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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비인면 다사리 포구에서 바라본 해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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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체험거리 푸짐한 충남 서천, 꼴뚜기·갑오징어 축제 한창인 장항 여행
여행자는 그냥 구경꾼이 아니다. 여행길 재미는 겪고 부딪치는 데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손발로 느끼고 체험하는 동안 여행지의 추억도 한결 두툼하게 쌓인다. 체험거리 푸짐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는 충남 서천으로 간다. 인심 좋은 농촌마을에서 소박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체험행사들이 진행되고, 짭짤한 볼거리들이 마을마다 기다린다. 이달 중순까지 한산면에선 모시축제가, 장항에선 꼴갑 축제가 벌어진다. 주말이면 체험 방문객들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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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는 그늘도 짙다. 유서깊은 마을인 서천 비인면 남당리의 500살 난 은행나무. 주민들이 매년 정월 보름날 제를 올리는 당산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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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가한 통박골의 평일 오후. 넓고도 짙은 500살 은행나무 그늘에 들어 땀을 식히고 있으려니, 마을 어르신들이 앉고 서서 피워올리는 이야기꽃이 눈부시다. “저 앞길이 바로 옛날 선비들 과거길이여. 내 젊을 때만 해도 새벽에 들으면 쇠방울소리가 쩔렁쩔렁하는데, 바루 너더리(너다리·판교) 장에 소 팔러 가는 사람들이여.” “하이튼 옛날엔 장꾼이고 벼슬아치고 거의가 다 이 길로 다녔으니께.” “옛 연못가에 정자나무 아홉 그루가 있었는데, 아까운 건 마지막까지 남았던 엄청나게 큰 정자나무야. 40년 전 애들 불장난으로 타버렸어.” “40년? 무신 소릴. 그렇게 오래 안 됐지이.” “얼럴럴? 불 싸지른 갸가 지금 40이 훨씬 넘었다니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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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장항항 횟집들에서 내는 갑오징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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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면 동자북 술익는마을의 소곡주 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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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까지 필명을 떨친 조선 전기의 여성 시인 ‘임벽당 의성 김씨’는 이 마을의 자랑이다. 중국 청나라 전겸익이 당대 2000여명의 시편들을 모아 펴낸 <열조시집>에 목은·포은의 시와 함께 김씨의 시 세 편이 올라 있다. 임벽당은 선취정·구괴정과 함께 당시 마을에 있던 정자로, 김씨의 부군 유여주 진사가 세운 것이다. 마을에는 기계 유씨 집안 5인을 모신 사당 청절사(도 유형문화재)가 있다. 청절사의 돌기둥 둘은 임벽당에 쓰였던 것이라고 한다. 기산면 화산리에도 이색체험마을이 기다린다. 마을 별칭이 ‘이색체험’ 마을인데, 일리 있는 이름이다. 엄나무를 이용한 찐빵·칼국수 만들어먹기 체험을 비롯해 야생화 심기, 분재 만들기, 새총 만들기 등 흥미로운 이색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이 마을의 이색 볼거리는 각양각색의 전통옹기 용품들이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 김재완(70)씨가 50년간 문헌을 뒤지고 전국을 훑어 모아들인 옹기류 1000여점이 분재정원인 서천식물예술원에 촘촘히 전시돼 있다. 옹기라 해서 항아리류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 대형 발효·저장용 옹기는 기본이고, 사육·건축용, 어구, 악기, 굴뚝, 의료기기, 문방사우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이 일상생활에서 써왔던 다양한 옹기 용품들이 쌓여 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을엔 연꽃 연못, 미로정원, 연꽃사진전시관, 전통놀이인 고누 체험장이 있고 엄나무 체험장, 농기구·생활용품 전시장 등도 마련돼 있다. 이웃마을 신산리에도 매력적인 볼거리가 있다. 180년 된 초가 이하복 가옥이다. 보기 드물게 잘 보전된 초가다. 목은 이색의 후손이 180년 전에 지은, 검소한 선비 정신이 서린 집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전국의 초가지붕이 된서리를 맞을 당시 이하복 선생이 “결코 집을 훼손할 수 없다”고 버텨 살아남았다. 이 집이 빛을 발하는 건 고색창연한 집 구조와 초가지붕만이 아니다. 방마다 헛간마다 구석구석 집안에서 써온 옛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안채·아래채·사랑채·위채에 서적들과 그릇, 제기류, 농기구류 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일종의 생활사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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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면 남당리 두부만들기 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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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리에 즐비한 흙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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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복 초가는 생활사 박물관 멀지 않은 곳에 한산면 한산모시관이 있다. 이곳에선 12~15일 제20회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려 들러볼 만하다. 모시째기·모시삼기 등 전통 모시 제작 체험, 베틀 체험, 명품 모시옷들을 입어볼 수 있는 모시 스튜디오 등이 마련된다. 서천의 명주 한산소곡주 빚기 체험도 진행된다. 푸른 바람소리 가득한 금강변 신성리 갈대밭도 인근에 있다. 금강 하구 장항항 물량장에선 14일까지 ‘꼴갑 축제’가 벌어진다. 제철을 맞은 꼴뚜기와 갑오징어를 주제로 여는 해산물축제다. 꼴뚜기와 갑오징어의 회·무침·물회·탕 등을 내는 먹거리촌이 들어서고, 수변 카페촌도 마련된다. 장암리의 유채꽃단지, 송림해변 모래찜질장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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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면 신산리 이하복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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