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2 20:24
수정 : 2009.04.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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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80년대풍으로 치장한 빅뱅과 투애니원의 ‘롤리팝’이 최근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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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뿅뿅 사운드·올드스쿨랩, 역삼각 실루엣·여성 파워 등 열쇳말로 읽는 80년대 트렌드
손담비의 노래 ‘토요일 밤에’를 1980년대 스타일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특유의 사운드다. 컬러풀한 음색으로 노래의 전주를 여는 복고풍
신시사이저 사운드. ‘토요일 밤에’의 그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80년대 댄스음악을 대표하는 청각적 이미지였다.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라든가 박남정의 ‘사랑의 불시착’처럼, 그 시절의 댄스곡들은 노래의 멜로디만큼이나 신시사이저의 인상적인 음계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았다.
80년대 음악의 바탕색 신시사이저
80년대에 댄스음악이 번성할 수 있었던 데는 신시사이저 외에 ‘
드럼머신’이라는 장비도 큰 구실을 수행했다. 박자만 입력하면 굳이 드럼 연주자를 불러 녹음하지 않아도 되는 이 첨단기기 덕에 당시의 댄스음악계는 활황을 거듭했다. 한 치의 어그러짐 없이 강한 비트로 쿵쿵 심장을 울려대는 드럼머신의 사운드에 맞추어 당시의 청소년들은 딱딱 끊어지는 안무의 브레이크 댄스를 추었고 이들로부터 비보이 문화가 시작되었다.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와 유키스의 ‘니가 좋아’의 공명감 큰 드럼 소리는 바로 이 드럼머신 사운드의 온전한 재현이다.
최근의 복고풍 댄스음악에서는 전자음악의 원형을 발굴하는 시도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초창기 컴퓨터 칩으로 만든 단음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수퍼 마리오> 등 80년대 전자오락의 뿅뿅거리는 배경음악들이 이에 해당한다.
‘칩튠’(chip tune)이라 하는 이러한 사운드는 지난해 서태지가 ‘휴먼 드림’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빅뱅과 투애니원의 광고음악 ‘롤리팝’에서도 칩튠 스타일로 단음을 활용한 편곡이 복고적인 감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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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손담비의 패션과 어깨가 강조된 패션디자이너 박윤수의 옷도 80대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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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소들이 사운드나 편곡 등 노래의 포장에 관한 내용이라면, 아예 멜로디와 악곡 자체에 80년대식 방법론을 채택한 경우도 있다. 유키스의 ‘니가 좋아’는 80년대에 유행했던 멜로디 라인과 ‘
올드 스쿨 랩’이라 불리는 초창기 스타일의 랩을 구사한다. 랩의 진화와 함께 90년대 이후 오늘날의 랩은 플로(flow)라 하는 유연한 흐름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익숙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든 오늘의 랩과 달리, 80년대의 올드 스쿨 랩은 리듬에 맞추어 딱딱 떨어지는 정격의 운율과 명확한 가사 전달에 무게를 두었다. 중년층들도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의 랩도 이 올드 스쿨에 속한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으로 성취한 80년대의 문화적 풍요와 호황이 낳은 물질적 풍요는 당시 사람들의 복식으로 형상화되었다. 2009년 각국의 컬렉션에서 재해석된 80년대 복고 유행의 골자는 ‘과장’과
‘비비드 컬러’다. 즉, 80년대의 패션은 몸에 딱 맞게 피트되는 옷보다, 조형미가 강조된 풍성한 실루엣이 주를 이루었고 그 실루엣 위로 원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표현한 용어가
‘X라인’. 상의는 어깨가 넓고 허리가 좁은 역삼각의 라인을 강조했다. 재킷의 경우 어깨 부분에 패드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토요일 밤에’에서 손담비가 복구한 바로 그 재킷이다. 바지는 아랫단이 좁고 짧아진 대신 히프 라인을 강조한 승마바지가 유행의 첨단을 걸었다. 잘록하게 도드라지는 허리에는 두꺼운 벨트로 포인트를 주었다. 거기에 아찔하게 굽이 높은 글래디에이터 슈즈, 대담한 사이즈의 잠자리 안경과 나비 안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세운 헤어가 X라인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드라마 여주인공이 강해지는 이유
이런 X라인 패션은 높아진 우먼 파워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패션지 <바자>의 오선희 수석에디터는 “80년대는 풍요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여성의 권력화가 두드러진 때이기도 했다. 정계의 마거릿 대처와 문화계의 마돈나는 그 대표적인 아이콘들이다. 특히 마돈나나 그레이스 존스처럼 아마조네스적인 스타들은 당시 많은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고 말한다. 최근 80년대 유행의 회귀와 함께, <아내의 유혹> <미워도 다시 한번> <7급 공무원> 등 강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와 드라마의 편수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321@empal.com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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