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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말웅씨가 집에서 5km 떨어진 텃밭에서 직접 가꾼 상추를 들어보이고 있다. 상추는 저녁밥상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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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2.0]
암을 이긴 사람들
④ 안말웅씨 대장암 투병기
술담배 끊고 밥상은 채소로
이젠 고기 먹어도 무리 없을 정도
“죽을 병으로만 알았는데…”
서구식 생활습관이 확산되면서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암 가운데 하나가 대장암이다. 전통적인 식습관에서 위암이 많았다면, 육식 비중이 커지고 평소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대장암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암 등록통계를 보면 대장암 환자 수는 1993년 4222명에서 2005년 1만7314명으로 거의 4배나 증가했다. 다행히 암 진단·치료 뒤 5년 이상 살 가능성이 65%(2001~2005년) 정도로 좋은 편에 속한다.
2003년 1월 중순께 대장암 진단 및 치료를 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은 안말웅(68ㆍ경기도 용인시)씨는 대장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면서 하루 한 갑 정도 피웠던 담배와 거의 매일 마셨던 술을 끊었다. 나아가 예전엔 운동을 아예 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매일 걷기 운동을 한다. 대장암을 계기로 좋은 생활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안씨의 요즘 하루 생활은 걷기 운동과 야채 가꾸기가 거의 전부다. 집에서 약 5㎞ 떨어진 텃밭까지 한 시간 정도 걸어간다. 밭에서 돌아올 때도 걸어오니, 거의 매일 2시간 정도는 걷는 셈이다. 텃밭에 오지 않는 날에는 집 근처 공원이나 골목길을 걷고, 종종 등산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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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관련 통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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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텃밭을 가꾸게 된 건, 대장암 예방에 야채와 과일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서다. 안씨는 “텔레비전 등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매일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먹었다고 하는데, 사실 돈이 많이 들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직접 길러 먹다 보니 몸의 활동량도 늘어나고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더욱 신선한 걸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의 텃밭에는 고구마, 감자, 가지, 상추, 열무, 고추, 방울토마토, 오이, 부추, 완두콩, 우엉, 아욱, 당근, 배추, 쑥갓 등 갖가지 야채가 자라고 있다. 그는 “자식을 키우듯 하루하루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 거의 매일 찾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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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말웅(68ㆍ경기도 용인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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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역시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그 충격으로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암을 진단받기 6달 전부터 아랫배가 무거웠는데 별다른 생각 없이 2~3달을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검은색에 가까운 혈변을 본 뒤에 치질(치핵)인 것으로 알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하다가 암이 진단됐지요. 아내와 저 둘 다 너무 놀라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는 12시간 동안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당시 암 세포가 대장조직 일부에만 있었으며, 다른 장기에는 전혀 전이돼 있지 않은 2기 정도였다.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과 항암 치료를 6달 정도 받았다. 오재환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은 “대장암의 주된 치료는 수술이지만 최근에는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를 함께할 때도 많다”며 “특히 진행된 대장암의 경우 수술 뒤 항암제 치료를, 직장암의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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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발생 고위험군의 조기 검진 권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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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치료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구토가 심해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때가 많았던 데다 장 유착과 변비가 생겨 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안씨는 “살면서 그렇게 심한 통증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수술 뒤 흔한 부작용 가운데 하나인 장 유착은 다행히 잘 진정됐지만, 변비는 언제든지 또 생길 수 있어서 대책이 필요했다. 안씨는 “변비를 일으키는 음식은 꼭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육식을 멀리 하고 고구마를 비롯해 여러 야채를 챙겨 먹게 됐다”며 “텃밭에서도 고구마를 키운다”고 말했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대장암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고구마 등 야채를 많이 먹으면 총열량이 낮아져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는 있다. 안씨에게는 변비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고구마 같은 음식이 크게 도움이 됐다. 그는 지금은 종종 고기도 먹는다. 담당 의사가 특별히 고기를 피할 필요는 없으며 골고루 먹도록 권장하는 것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안씨는 “암을 앓기 전만 해도 암이면 죽을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유를 찾았다”며 “의료진과 협의해 치료 방법을 정했다면 ‘암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잘 따르면 그게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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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가 텃밭에서 마주친 마을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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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음식이 대장암 발병 ‘기름칠’
대장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는 음식, 유전, 운동, 나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식사 습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최근 육식 비중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는 등 서구식 식사 습관이 확산되면서 대장암 발생이 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돼지고기, 쇠고기 등 동물성 지방이나 포화 지방을 많이 먹을 경우 대장암의 위험이 커진다. 알코올 등도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반면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성 섬유는 대장암 발병 가능성을 낮춘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의 연구 결과가 함께 있다.
다른 암보다 대장암의 경우 유전의 영향력이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약 5% 정도의 대장암은 거의 100% 유전되며, 전체 대장암의 15~20%는 유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의 100% 유전되는 대장암은 ‘선종성 대장 폴립’이라고도 부르는 ‘가족성 용종증’으로, 대장 안에 몇개에서 몇천개의 선종이 생겼다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암으로 발전한다. 가족성 용종증보다 흔하지만 유전의 영향력은 약한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은 보통 대장암보다 이른 나이에 생기는 특징이 있다.
잦은 설사나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있는 염증성 장질환이 있어도 대장암 발병 가능성은 커진다. 예를 들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의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은 4~20배 정도 커진다. 또 이들 질병이 있으면 일반 대장암보다 20~30년 정도 더 일찍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신체 활동량과 대장암의 관련성도 증명된 바 있다. 서양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신체 활동량이 많은 직업군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 위험이 더 낮았다.
대장암의 조기 검진 계획은 고위험군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국립암센터의 권고안을 보면 일반적인 위험을 가진 경우에는 50살 이상부터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해마다 대변 검사를 통해 이상이 나오면 대장 내시경 검사 등을 권고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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