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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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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보다 요리책 | 일식요리사 노부와 안효주
몇 해 전에 친구들과 3박4일로 초저가 일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호텔과 비행기삯을 포함해 1인당 29만원이었으니 호텔의 외관이나 시설은 한국의 여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호텔의 아침식사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고슬고슬한 고시히카리 쌀밥 한 그릇에, 미역을 송송 띄운 미소된장국, 그리고 갓 튀겨낸 야채고로케에 간장소스를 뿌려낸 양배추샐러드가 전부였다. 3박4일간 매일 똑같은 메뉴였지만 지금껏 그렇게 맛있는 호텔 조식은 처음이었다.한국으로 돌아온 뒤 당장 일본 요리를 배워보겠노라고 요리책을 뒤졌는데 그때 눈에 띈 것이 일식 요리사 안효주씨의 책이었다. 최고의 일식집으로 꼽히는 ‘스시효’의 사장인 안효주씨는 초밥이 가장 맛있는 밥알 수 350알을 한 손에 잡아내는 초밥의 달인이자, 인기만화 <미스터 초밥왕> ‘한국편’에서 소개되기도 한 스타 셰프이기도 하다. 그가 펴낸 <이것이 일본요리다>(여백미디어)는 제법 거창한 제목에 걸맞게 일본 요리의 정수인 초밥과 회를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4만원에 이르는 책값도 만만치 않지만, 광어, 도미부터 바닷가재, 복어까지 식재료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식 거장 안씨의 30년 경력을 집대성한 책으로, 일식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겠다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집에서도 비교적 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레시피 책으론 <일식의 명인 안효주의 특별한 요리: 튀김요리 냄비요리 구이요리>(여백미디어)가 있다. 초밥과 회를 제외한 튀김·냄비·구이요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 요리가 양념이라면 일본 요리는 재료”라는 안씨의 철학을 바탕으로 식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는 정통 일본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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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김아리 기자의 요리보다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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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책 <노부, 맛의 제국>(디자인하우스)은 일식에 남미의 풍미를 결합한 독특한 노부 스타일의 비밀을 50여 레시피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송로버섯과 유자즙을 곁들인 어린 문어’ ‘할라피뇨를 곁들인 참치회’ 등 사실 목차만 봐도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을 열광시킨 노부 스타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함을 푸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단골 메뉴인 ‘뉴스타일 생선회’는 흰살생선회에 간장과 유자즙을 뿌린 뒤 먹기 직전에 뜨겁게 데운 것이다. ‘노부 스타일의 흰살생선 티라디토’는 생선회에 소금과 유자즙·레몬즙을 뿌린 뒤 페루산 칠리 페이스트를 곁들인 것이다. 국내에서 제법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인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의 부인이자 푸드 아티스트인 오정미씨가 번역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김아리 기자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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