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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7 18:50 수정 : 2009.05.27 18:52

미국 댈러스의 식스 플로어 뮤지엄 1층 로비에 전시된, 저격 직전의 케네디 전 대통령 내외.

[매거진 esc] 노중훈의 여행지 소문과 진실

세계 각국에는 대통령이나 수상, 혹은 국왕 등 그 나라 최고 정치 지도자들과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 장소에 담긴 유의미한 내용과 흥미로운 에피소드, 그리고 건물 자체의 수려함 때문에 관광객들이 앞다퉈 찾는다.

북미 대륙 안의 유럽으로 불리는 캐나다 퀘벡시티의 상징물은 ‘샤토 프롱트나크’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이다. 청동 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중세 프랑스풍의 우람한 건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총리가 회담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퀘벡지역 홍보 사진의 9할 이상이 이 호텔의 모습을 담고 있을 정도니 그 상징성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호텔은 아예 관광객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노르웨이의 왕가는 일본이나 타이처럼 일반인들과 유리돼 있지 않다. 쇼핑이나 운동 등 일상의 재미를 추구하는 왕실 가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슬로 시내 중앙에 자리한 왕궁 역시 그런 소박한 일면을 보여준다. 하늘로 치솟은 담장이나 삼엄한 경비는 찾아볼 수 없다. 위병 교대식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영국 안의 또다른 영국인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프린세스 거리가 ‘모던 에든버러’의 상징이라면, 로열 마일은 아직도 중세의 모습이 짙게 남아 있는 ‘과거의 길’이다. 중세를 관통하는 로열 마일이 몸을 푸는 홀리루드 궁전은 영국 여왕이 스코틀랜드 방문 때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단단한 아름다움과 여성적인 멋이 동시에 느껴지는 궁전은 종교 분쟁 도중 사형에 처해진 메리 여왕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건물 뒤편으로는 광활한 공원이 펼쳐져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에서 가장 독특한 여행 테마는 남의 집을 구경하는 이른바 맨션 투어다. 엄청난 규모의 개인 저택들은 극도의 호사스러움을 보여주는데, 10여채의 맨션 중에는 서머 화이트 하우스로 불리는 해머스미스 팜이 있다. 1887년 세워진 건물로 케네디 전 대통령 부부가 결혼 피로연 장소로 이용해 화제에 올랐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서머 화이트 하우스란 별칭도 예서 기인한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식스 플로어 뮤지엄은 케네디 암살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1963년 당시 암살범 오스왈드가 케네디를 겨냥해 격발한 곳이 바로 교과서 창고로 쓰던 이 건물의 6층 창문이었던 것이다. 참변 이후 건물은 박물관으로 쓰임새가 바뀌었고 지금은 암살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구비하고 있다.

봉하마을. 퇴임 후 귀향한 전직 대통령이 살고 있는 마을이 관광명소처럼 부상한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농부 노무현’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구수한 이야기도 귀담아들었던 것 같다. 비행기로 스무 시간 넘는 곳도 기를 쓰고 찾아가면서 자동차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제 나라 마을, 그것도 오랫동안 흠앙해온 인물이 사는 곳을 여태껏 찾지 못한 이 어처구니없음이 도통 다스려지지가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면 동네 고샅고샅 심어져 있을 그의 흔적을 어루더듬어볼 수 있을까. 지금은 황인숙 시인의 시구처럼 ‘스치는 것들을 하얗게 탈색시키는 바람소리’만이 봉하마을에 가득할 것 같다.

노중훈 여행칼럼니스트 superwin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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