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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6 22:21 수정 : 2009.05.11 01:44

김대광씨가 컴퓨터 그림판을 활용해 밤늦도록 그린 도로.

[매거진 esc 100호 특집 ‘덕후왕 선발대회’ 수상작]
유치원 때 시작된 도로 사랑…허무하지만 행복했던 거가대교 현장 탐방기





[덕후왕 선발대회 2등] 김대광

도로.

누군가에게는 출근길.

누군가에게는 등굣길.

하지만 나에게는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다.

청소년, 일반적으로는 아이돌과 미녀에 한참 눈길이 갈 시기일 것이다. 허나, 나는 그보다는 새로 생기는 도로에 눈길을 주며 약간의 여가시간을 때우곤 한다.

이러한 나의 도로 사랑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미술 숙제로 은행잎으로 미술 작품을 그려 오라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은행잎을 가로수에 비유하여 가을날의 풍경을 그려갔다.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도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때때론 직접 그려보기도 하였다. (전문적으로 캐드 같은 것을 이용해 구조학적으로 완벽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판으로 그 겉모양만 끼적이는 초보적인 형태이지만.) 초등학생 때 시작한 이 일은, 중학생 때 절정을 이루었다. 한때는 매일 밤 학원 마치고 집에 돌아와 그림판과 씨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지금에는 학업에 치여 그 일을 그만두었다. (수능이 끝나면 캐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나인지라 도로에 얽힌 사연도 꽤 된다. 하지만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역시 작년에 있었던 부산 투어를 꼽을 수 있겠다.


작년 말, 기말고사가 끝나고 인터넷을 서핑하다 우연히 토목 관련 사이트에서 국내 최초 침매식 터널인 ‘거가대교’ 건설 현장 방문기와 함께, 그 홍보관 이야기를 읽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그다음 주말,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람 신청을 하고 한달음에 집인 울산에서 부산으로 달려갔다.

버스, 지하철, 시내버스를 거쳐 꿈에도 그리던 홍보관에 도착했다. 그.러.나. 입구에서 경비원 아저씨의 제지를 당했다. 영문을 몰랐던 나는, 경비원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야 약간이나마 납득이 갔다. 말씀인즉슨, 이 홍보관은 예약된 ‘단체(주로 학교)’에게만 개방되며, 그마저도 토요일은 쉰단다. 그리하여 나는 꿈에도 그리던 홍보관을 눈앞에 두고서 다시 길을 떠나야 했다.

허탈한 기분에 무작정 길을 걸었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실제 거가대교 현장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꿩 대신 닭이라고 나는 홍보관을 견학할 수 없다면 실물이라도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현장 가까이로 갔다. 무작정 바닷가로 가다가 한 선착장에 다다르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배. 왠지 이 배를 타고 가면 거가대교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행선지도 모른 채 무작정 배에 몸을 실었다.

점차 육지와는 멀어지고, 바다 위 교각들과는 가까워졌다. 이윽고 다다른 미지의 섬. 놀랍게도 거가대교는 그 섬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최대한 섬 안쪽으로 갔다. 들어가는 길에서도 공사 현장이 보였다. 하지만 민간인, 게다가 학생인 신분으로는 씨도 안먹힌다는 걸 알기에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그렇게 나의 허망한 ‘거가대교’ 탐방기는 끝이 났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지만, 아마 그 전에 거가대교가 완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블로그에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는 활동으로 전이되어 있지만 여전히 나의 도로 사랑은 식지 않는다. 약 12년간 도로에 관심을 가진 터라, 이젠 차를 타고 도로만 보면 ‘포장이 불량하네’ ‘설계가 잘못됐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버지가 걱정을 많이 하시지만, 어찌하겠는가.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단지 도로를 너무 사랑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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