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진료를 하다 보면 나이 든 어른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결과와 판정 소견을 들고 와 설명을 부탁하곤 한다. 결과를 설명해 주면서 속으로 도대체 이런 검진을 왜 하는지 답답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경우도 많다.
현재 건강공단에서는 1차 및 2차 검진으로 구분해 일반검진을 하고 있는데, 검사 항목은 1차 검진에서는 비만도, 시력, 청력, 혈압, 소변검사(요당, 요단백, 요잠혈 등), 혈액검사(혈색소, 혈당, 간 기능 수치, 총콜레스테롤), 가슴방사선촬영 등을 한다. 여기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면 2차 검진을 하도록 하고 있다.
현 제도에서는 우선 검진을 받는 사람이 두 번이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 1차 검사를 하고 한 달이 지나면 결과를 받아, 이상이 나오면 또다시 검사를 한다. 물론 그 결과 역시 한 달쯤 뒤에 나온다. 만약 검진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라면 제대로 효과적이다. 이상이 있어도 2차 검진을 받으러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는 검진에서 이상이 나와도 실제로는 질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가 있다. 소변검사에서 요단백 혹은 요잠혈에서 이상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정밀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는 동안 환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런 경우는 검진을 받지 않는 것이 좋은 경우다.
검진에서 정상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질환이 있는 경우도 문제다. 한 환자는 여섯 달 전부터 가슴 통증이 있어 검사 결과 협심증으로 진단됐는데, 석 달 전에 받은 건강검진 항목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은 결과 정상이라고 해 병원에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건강검진에서 별 효용이 없는 심전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좀더 일찍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건강검진이 특정 질환을 빨리 발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검사기관에서 간단하게 해 줄 수 있는 항목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모든 사람들에게 정밀검사를 다 하는 방법이 있는데,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받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 등의 상담을 거쳐 꼭 필요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각 개인의 경제적 또는 지식 수준에 따라 검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정영진 서울보훈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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