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감자와 고구마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구황작물이란 척박한 땅에서는 물론 가뭄이나 장마와 같은 기상조건에서도 잘 자라 흉년이 들 때 굶주린 백성들을 구할 수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엔 먹을거리가 넘쳐나 웬 구황작물 타령인가 하겠지만 알레르기 환자가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지방질을 많이 먹게 되면서 최근 20년 사이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성 질병과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지방질보다는 전분이 풍부하게 든 구황작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감자와 고구마는 어떤 체질에 좋은 음식일까? 동양학적 분류 방법으로는 같은 서류(薯類)지만 메꽃과에 속하는 고구마와 가지과에 속하는 감자는 여러 차이점도 있다. 중약대사전에 감자는 폐와 위로 들어가서 열을 식히고 기운을 내린다고 했다. 또 진액이 생기게 함으로써 마른 것을 촉촉하게 해, 열병으로 진액이 손상돼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나며 마른기침을 하고 대변이 막히는 증상을 다스린다 했다. 이런 효능은 폐가 약해서 열병을 이겨내지 못하는 태음인의 열병을 다스리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고구마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북돋운다 했으니 비위가 약한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자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서 서늘한 기운을 어느 정도 갖고 있고, 고구마는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므로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와 토란도 동양학적으로는 같은 서류에 속한다. 우선 마는 고구마와 같이 비위를 좋게 하지만 폐를 보하는 효능까지 있어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이다. 이는 특히 정력을 강화시키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토란 역시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는 음식이나 그 성질은 약간 서늘하다 했으므로 소음인 음식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같은 서류 가운데에서도 고구마는 소음인에게, 감자와 마, 토란 등은 태음인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그러나 같은 음인들끼리는 어느 정도 음식이 통한다. 예를 들어 소음인에게 두번째로 좋은 음식은 태음인에게 맞는 음식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음인이라면 이들 서류 음식은 모두 먹어도 좋을 것이다. 지방질이 적은 이런 서류는 알레르기를 상대적으로 일으키지 않는다. 튀기지 않은 순수한 감자와 고구마를 즐겨 먹는다면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낮출 수 있을 것이다.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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