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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3 19:47 수정 : 2009.06.03 19:53

뭐든지 줄여 쓰기가 대세.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어원과 활용으로 알아보는 2009 폐인용어 소사전




키워계의 본좌 진중권

⊙ 축약어계 : 뭐든지 줄여 쓰기가 대세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통신어의 생명. 그 본분에 충실하고자 탄생한 낱말들은 여전히 폐인용어계의 주류를 점하고 있다. 단어 줄여 쓰기부터 문장을 통째로 줄여 쓰기까지, 축약 외계어 천태만상.

넘사벽 :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준말.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량이나 수준에 도달한 무언가를 칭하거나, 다른 대상과 비교하기 위한 잣대로 사용한다. 시각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 부등호와 함께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기] 한국야구 > 일본야구>>>>>> (넘사벽) >>>>> 미국야구


드립 : 애드리브(ad lib)의 준말. 주로 텔레비전 출연자들의 부적절하거나 민망한 코멘트를 질타할 때 쓰는 매체비평 용어. 반인륜적인 소재를 개그로 활용할 경우 ‘패륜드립’이라는 말을 쓰는 식이다. 대개 합성어로 완성된다. [연관어] 동호회계 항목 ‘크리’

듣보잡 :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약어.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허세를 부리며 물의를 일으키는 사용자가 있을 경우, 그를 비난하는 말로 쓰인다. 이름이나 아이디 뒤에 ‘듣보’라고 붙여 쓰기도 한다. [연관어] 동호회계 항목 ‘뉴비’

베프 :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의 준말. ‘절친’이라고도 한다.

설리 : 설레게 만드는 리플. 댓글을 구걸하는 이에게 마지못해 달아주는 적선 댓글을 가리킨다. ‘옜다, 관심.’ 등의 무성의한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연관어] 고유어계 항목 ‘떡밥’

솔까말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약어.

언플 : ‘언론 플레이’의 준말.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며 ‘대단하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 ‘쩐다’와 호응한다. [보기] 언플 쩌네여. ㅋㅋ.

열폭 : ‘열등감 폭발’의 약어.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에 대하여, 흥분된 상태에서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비난하며 밑천을 드러내는 모양새를 일컫는 말이다. 동사 ‘찌그러지다’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열받아서 폭발’로 곡해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낱말이다. [보기] A : 어제 그 듣보잡 어디 갔나. B : 열폭하다 찌그러졌삼.

충공 : ‘충격과 공포’의 약어. 자신이 체험한 낯선 경험을 호들갑스럽게 표현하고자 할 때 적절한 용어.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중 주인공인 호머 심슨이 성조기를 흔들며 “충격과 공포다”를 외치던 장면에서 유래되었다. 대개 이 장면을 캡처한 짤방과 함께 많이 쓰이는 말.

키배 : 키보드 배틀. 인터넷 댓글을 통해 말꼬리 잡고 한참을 늘어지는 비생산적인 논쟁을 비꼬는 용어. [연관어] 축약어계 항목 ‘키워’

키워 : ‘키보드 워리어’의 준말. 키보드 배틀을 즐기거나 이에 능한 이들을 이른다. 진중권 중앙대학교 겸임교수가 키워계의 본좌로 손꼽힌다.

현시창 : ‘현실은 시궁창’의 약어이나 줄이지 않고 그 자체로 관용어로 쓰는 경우도 많다. 대개 앞 대목에 높은 이상이나 좋은 조건을 하소연하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영화 <8마일> 중 에미넘의 대사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에서 유래.

흠좀무 : ‘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의 준말. 댓글에 이 단어만 쓰는 것으로도 간략한 논평이 가능하다.

모음 따윈 필요 없어.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ㅎㄷㄷㄷ”“ㄱㅅㄱㅅ”

⊙ 초성계 : 모음 따윈 필요 없어

음절 단위로 줄여 쓰는 것도 번거롭다. 의미만 통한다면 초성만 써도 오케이. 단, 쓰기는 초성만 쓰되 읽을 때는 원래 의미대로 읽자.

OME : ‘Oh, My Eyes!’의 약어. 번역하여 ‘아놔, 내 눈’이라고도 쓴다. 못 볼 걸 보았을 때 눈을 버렸다는 뜻으로 쓴다. 영문 약어이지만 외국에서 유입된 어휘는 아니다.

ㄱㅅㄱㅅ : 감사감사.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굽실굽실’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ㅇㅇ : 응.

ㅎㄷㄷ : 후덜덜. 뭔가 공포스러우리만치 압도적인 것을 보았을 때 쓰는 감탄사. 동사 ‘쩔다’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보기] 이승엽 타격감 쩌네여. ㅎㄷㄷㄷ.

점순이는 원조 ‘츤데레’?

