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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0 18:29 수정 : 2009.05.20 18:29

나지언의 싱글 라이프

[매거진esc] 나지언의 싱글 라이프





만약 ‘혼자 사는 싱글남 중 가장 멋진 남자’ 순위를 매긴다면, 닥터 하우스와 그리섬 반장과 맥 테일러 반장은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다. 만약 위의 문장에서 ‘혼자 사는 싱글남 중’을 ‘지구상에서’라고 바꾼다고 해도 답은 비슷할 것이다. 오래도록 여자친구 없이 혼자 살았던 드라마 <하우스>의 닥터 하우스와 의 그리섬 반장과 의 맥 테일러 반장에게 궁상이란 없다. 그들은 “한심하다 한심해, 이눔아, 언제까지 홀아비 냄새 풍길래?”라는 말을 어머니에게 듣지 않는다. (그리섬 빼고는 결혼도 한 적 있는) 그들에게 한동안 여자친구가 없었던 건 못나서가 아니라 나름의 ‘이유’와 ‘고집’과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 이유 때문에 더 멋지게 보인다.

괴팍하다고 해도 닥터 하우스는 천재지, 집 좋지, 옷도 잘 입지, 유머감각 있지, 심지어 피아노도 칠 줄 안다. 그리섬 역시 괴팍하다고 해도 똑똑하지, 의외로 자상하지, 젊었을 때보다 훨씬 잘생겼다. 맥 테일러 역시 괴팍하다고 해도 일 잘하지, 잘생겼지, 심지어 재즈클럽에서 베이스도 연주한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는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구와노 신스케 역시 괴팍해서 결혼도 못한다는 설정으로 나오지만 내가 보기엔 멋지기만 하다. 잘생겼지, 감각 있는 건축가지, 집도 좋지, 음악과 음식에 대한 조예도 깊지, 깔끔하지. 동년배 중 가장 괴팍하다고 소문난 이들이 나중에 그들을 좋아하게 되는 여자와 잘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한편,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오래도록 애인 없이 혼자 사는 여자는 참으로 한심하다. 극이니까 어차피 (의외로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주는 남자와 잘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봐도 과연 남자친구 생기겠나 싶을 정도로 추하다. <시티홀>의 신미래(김선아)만 봐도 9년 동안 백수였다. 그리고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가려고 왜 아등바등하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달걀 세례까지 받았다. 노처녀들은 가만있질 않는다. 일도 잘 못하고 오지랖 넓고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은 얼마나 일을 못했나. 그녀와 함께 일했다면 정말 싫어했을 거다. <여선생 vs 여제자>의 여미옥,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은 남자를 쟁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술수를 쓴다. 김선아가 전에 연기한 삼순이의 경우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욕을 너무 잘했다.

싱글 여자와 싱글 남자의 클리셰는 이렇게 다르다. 가끔은 내 일인 것처럼 억울하기도 하다. 혼자 사는 여자의 멋진 삶을 그려주길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에게 촉구하는 바이며, 라고 쓰려다가 그만둔다. 이 글의 결론은 뻔하기 때문이다. 만약 극 중에서 싱글 남자가 일주일 동안 양말 세 켤레로 더럽게 버틴다거나 싱글 여자가 예쁘고 우아하고 일까지 잘했다면 싫었을 것이다. 우리가 듣고 싶은 얘긴 ‘혼자 오래도록 살았던 남자가 모두 다 사이코는 아니다’와 ‘혼자 오래도록 살았던 추한 여자에게도 볕 들 날이 있다’니까 말이다.

나지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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