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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7 19:25 수정 : 2009.06.21 12:09

아드난 하지가 찍은 사진(아래)과 포토샵을 거친 사진(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보도·다큐멘터리 사진에는 범죄행위…일부 언론·통신사 사진 윤리강령 만들기도





포토샵은 마술 지팡이다. 몇 개의 툴(도구)만 돌리면 마치 신처럼 자신이 그리고 싶은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시대에 포토샵과 사진은 마치 문과 문고리처럼 뗄 수 없는 사이로 보인다. 하지만 절대로 포토샵을 해서는 안 되는 분야가 있다. 보도사진이나 다큐멘터리사진이 그것이다. 세상의 진실과 정의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만능선수 포토샵은 이브의 사과처럼 종종 사진기자들을 유혹한다.

2006년 세계적인 통신사 <로이터>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한 아드난 하지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2006년 8월5일 이스라엘 군이 베이루트 교외를 폭격하자 집들 사이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현장을 찍고 포토샵을 사용했다. 연기를 더 검게 더 많이 피어오른 것처럼 만들었다. 조작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로이터>는 그를 해고했다. <로이터>는 그가 그때까지 찍어왔던 사진 920장을 모두 삭제하고 사진 윤리강령을 만들어서 도덕성을 강화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로이터 사진부 글로벌데스크’(24시간 운영, <로이터>의 모든 사진이 이곳으로 모인다)에서는 어도비사의 전문 개발자를 초빙해서 포토샵을 이용한 조작 기술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윤리강령에는 포토샵 안에서 ‘자르기’와 매우 미세한 ‘레벨’만을 허용한다. 도장 툴을 이용한 먼지 제거도 포토데스크의 ‘오케이 사인’ 없이는 힘들다. <로이터>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어떤 언론사보다 강한 도덕성을 갖춘 언론사’가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조작 사건은 비단 <로이터>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2003년 <엘에이(LA) 타임스>는 사진 원본을 수정해서 윤리강령을 위반한 사진기자 브라이언 월스키를 해고했다.

사진의 효과를 배가하려는 욕심을 뛰어넘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불순한 합성을 하는 이들도 있다. 2008년 이스라엘 집권 여당을 후원하는 웹사이트 ‘얄라 카디마’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가슴에 나치를 상징하는 십자 표장을 합성해서 큰 비난을 받았다. 아일랜드의 잡지 <더블리너>는 2006년 타이거 우즈의 아내인 모델 엘린 우즈의 누드사진을 실어 낭패를 봤다. 이 사진 역시 합성된 가짜 사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이 지난해 7월 합성된 사진에 ‘낚인’ 예가 있다. 촛불 정국이 한창인 지난해 6월 한 네티즌이 민주노동당의 촛불 집회 참여를 비난하려는 목적으로 민노당사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함께 게양한 것처럼 사진을 합성했다. 윤 의원은 그 사진을 ‘진실’(?)이라고 믿고, “모 당 앞에 인공기가 휘날리도록 놔두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질타해서 망신을 당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버젓이 신문에 게재된 사진도 합성 논란에 싸이기도 한다. 2007년 <문화일보>에 게재된 ‘신정아 누드사진’은 끊임없이 합성 의혹을 불렀다.

사진은 기록성 때문에 시대적인 변혁기마다 큰 구실을 했다. 그 이유는 사진 안에 담긴 진실을 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도 이런 구실은 변함이 없다.

글 박미향 기자·사진 출처 http://littlegreenfootballs.com/we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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