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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3 19:40 수정 : 2009.04.25 14:27

[뉴스 쏙]

“시대가 바뀐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생기네….”

청와대 사람들은 검찰이 ‘짝퉁 이명박 손목시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가짜 대통령 시계를 이용해 신분을 과시하거나 사기 등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게 다소 뜻밖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청계천 노점에서 가짜 이명박 시계 수백개가 유통되는 것을 적발해 수사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이 제조자, 하청업자, 유통업자 등 10여명을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가짜 ‘이명박 시계’는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모조품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잡한 수준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면에 새긴 이 대통령 서명도 어설프고, 뒷면에도 대통령 이름을 한글이 아닌 한자로 써놨더라”고 말했다. 대통령 손목시계는 원형과 사각형 두 종류가 있는데, 이번에 걸린 것은 사각형을 본떴다.

대통령 시계는 박정희 대통령 이래 정권마다 계속 제작돼왔다. 취임 기념으로 만들어 지지자들이나 국가유공자, 청와대 방문 손님 등에게 선물로 전달해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4월 처음 제작된 뒤 지금까지 1만여개가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시계는 제작 단가가 1만8000원 정도이지만 실제 값어치는 명품 시계 못지않다. 봉황 휘장과 대통령 서명이 새겨진 상징성,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고 선물로만 오가는 희귀성 때문이다. 청와대 분수대 앞의 기념품점에서 청와대 손목시계를 팔긴 하지만, 푸른색 청와대 모양만 새겨져 있고, 봉황 휘장과 대통령 서명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선물인 만큼 흔한 물건이 되지 않도록 차별화를 하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별함 때문에 대통령 시계는 역대 정권마다 청와대 사칭 사기 사건에 단골 소품으로 등장해왔다. 대통령과 가깝거나 유력 인사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청와대는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청와대 손목시계를 대통령 선물이라고 건네며 ‘청와대 사정팀 국장’을 사칭한 사례 등을 들면서 청와대 빙자·사칭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대통령 시계에 대한 사람들의 대접도 달라진다. 지난해 쇠고기 촛불 속에 이 대통령 지지율이 수렁에 빠졌을 때 청와대 직원들은 바깥 사람들 앞에서는 대통령 시계를 살짝 가리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 시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대통령의 선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선거철에 ‘대통령 시계 좀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어 거절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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