⊙ 동호회계 : 전문용어에서 일상 어휘로

폐인용어의 고급 보캐뷸러리. 게임, 애니메이션 등 특정 장르의 애호가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이 말들도 이젠 ‘덕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점순이는 원조 ‘츤데레’?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뉴비 : newbie. 커뮤니티의 신입 회원을 가리키는 말. 서양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쓰이는 말로, 올드비(oldbie)와 반대되는 개념. 앞에 ‘개’ 혹은 ‘ㅈ’ 등을 붙여 텃세를 부리며 신입 회원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는 경우도 있다.

버프 :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 원래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보조 마법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시사 현안을 논할 때 ‘지지 기반’ 혹은 ‘지원사격’ 등의 의미로 통용되곤 한다. [보기] 친박계 버프가 없다면 MB는 시망

시망 : 사망. 뜬금없게도 포르투갈의 축구선수 이름 ‘시망 사브로자’에서 따왔다. 최근에는 ‘시원하게 망하다’의 준말로 의미가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식객민우 : 인터넷 동호회 ‘디시 인사이드’의 코미디 갤러리에서 아무 의미 없이 쓰이는 말. 누군가가 ‘식객민우 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쓰면 ‘ㅋㅋㅋㅋㅋㅋㅋㅋ’로 화답하는 것이 약속되어 있을 뿐. 그러니까 ‘식객민우가 무슨 뜻이에요?’라고 질문해 봐야 소용이 없다. 돌아오는 것은 ‘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답뿐.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식객>의 캐릭터 ‘민우’를 댓글로 조소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중2병 : 중학교 2학년 무렵의 사춘기 소년들처럼 유아독존적이고 쿨한 척하는 행동을 비꼬는 말. 일본 동호회 문화에서 유입된 용어.

츤데레 : 새침하다는 뜻의 의태어 츤츤(つんつん)과 부끄러워하다는 뜻의 의태어 데레데레(でれでれ)를 합성한 일본어. 2000년대 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된 조어로, 평소에는 쌀쌀맞게 대하지만 내심으로는 상대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캐릭터들을 일컫는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캐릭터가 이에 해당하며,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주인공인 ‘점순’을 츤데레 캐릭터의 원조로 보는 소수 학설이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새치미’라는 순우리말로 대체하기를 권장한다.

크리 : 시뮬레이션 게임 용어 ‘크리티컬 히트’(critical hit)에서 유래된 말. 치명적인 공격을 가리킨다. 시사 현안에서 주로 ‘수 싸움’을 논할 때 ‘터지다’ 동사와 함께 합성어로서 사용한다. [보기] 검찰의 구속크리. 명예훼손 고소크리 터졌네.

테크 : = 동호회계 항목 ‘트리’

트리 : 실시간 전략 게임(RTS)의 용어 ‘테크트리’. 특정한 기술이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테크, 또는 트리로 ‘수순을 밟다’라는 의미로 쓴다. ‘타다’ 동사와 호응. [보기] 드라마가 막장테크를 탄다. 막장트리를 탄다.

팀킬 : 여러 사용자가 접속하여 진행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같은 편을 해치는 반칙 행위. 텔레비전 시사 토론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경기에서 자신의 진영에 불리한 발언이나 플레이를 펼치는 이에게 비꼬아 사용한다.

검찰청 게시판 털려도 싸.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검찰청 게시판 털려도 싸

⊙ 웹 고유어계 :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

유래를 알 수 없고, 의미도 알 수 없는 인터넷 전용 낱말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떡밥 : 사용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행위를 ‘낚시’라고 일컫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앙영 : ‘안녕’의 외계어식 표기. 참고로 ‘앙영하세요’ 식의 경어체는 아직 사용례가 보고된 바 없다.

우왕ㅋ굳ㅋ : 시니컬한 느낌의 감탄사. 여기서 ㅋ은 웃음소리라기보다 의미와 음가가 없는 어조사에 가깝다. 2007년도 디시 인사이드 최고의 유행어.

정ㅋ벅ㅋ : 정복. 두 음절 단어 사이사이에 어조사 ㅋ을 사용하는 것이 2007년 이후의 새로운 트렌드. 시ㅋ망ㅋ, 막ㅋ장ㅋ 등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하다.

쩔다 : 대단하다, 엄청나다의 의미를 담고 있는 형용사.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를 모두 담고 있어서 문맥에 따라 그 뜻을 유추해야 한다. [보기] 몸매가 쩔어요.

털다 : 특정 동호회 회원들, 혹은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네티즌)들이 다른 동호회의 게시판이나, 개인 미니홈피를 도배하는 행위. 갤(러리) 털다, 싸이 털다 등은 거의 단독 동사처럼 사용된다. [보기] 검찰청 게시판 털리다.

조민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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