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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년 대한민국 ‘자살사망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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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쏙] 2005~07년 대한민국 ‘자살사망률 보고서’
3년간 3만4838명…한해 평균 1만1천명 사망시·군·구별 연령표준화 자살률 최고 4배차이
경제적 요인·가족 해체 등 극단적 선택 불러
농촌 남성노인 자살 최다…여성자살도 급증 대한민국에선 한 해 1만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 추세는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속 시원한 풀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자살이 늘어난다는 설명 정도가 고작이다. 정확한 분석과 해석이 부족해 자살 문제에 대한 변변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겨레>는 국내 언론 최초로 보건복지가족부와 통계청의 2005~2007년 3년 248개 시군구별 자살 통계를 비교가능하게 연령별·성별 편차를 2005년 기준으로 맞춘 ‘연령표준화 자살사망률’로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전국 시군구별 자살사망률 통계가 무려 최고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경기 과천과 성남 분당구, 울산 동구, 경북 울릉 지역은 자살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지게 낮았다. 울릉을 뺀 나머지 지역은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은 곳이다. 반면 충청, 강원 등 농어촌 지역의 자살사망률은 도시 지역보다 더 높았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들이다. 또 자살자의 학력과 직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저학력층과 무직ㆍ주부ㆍ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다. 문제는 이들의 자살사망률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자살자의 70%가 무직ㆍ주부ㆍ학생들이었다. 이번 연령표준화 자살률 분석은 자살이 개인적 문제보다 소득 격차, 사회안전망 미비 등 사회적 문제와 더 연관이 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결국 세계 최고의 자살국가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차원의 접근이 최우선적임을 알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를 비추는 가장 잔인하고 정확한 거울인 자살 통계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자살 최저지역은 과천, 울릉, 분당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자살사망률(이하 자살사망률)은 24.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같은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자살사망률 11.2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가장 낮은 그리스의 2.6명에 견주면 10배 가까운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5~2007년 전국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 수는 3만4838명. 해마다 1만1000명꼴로 자살하는 셈이다. 유족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해 자살 사실을 감추는 경향이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자살자 수는 이보다 10~20% 이상 많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3년 자살 통계를 시도별로 보면 단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7161명)와 서울(5800명), 부산(2698명)의 순서다. 거의 인구수 차례다. 그러나 인구수에 따른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연령을 표준화한 3년간 10만명당 자살사망률로 분석하면 자살의 지역적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강원지역이 30.7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30.5명), 충북(28.6명), 경남(26.1명), 대전(25.6명)이 그다음이었다.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의 자살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난다. 반면 도시 지역의 자살사망률은 농어촌 지역보다 훨씬 낮다.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로 18.9명이었다. 이어 광주(20.6명), 울산(21.0명), 전남(21.2명), 대구(22.0명) 순이었다. 가장 높은 강원은 가장 낮은 서울보다 자살사망률이 1.6배나 높았다. 이런 지역별 차이는 248개 시군구별 통계로 확대하면 더욱 확연해진다. 자살사망률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 과천으로 12.8명이었다. 다음이 울릉(13.0명), 경기 성남 분당구(15.1명), 서울 동작구(15.5명), 강남구(15.9명), 경기도 용인 수지구(15.9명)와 의왕시(16.2명), 전남 완도군(16.3명) 차례다. 거의 대부분 대도시 지역이다. 한국만의 기현상-노인 자살률 반면 자살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충북 괴산군이었다. 연령표준화 자살사망률은 45.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강원 철원(43.1명), 정선(42.8명), 양양(42.4명), 충남 청양(40.5명), 경남 창녕(39.6명), 충남 공주(38.9명), 경기 동두천(38.5명), 인천 옹진(38.4명), 충남 태안(38.1명)이 뒤를 이었다. 공주와 동두천 외에 모두 군 지역이다. 이렇게 자살사망률이 도시와 농촌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살에 사회·경제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방증이다. 고령인구가 많은 농어촌 지역의 자살사망률이 높은 것이 이런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령층의 자살률은 통계상으로 보면 그 심각성이 실로 뚜렷해진다. 2007년 전국 자살사망률이 23.9명이었지만 65살 이상 자살사망률은 73.6명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3배 수준이다. 80살 이상 노인 자살사망률은 118.1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65살 이상 남성 노인들의 자살률은 같은 나이대 여성 노인들의 자살사망률보다 4배가량 높았다. 전체 남성 자살사망률이 전체 여성 자살사망률보다 1.6배 높은데, 고령층에선 몇 배로 뛰어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노령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지만 여성 노령자가 많은 전남 지역의 자살사망률은 전국 최저 수준인 반면 남성 노령자들이 많은 강원 지역은 자살률이 높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2007년 강원 지역 남성 자살사망률은 44.3명으로 전국 평균 32.7명보다 높았다.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 자살 문제의 특징이자 미스터리다. 김명희 을지대 교수(예방의학)는 “노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는 지난 20년간 노인 자살이 꾸준히 줄고 있다”며 “한국처럼 노인 자살이 증가한 나라는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75살 이상 노인의 자살사망률(2004년 기준)은 109.6명으로 같은해 일본(31.5명)과 그리스(6.3명)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김명희 교수는 “일본은 경제위기 때 경제적 타격을 직접 받는 중장년층 남성의 자살이 많은데 한국은 노인 자살이 많다”며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노인이 경제 한파에 더 많이 노출돼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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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표준화 자살 사망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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