이상 올랐다. 박지성 등이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엠비시 이에스피엔>이 시즌당 1200만달러를 내고 중계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채널의 한 관계자는 “일본 등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경우도 있지만, 인구와 경제 규모를 놓고 보면 한국이 지급하는 중계권료는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일부에선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을 든다. 2002년 월드컵 때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처럼 전통적으로 국가대항전 경기에 열광하는데다, 세상살이가 어려울수록 유독 스포츠 스타로부터 희망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는 박찬호와 박세리로부터 힘을 얻었고, 요즘에는 김연아와 박지성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에 맞춰 방송사들은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스포츠대행사가 이에 편승해 중계권료를 크게 부풀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을까? 시장경쟁 원리로 책정되는 중계권료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긴 쉽지 않다. 다만 이번 세계야구클래식 사례처럼 방송사들이 어느 정도 공조해 중계권료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시청자들도 적절한 가격이 형성되도록 기다려줄 필요도 있다. 시청자가 직접 내는건 아니어도 막대한 외화 유출은 결과적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대학만 무려 16곳, 대학로 ‘임자’ 만났다
▶ “토익·학점…다 괜찮은데 인턴 안해봐 불안”
▶ 스포츠 중계권료 ‘기막힌 헛돈질’
▶ ‘명박 수집가’ 정치인은 못말려
▶ 드라큘라가 물고기로 ‘환생’했다
▶ 언니들, 바람 말고 딴 건 없수?
▶ 맛집 사이트 믿습니까?
▶ 어머니, 선보겠습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