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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애 vs 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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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문화방송 월화드라마는 여왕끼리의 바통 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조의 여왕>이 떠난 자리에 <선덕여왕>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이번주 연예가 공인중계소에는 <내조의 여왕> 천지애와 <선덕여왕>에서 여왕 못지않은 권력을 누리고 있는 미실을 초대했다.
<내조의 여왕>과 지금까지의 <선덕여왕>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왕보다 황후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앞선다는 점, 사장보다 사모님이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전면에 나선다는 점이다. 황후에 대한 미실의 욕망은 사장 사모님이 되고 싶어했던 오영숙 여사의 욕망과 비슷하고, ‘남편 취직’과 ‘승진’의 미션을 달성해 ‘온 대리 사모님’이 된 천지애의 고군분투기는 왕들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자기 남편 세종을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미실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다른 점이라면, <선덕여왕>에는 황후가 아닌 왕을 꿈꾸고 결국 왕의 자리에 오르는 선덕여왕이 등장하지만, <내조의 여왕>에 사장이 되고자 하는 여자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만약 <내조의 여왕>에 스스로의 성공을 원하는, 사장 자리를 원하는 여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어땠을까? 태봉씨의 누나나 여동생 혹은 부인인 은소현이 사장 자리를 탐냈다면, 김 이사가 여자였다면 갈등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내조의 여왕>이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보다 더 현실적인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안인용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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