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3.26 20:18 수정 : 2009.03.27 17:32

벤츠가 사고치면 경차값 깨진다더니….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뉴스 쏙] 최초 공개! 자동차 사고율·수리비 통계

어떤 차가 사고가 많고, 어떤 차가 수리비가 많이 들까?

자동차 업계에서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차량별 수리비용 등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 보험사들이 차량별 사고율과 수리비용을 정리한 성적표를 만들어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보험료는 운전자의 사고율과 차량 가격에 따라 책정해 차종별 비교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동차보험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자기차량손해(자차) 보험료를 자동차 모델별로 나눠 부품가격 차이부터 사고 빈도까지 고려해 통계를 내고 있다.

보험업계 연구기관으로 자동차보험 요율을 책정하는 보험개발원은 이 통계로 자동차보험 등급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보험개발원은 언론에 모델별 손해율 등급만 공개했지 등급을 계산하는 잣대인 자동차 모델별 사고율과 건당 손해액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보험개발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 자료를 언론 최초로 입수해 차종별 사고율과 건당 손해액을 들여다봤다.

사고 많고 수비리 비싼 자동차,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보험개발원의 자차요율 등급은 자동차별 건당 손해액과 사고율 통계로 집계했다. 건당 손해액은 1회 사고에 보험사가 지급한 평균 수리비다. 이 수리비는 부품값과 공임을 합한 것으로, 건당 손해액이 높으면 부품이 비싸고 공임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사고율은 해당 차량이 1년 동안 사고가 날 확률을 말한다.

보험개발원은 손해율을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를 소형1·2, 중형, 대형1·2, 다인승1·2, 수입차 등 8개군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 군에 해당하는 차종별로 손해율 정도를 계산해 모두 11개 등급을 매겼다. 등급 숫자가 높을수록 손해율이 낮다는 뜻이다. 1등급의 보험료 차이는 전체 보험료의 2% 정도다.

보험개발원은 이 보험료율을 계산하기 위해 2005년 9월부터 2008년 9월까지 3년 동안 교통사고를 전수조사했다. 2008년 말 대한민국 차량 등록 대수는 1679만4200여대이고, 2007년말 자동차 사고 건수는 21만1700여건이었다. 연 21만건이 넘는 대한민국 차량 사고 전체를 조사했기 때문에 차량 모델의 사고 수리비는 물론 차종별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추론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험개발원은 설명했다.

이 방식은 유럽과 미국 등에선 1950년대부터 써온 것으로 일본도 2000년부터 이 요율제를 도입했다. 한국 보험업계는 일본 도입을 지켜본 뒤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시작했다.

수리비 비싼 벤츠 왜 보험료는 쌀까?

자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입차들의 손해액과 사고율이 국산차들보다 높은 점이었다. 특히 손해액은 국산차들에 견줘 훨씬 더 많았다.

국산차 가운데 가장 수리비가 많이 드는 3000㏄ 이상 국산 대형차의 건당 손해액은 145만9000원이다. 하지만 수입차의 건당 손해액은 국산차의 두 배 가까운 277만5000원에 이른다. 1000㏄ 이하 소형차의 건당 손해액 71만3000원의 4배 수준이다.

수리비가 가장 많이 드는 차량은 벤츠였다. 벤츠의 건당 손해액은 368만9000원으로 보험가입 차량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음은 베엠베(BMW·308만9000원), 아우디(286만2000원) 순이었다. 수입차 가운데 건당 손해액이 가장 낮은 자동차는 혼다(196만원)와 도요타(205만2000원)였다. 그래도 이는 국산 대형차보다 50만원가량 높은 액수다.

수입차 평균 사고율은 26.5%로 한국 소형차 평균 18.1%보다 상당히 높았다. 사고율이 가장 높은 차량은 도요타(29.8%), 지엠(28.9%), 베엠베(28.1%) 순이었다. 건당 손해액이 가장 높았던 벤츠는 사고율은 오히려 24.1%로 가장 낮았다. 벤츠가 고가의 대형차가 많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고율이 낮은 벤츠와 수리비가 적게 드는 도요타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좋은 등급인 7등급을 받았다.

등급이 가장 나쁜 차량, 곧 사고율이 높고 수리비가 많이 드는 차는 포드와 크라이슬러로 가장 낮은 1등급이었다. 베엠베, 볼보도 3등급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보험개발원 쪽은 국내 운행중인 수입차는 모두 25만대로 차량 모델별 통계를 내기에는 모집단 수가 적어 수입차 브랜드별로 손해액과 사고율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렉스턴은 수리비, 토스카는 사고율 높아

국산차 가운데 건당 수리비가 가장 비싼 차량은 대형 승용차가 아닌 쌍용자동차의 뉴렉스턴으로 나타났다. 뉴렉스턴은 사고 1건당 손해액이 169만2000원이었다. 다음이 143만2000원인 현대차 에쿠스였다. 뉴렉스턴의 손해액은 다인승 차량 가운데 가장 수리비가 낮은 구형 싼타페의 88만6000원의 두 배 정도다. 뉴렉스턴의 보험료율 등급은 3등급으로 다인승 차량 가운데 가장 낮다. 반면 싼타페는 최고 등급인 11등급을 받았다.

