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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베란다 표고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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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지마켓과 함께하는 시골 밥상 공모전
도시에서 자라 농사에 환상을 품고 있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조금 자라자 주말농장을 신청했습니다. 노부부가 연로해 농사짓지 못하는 땅을 사용료를 드리고 일부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쉬운 작물을 여쭤보았더니 고구마와 옥수수를 권하시더군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열심히 다녔습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던 우린 이런저런 일로 한 번씩 빠졌고 모처럼 다시 찾았을 때 놀랐습니다. 고구마를 심었던 이랑이 어디인지 찾아보기도 힘들 만큼 울창한 풀숲이 되어 있었죠. 아이는 자기 고구마가 없어졌다고 울며불며 야단이었고 우리 부부는 서로 탓을 하며 돌아왔습니다.우리는 결국 집에 농장을 꾸며 보기로 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봄이면 상추와 부추, 여름에는 고추와 깻잎, 가을에는 시금치 등을 수확해 풍성한 식탁을 꾸미고 있습니다. 저희는 미관상 아름다움보다는 풍성함을 위주로 길렀답니다. 리폼한 욕조를 버리기 아까워 반은 미나리를 심고 반은 파를 심었어요.
지난해에는 버섯을 좋아하는 제가 “표고버섯이 너무 비싸다”고 한마디 했더니 남편이 어디서 참나무 기둥을 구해 와서 전동 드릴로 구멍을 뚫어 종균을 넣고 검은 천을 씌운 채 뒷베란다 구석에서 2~3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며 길렀습니다. 처음 1년간 변화가 없어 집에서는 안 되나 보다고 포기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두세 개씩 표고버섯이 열리고 있어요. 빛 조절과 수분 조절만 해주면 생각보다 쉽고 여러 번 수확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집에 오시는 손님마다 신기해하시죠. 집에서 기른 채소를 먹던 7살 꼬마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손자가 생기면 직접 기른 채소를 먹여야겠다고 혼자 야무진 생각을 하며 웃어봅니다.
박경화/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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