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6.03 19:16
수정 : 2009.06.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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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키코드를 이용해 만든, 그림에 가까운 텍스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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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축약어에서 사회적 현상까지…일본, 영미권의 폐인 유행어들
‘아사히루’(アサヒる)라는 일본어 동사가 있다. 일본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아사히 신문>의 이름을 동사형으로 바꾸어 ‘아사히스러운 짓을 하다’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다. 2007년 아베 신조 총리의 사퇴 직후, 재임 때 아베 총리를 집요하게 공격했던 아사히 신문을 비꼬고자 일본의 네티즌들이 만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아사히루’의 정의는 ‘끈질기게 괴롭히다’. 이 단어는 일본의 한 포털사이트에 의해 2007년 최고의 인터넷 유행어로 선정되었다.
일본에서 축약어는 인터넷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수의 외국어 어휘들이 준말의 형태로 표준어 목록에 오른다. 성희롱(sexual harassment)을 ‘세쿠하라’(セクハラ)로 칭하고, 재활치료(rehabilitation)를 ‘리하비리’(リハビリ)로 부르는 식이다. 그런 까닭에 작년 한 해 가장 각광받았던 인터넷 조어 중 하나인 ‘KY’(空氣 讀めない, 구키 요메나이, 분위기를 못 읽는다)처럼 극단적인 축약 또한 심심치 않게 이루어진다. 오히려 일본 폐인 문화에서는 웹에서만 가능한 텍스티콘이나, ‘아사히루’처럼 고유명사를 이용한 조어들을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단순히 문자 자판뿐만 아니라, 아스키코드를 이용해 만들어 그림에 가까운 텍스티콘(사진)들이 게시물이나 댓글을 장식하는 모습은 투채널(2ch)을 중심으로 한 일본 인터넷 고유의 풍경.
영미권 인터넷에서도 축약어와 합성어로 이루어진 조어들이 활발하게 소통되고 있다. 특히 축약어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체계적으로 정착되어 ‘인터넷 슬랭’(internet slang)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수의 인터넷 축약어 사전 사이트들을 찾을 수 있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본다’(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는 문장을 축약한 용어 ‘alotbsol’부터, 간단한 대꾸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오 정말?’(Oh Really?)을 ‘o rly?’로 줄인 말까지 다양한 구색과 가짓수의 축약어 리스트가 존재한다.
세태를 반영한 인터넷 조어들은 버즈워드(Buzzword)라 부른다. 해마다 연말이면 미국의 주요 일간지들도 그해의 버즈워드들을 결산하는데, 지난해 <뉴욕 타임스>는 경제위기의 현실을 반영한 단어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stay+vacation, 여비가 없어 집에만 콕 틀어박혀 보내는 휴가), 베이징 올림픽을 풍자한 단어 그레이징(greyjing, grey+beijing, 스모그로 가득한 베이징 하늘을 비꼬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광범위하게 쓰였던 단어 오바마네이션(Obamanation, 오바마의 나라) 등의 유행어들을 선정했다.
조민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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