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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2 11:12 수정 : 2009.05.22 15:34

쇠심줄보다 질긴 계파정치

[뉴스 쏙]





한나라 친이-친박…민주 주류-비주류
공천따라 모였다 갈리는 ‘계파 생명력’

2004년 4월19일.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17대 총선 패배에 따른 것이었다. ‘3김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순간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총재는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죄가 됐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은퇴를 계기로 ‘3김 시대’의 계파정치도 사라지는 듯했다. 3김 시대의 계파 정치는 1인 보스가 제왕적 권위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부정적 유물로 꼽혀왔다.

그로부터 5년여. 바야흐로 계파 정치가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지붕 두 가족’ 한나라당에서 친이-친박 계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당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너무 오랜’ 2년여의 경선 과정이 요람이다.

친이명박 계보는 친이 직계그룹과 ‘형님’ 이상득 의원계, 이재오 전 의원계 등으로 이뤄져 있다. 권택기, 정태근, 조해진 의원 등 직계그룹은 초기 경선 캠프의 출발이었던 안국포럼 출신으로 경선 당시 참모로 활동했다. 이들 중 다수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 등을 맡은 인연이 있다. 이재오계는 차명진, 임해규, 김용태 의원 등 과거 민중당 출신 인사들과 17대 당시 국가발전연구회 회원이던 공성진, 심재철, 이군현 의원 그리고 원내대표 시절 공보부대표를 지낸 진수희 의원 등이 있다. 이상득계로는 강석호, 이병석, 이춘식 의원 등 포항과 연고가 있는 의원들이 많다. 17대 내내 이른바 비주류였던 이들 친이그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을 통해 당내 3분의 2를 차지하는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박근혜 계보는 대부분 그가 당 대표를 할 때 당직에 기용한 인사들이 주축이다. 2004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3개월간의 당 대표 시절이 친박의 모태가 됐다. 좌장으로 일컬어지는 김무성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별 인연이 없던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갑자기 사무총장을 권했다. 왜 나를 지목했느냐고 묻지 않았겠느냐. 그랬더니 ‘오랫동안 지켜봐 왔어요’ 하더라.” 최측근 유승민, 유정복 의원은 박 전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허태열 의원은 사무총장, 이성헌 의원은 사무부총장, 이혜훈 의원은 정조위원장을 지냈다. 이정현과 구상찬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표가 당 상근 부대변인으로, 김선동 의원은 대표실 부실장으로 뽑아 썼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명확한 계파로 나뉘어 있지는 않다. 공천을 보장하거나 정치자금을 대줄 만한 능력 있는 ‘보스’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의미에서의 계파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잘한 그룹들이 합종연횡하면서 당권을 쥐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주류·비주류의 구도가 생겨났다. 당권파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세 그룹이다. 김부겸, 송영길, 조정식, 이시종, 김동철 의원 등 범손학규 진영과, 강기정, 최재성 등 386그룹, 친노인 백원우, 서갑원, 이광재 의원 등이다.

비당권파도 다양한 군소그룹으로 구성된다. 최규성, 유선호, 문학진, 노영민 의원 등 김근태계와 최규식, 우윤근, 박영선 의원 등 정동영계가 있다. 또 당권파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천정배, 이종걸 의원 등이 있다. 구민주당 계열은 2007년 대선 전에 합류한 김효석, 이낙연, 추미애 의원 등(대통합민주신당 합류파)과, 대선 이후에 합류한 박상천, 최인기, 안규백, 김유정 의원 그룹이 별도의 분파로 구분된다.

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에도 자주파와 평등파라는 양대 계파가 병립했다. 그러나 제왕적 보스 중심의 계파라기보다는 정책 기조를 함께하는 사람끼리 블럭을 형성한 ‘의견 그룹’의 성격이 강했다.

계파의 끈질긴 생명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답은 대략 하나로 모인다. 바로 ‘공천’이다. 아무리 의정활동을 잘해도 줄을 잘못 서면 소용이 없다. 대선이나 총선국면의 줄서기 논란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주이야박, 주박야이’란 말이 심심찮게 도는 것도 권력 지도에 민감한 계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연철 기자, 박창식 선임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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