경차는 차량별 건당 손해액 차이가 10만원 안팎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소형차에선 뉴프라이드가 손해액이 유일하게 100만원이 넘었다. 2000㏄급 중형차 가운데 가장 건당 손해액이 가장 높은 차는 뉴SM5로 112만7000원이었다. 뉴SM5는 지난해에도 가장 많은 수리비를 지급한 차량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당 손해액이 가장 적은 차는 쏘나타 트랜스폼이었다.

사고율이 가장 높은 차는 대우차 토스카로 25.2%였다. 1년 동안 4대 가운데 1대가 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손해율 등급도 중형차 가운데 낮은 편인 4등급이었다. 1001~1600㏄급 소형차 가운데는 아반떼(신형)가 23.2%로 가장 높았고 3000㏄ 이상 대형차 가운데는 뉴체어맨이 24.6%로 높았다.

특이한 것은 스포츠형다목적차량(SUV)의 사고율이 17%대로 다른 차종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갤로퍼·싼타페(이상 11등급) 베라크루즈(10등급) 대부분의 에스유브이 차량들이 보험요율 등급도 양호했다. 1600~2000㏄급 중형차로 분류된 에스유브이 차량 투싼과 스포티지도 역시 가장 좋은 11등급을 받았다.

보험개발원 전수조사 실제로 얼마나 맞을까?

보험업계가 전수통계를 낸 이 조사의 검증을 위해 <한겨레>는 부품공급업체의 부품가격표와 비교해봤다. 대부분의 사고에서 충돌이나 추돌로 범퍼나 측면이 손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앞범퍼 가격만 비교해봐도 차종별 손해율을 추정할 수 있다.

범퍼 공급사인 ㅈ사의 부품가격표(도장 포함)를 보면 중형차 가운데 앞범퍼 가격이 가장 비싼 차량은 토스카로 21만5000원이었다. 반면 쏘나타 트랜스폼은 14만원, 뉴SM5는 19만5000원이었다. 토스카 범퍼 가격이 비싼 것은 일체형이기 때문이다. 범퍼는 외피와 충격완화장치, 프레임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토스카의 경우 일체형이어서 범퍼 일부가 손상돼도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당 손해액이 가장 많았던 뉴렉스턴은 앞범퍼 가격이 29만원이었다. 이는 제네시스(15만원), 그랜저티지(14만원) 등 대형차 범퍼와 비교해봐도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시간당 공임은 제조사별 차종별로 표준화가 안 돼 있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정비사들은 삼성차가 다른 자동차보다 비교적 손이 많이 가는 차라고 꼽았다. 서울 도화동 대성카센터 정아무개(41) 대표는 “SM5와 SM7은 전조등 갈 때도 범퍼를 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건당 손해액 통계는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고율은 어떨까? 사고율 통계가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추론하는 기준이 될까? 보험개발원 통계를 보면 SM5는 신형과 구형의 사고율 차이가 뚜렷하다. SM5 구형의 사고율은 18.7%로 중형승용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데, 반면 신형 SM5 사고율은 23.3%로 중형차 그룹 가운데 토스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요율 등급도 구형은 7등급으로 양호했지만 신형은 4등급으로 가장 나쁜 수준이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신형차 구입 고객이 30대 후반인 데 반해 복고풍의 구형 모델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점들로 볼 때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건당 손해액 통계는 현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수리비 안 밝히던 관행 왜 깼나?

보험업계는 그동안 각 차종의 부품비용과 수리비용은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자동차회사들과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재벌 그룹 계열로 자동차회사와 보험회사가 얽혀 있는 것도 이유였다.

그랬던 보험업계가 자동차 수리비와 사고율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손해율을 공개한 것은 왜일까? 대한손해보험협회는 사고가 많이 나고 수리비가 많이 드는 차량 운전자의 보험료는 높이고 그렇지 않은 차량 운전자의 보험료는 낮추는 보험 합리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늘어난 보험료 추가분은 보험사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손해율이 낮은 차량의 소유주들이 덜 내게 되는 보험료를 충당한다.

여기에 예전과 달리 소비자를 통해 자동차회사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최근 자동차가 운전자 편의를 위한 장치와 디자인에 주로 신경쓰면서 사고 대비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태윤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본부 상품팀장은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는 일체형 범퍼만을 생산하는 국내 메이커와 달리 80년대부터 보험업계 요청을 반영해 범퍼를 3등분해 생산해왔다”며 “범퍼가 한쪽이 깨지는 사고가 나도 수리비를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자가용 차량에만 적용되는 이 요율 차등제를 내년부터는 화물차와 버스 등 상용차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또 자차 보험료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보험료 산정 전체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손해액과 사고비 통계를 기초로 한 손해율 통계는 자동차 선택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