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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6 22:37 수정 : 2009.05.11 01:43

다카라즈카여 한국에 오라

[매거진 esc 100호 특집 ‘덕후왕 선발대회’ 수상작]
일본 전통 뮤지컬에 미친 그녀들, 경찰서에서 조서 쓰다 뛰쳐나오고
비행기에서 발작 일으킨 사연





[덕후왕 선발대회 2등] 이주영

지난 대선이 끝났을 때, 나와 친구들은 (모두 다른 후보를 뽑았음에도) 어떤 희망을 가지고 대선 결과에 만족했다. “이제 다카라즈카가 내한 공연을 오겠구나!”

꿈과 사랑과 화려한 무대로 유명한 다카라즈카. 연극과 물랭루주의 화려한 쇼가 합쳐진 독특한 장르의 일본 뮤지컬이다. 남자 역도 여자 역도 모두 여성이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훈련받은 여성배우가 현실에 없는 아름다운 남자를 연기하기 때문에, 당연히 팬도 모두 여자.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카라즈카를 보기 위해서는… 그렇다! 일본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10년 전 대학 시절,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방영한 다카라즈카 영상에 푹 빠져서, 비디오도 사고, 전문 잡지도 사면서 통장을 비워 나갔다. 일본어도 배우고, 배우 팬클럽에 들고, 한국 옷을 보내주고… 수천 권의 책과 비디오 때문에 책장이 무너져 다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수고는 관극(觀劇)에 비하면 새발의 피. 티켓 오픈 전에 팬클럽(일본 거주자만 가능)이 좋은 좌석은 선점해 버리고, 오픈일에는 전화고 인터넷이고 접속 과다로 불통. 외국 카드로는 표를 살 수 없다. 대행업자를 통하거나, 옥션, 암표시장에서 표를 산다. 정가 8500엔의 표가 옥션에서는 평균 1만5천~4만엔 이상.

노력과 시간도 만만찮게 든다. 티켓 구매를 위해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컴퓨터를 들여다봐야 하고, 회사를 쉬는 것도 문제다. 한겨울, 티켓을 사기 위해 극장 밖에서 밤새워 줄서서 겨우 공연을 보고, 비행기 안에서 발작을 일으켜 회항할 뻔한 적도 있다. 이렇게 팬질이 힘드니 한국 다카라즈카 팬들은 내한공연에 목을 맬 수밖에.

다카라즈카 극장 앞에서 배우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

다카라즈카는 2004년 프로모션에 가까운 짧은 내한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추진하였으나, 매번 교과서니, 독도니 하는 민감한 한-일 문제가 터져서 공연이 취소되었다. 절망을 맛보던 우리에게, 당시의 대통령 당선자(이하 각하)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일본과 친해지려고 애쓰는 분이니 다카라즈카를 불러주실 거라는 기대 말이다. 그러나 웬걸, 경색된 한-일 관계는 전혀 풀릴 줄 모르고, 엉뚱하게 환율의 고삐가 풀렸다. 1년 동안 두 배가 된 엔화 때문에 지지를 접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면서 올해의 시작도 역시 다카라즈카. 오랜만에 동지들끼리 관극 여행을 하기로 했다. 목표는 다 함께 ‘다카라즈카 변신 사진’. 화려한 무대의상과 진한 분장으로 배우가 된 기분을 느끼며 사진을 찍는 것이다.


힘들게 휴가를 내고, 옥션질을 하다 정신 차려 보니, 공연 보기로 한 날짜가…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 여자극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자친구들과 여성전용호텔에서? 하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애인이 있는 사람은 애인을 무시하고, 없는 사람은 씁쓸한 맘을 안고 가뿐하게 출발. 한편, 일행 중 친구 S는 전날 나고야의 다카라즈카 공연을 보고 오사카로 와서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S가 오사카 전철역에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

“어떤 물건 들어 있어? 신고는 한 거야?”

“일단 경찰서에 가긴 했는데, 표 사는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조서 쓰다 말고 뛰쳐나왔어.”

남자친구는 한국에, 가방은 역 어딘가에, 조서는 경찰서에 내버려둔 채 관객의 95%가 여성이고 무대 위에도 여성만 나오고 스태프도 모두 여성인 극장에서 “생애 최고의 밸런타인데이야!”라고 소리친 우리들…. 남장여자 분장으로 사진을 찍느라, 퇴근하는 배우들을 극장 앞에서 구경하느라 아무 생각도 못한 우리들….

이런 삽질이 각하의 잘못은 아니지만. 중국, 홍콩에서 공연하듯 한국 공연을 해주면 좀더 편하게 팬질할 수 있을 텐데. 당선 후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카라즈카를 부르시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 배우가 한국인(재일동포)이라서일까? 그 배우는 곧 은퇴하니 제발 다카라즈카를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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