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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5 19:35 수정 : 2009.06.15 19:35

[건강2.0]

진료를 하던 시절에 10년 동안 천식을 앓고 있는 40대 중반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다른 계절에는 괜찮다가 7월 중순에 시작해 주로 밤에 증상이 생겨 잠을 못 자고 낮에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8월 말까지 이어졌다. 증상은 처음에는 재채기, 콧물 등으로 시작해 몸이 차가워지며 식은땀이 나고 기침이 심해지다가 호흡곤란이 와서 거의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증상 치료에 그칠 뿐 해마다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제는 천식이 여름이 돼야 오므로 증상이 나타날 때만 다시 증상 치료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무슨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지, 만약 치료를 시작한다면 병이 나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환자의 얘기를 더 들어보니 학생 때부터 몸이 차가워지면서 땀이 나는 증상이 있었고, 평소 대변을 묽게 3~4번 보는데 천식 발작이 있을 때는 식은땀과 설사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식은땀이 나는 곳을 물어보니 윗몸만 나고 아래는 전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형적인 소양인의 병증이었다.

약을 쓰기 시작해 5월 말이 되자 몸이 약간 따뜻해지면서 식은땀과 설사가 줄기 시작했다. 6월 말에는 대변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의 7월에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시 그대로 약을 줬다. 하지만 8월 초에 2번 가벼운 증세가 나타나더니 며칠 뒤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약 먹기를 하루 2번에서 3~4번으로 늘리고 천식 발작이 있을 때에는 한 번 더 먹도록 했다. 그 이후에 이틀 정도 밤에 발작이 일어나 한 번 더 약을 먹고는 증상이 사라졌으며, 가족들과 여름휴가도 가 잘 지냈다고 한다.

비유해 본다면 우리 몸은 음식과 공기를 입력하면, 대소변과 땀, 정액, 월경이 나오는 하나의 기계다. 그 기계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소화, 호흡, 대소변, 땀, 정액, 월경 등의 상태에 변화가 나타나는 법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변화들을 ‘소증’이라 해, 체질에 따른 개인차와 이상치에 대해 세밀하게 문진하고 평가한다.

소증의 관찰은 사실 의사보다도 환자들 스스로 더 잘 알 수 있다. 예로 든 천식 환자도 증상 일지를 쓰게 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땀과 대변의 변화를 매일 기록하도록 했다. 여기에 큰 변화가 있으면 의사를 찾도록 했다. 환자 스스로 질병의 신호등을 잘 점검하는 것이 스스로 건강을 지켜나가는 기본 바탕이 될 수 있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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