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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1 21:00 수정 : 2009.04.01 21:00

말레이반도 동쪽 바다에 떠 있는 휴양지인 티오만 섬. 주로 유럽의 휴양객들이 많이 찾는다.

[매거진 esc] 노중훈의 여행지 소문과 진실

여행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까닭에 여행지에 대한 호불호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옅은 편이지만 유독 휴양지 출장만은 부담스럽다. 가장 도드라진 이유는 다녀온 다음에 딱히 쓸 말이 없어서다. 매섭지 못한 눈매와 무딘 감각은 ‘섬과 리조트’로 요약되는 휴양지에 특출한 개성을 부여하지 못한다. 겨우 쓴다는 것이 에메랄드빛 바다, 밀가루처럼 보드라운 백사장, 천상의 휴식 따위의 진부한 표현들이다. 그야말로 두루뭉수리로 넘어가기 일쑤다.

봄이 차츰 무르익어 간다. 소설가 김훈 선생의 말마따나 오는 듯 가 버리는 봄에는 봄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지만, 신혼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은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아 봄을 만끽할 짬이 없다. 허니문 목적지야 갓 결혼한 이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동남아의 유명 휴양지들이 대종을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동남아의 휴양지들이 선택받는 이유 중 하나는 창창한 바다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 모든 푸름의 종족들이 몸을 섞어 가며 현란한 계조를 이루는 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순백의 요트는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그런데 동남아의 이름난 휴양지들을 에워싸고 있는 바다는 각종 매체에서 합창하듯이 항상 에메랄드빛을 띠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야 꽤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다는 제 속살을 온전히 보여 주는, 처절하도록 투명한 바다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자잘한 파도가 끊임없이 실어 나르는 누르스름한 바다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허니무너들이 발리로 향하는 기준은 불투명한 바다가 아니라, 여느 지역에 견줘도 뒷줄에 서지 않는 다채로운 숙박 시설에 있어야 마땅하다.

허니문 고객 유치를 두고 타이, 필리핀 등과 경쟁하는 말레이시아는 동해와 서해의 편차가 큰 편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랑카위를 비롯해 피낭(페낭), 팡코르 라웃 등의 휴양지가 있는 말레이반도 서쪽은 바다 빛깔이 그다지 탐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으밀아밀 이야기꽃을 피우는 신혼부부들은 그 ‘보통의 바다’를 아랑곳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르당과 티오만 등의 섬이 있는 동해의 물빛이 훨씬 낫다. 리조트 수준은 양쪽이 어슷비슷한데, 한국인 방문객은 동해안보다 서해안 쪽에 훨씬 많이 몰린다.

반면 타이의 카오락은 눈부신 바다를 품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피드 보트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를 나아가면 만날 수 있는 시밀란 군도의 바다가 빼어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바다는 건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혹은 12월부터 5월까지만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우기에는 거친 파도가 빗장을 닫아건다. 일대 해역을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한 타이 정부도 이곳의 생태 보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니 봄의 신랑과 신부들은 시밀란 군도의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청색 바다를 만날 수 없는 것이다.

노중훈 여행칼럼니스트 superwin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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