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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휘순씨는 유쾌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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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100호 특집 ‘덕후왕 선발대회’ 수상작 발표
가만히 있어도 ‘오덕’(오타쿠)의 포스가 은근히 풍겨나오는 중독성 개그맨 휘순씨(박휘순). 남들이 눈에 불을 켜고 1등 예능인이 되고 싶어할 때 2등에서 5등 사이면 만족하겠다며 처진 눈꼬리에 반짝 별표를 실었던 휘순씨. 자신의 재미를 빤하게 위장하거나 가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짜 재밌고 싶은 우리에겐 궁극의 희귀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휘순씨는 남을 재밌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을 재밌게 한다. “아침에 밥 먹여주고, 옷 입혀주고, 나한테 뭔가를 해주고 움직인다는 자체가 재밌잖아요.” 머릿결 고운 여자처럼 자기 머리를 빗기는 시늉을 하며 주변을 웃긴다. 그렇담 휘순씨가 휘순씨에게 해주는 ‘재밌는 뭔가’는 뭘까? “수학시간에 혼자 <데미안>을 읽으며 공상하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하하하) 전자공학과를 다녔었는데 그때 배운 걸로, 2년간 제 미니홈피 관리했어요. 웃기는 재주 같은 것보다, 뭔가 다른 게 어디에 있는 거지? 그런 궁금증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내가 재밌는 걸 꽉 잡으니까 하고 싶었던 개그맨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별난 아이템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휘순씨의 취미는 시내버스 타기와 수원 성곽 걷기. 올여름 재밌는 계획은 없을까? “집에 물이 새는데, 여름에는 보수공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버지가 집 고치는 걸 좋아하시는데, 방수가 잘 안되어서 집안일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 매일 하루 하루 아주 그냥”(<별일 없이 산다>)이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랫말처럼 휘순씨의 삶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재밌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그래픽 이상호 기자 silver3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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