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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1 21:45 수정 : 2009.07.01 21:45

런던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포토벨로 마켓.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각종 골동품에서부터 기발한 생활 잡기들까지 온갖 물건들이 거리를 메운다.

[매거진 esc] 노중훈의 여행지 소문과 진실





각국을 여행하면서 거의 빼놓지 않고 들르게 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보고 난 어느 평자가 별 다섯 개를 매기면서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것은 사람 구경’이라고 적었던가. 사람 구경 못지않게 재미난 것이 시장 구경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시장 구경에는 물건 구경과 사람 구경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여느 나라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물건, 과연 어떤 쓰임새를 갖고 있을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외양은 허름하지만 맛은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시장의 음식들은 언제나 참기 힘든 유혹이다. 좌판을 사이에 두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벌이는 질펀한 흥정은 전세계 시장의 ‘공통언어’다. 영국 런던의 시장들을 꼼꼼히 둘러본 사람들은 시장이야말로 런던 여행의 금과옥조라고 입을 모은다. 버킹엄궁의 위병 교대식보다 커다란 구경거리이고, 대영박물관 못지않은 문화의 보고이며, 고급 유명 백화점인 해러즈보다 살 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모습의 시장 중에서도 물건의 가짓수와 기상천외함을 논하자면 벼룩시장이 맨 앞줄에 선다.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세상의 온갖 잡동사니가 총집결한 곳이다. “이런 것도 팔아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튀어나올 정도로 판매 품목에 금기가 없다. 자신의 소장품을 들고 나온 사람들도 많아 그 물건에 담긴 에피소드를 듣는 즐거움 또한 쏠쏠하다. 런던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은 영화 <노팅힐>의 배경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2㎞가 넘는 거리를 따라 펼쳐진 시장에는 이가 빠진 사기그릇부터 키치풍의 패션 소품이나 낡은 악기, 골동품 카메라, 앤티크 제품, 빛이 바래 더욱 멋이 나는 가죽 제품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벼룩시장은 토요일마다 마인강변에서 열린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아침 7시부터 장이 서기 시작해 오후 2시면 파장한다. 마인강변에서 벼룩시장이 활발하게 열린 것은 1970년대부터. 꾸준한 인기를 누리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확보하려면 나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곳에도 누군가를 위해 헌신했을 애장품에서부터 소소한 잡동사니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한데 엉켜 있다. 구식 전화기, 녹슨 공구, 추억의 엘피(LP)판, 반들반들한 양탄자, 빛바랜 라디오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심지어 중고 웨딩드레스도 나온다. 과연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셋이 모여야 성냥을 켠다’는 독일식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러 나라의 벼룩시장을 돌아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사용에 대한 그들의 관대함이다. 다른 사람이 오로지했던 물건을 다시금 사용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벼룩시장과 중고시장 애호가들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거래의 활발함을 따지자면 외국인들의 재활용 정신에 좀더 점수를 주게 된다.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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