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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8 21:13 수정 : 2009.07.11 13:31

‘무릎팍도사’의 엠시 강호동은 녹화 전 대기실에서도 게스트들과 대화를 나눈다.(문화방송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돌잔치에서 공중파 방송 무대까지 현장 따라 천차만별 엠시들이 사는 세상

엠시는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무대에서 완성되는 존재다. 사회자의 말투, 몸짓, 의상은 물론이고 엠시를 부르는 호칭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것은 현장에서 완성된다. 일요일 아침이면 ‘돌격대장’으로 불렸던 <열전! 달리는 일요일>의 손범수나 ‘뽀빠이 아저씨’로 통했던 <우정의 무대> 이상용을 비롯해 엠시는 그것이 쇼든, 음악회든, 정통 토크쇼든지 간에 현장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된다. 현장을 이끄는 리더이자 소통을 가능케 하는 번역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장에 따라 엠시들의 활동 방식은 얼마나 달라질까?

녹화 전 내 편 만드는 강호동

전국 군부대 현장을 찾아 〈우정의 무대〉를 이끌었던 사회자 뽀빠이 이상용.(문화방송 제공)

먼저 티브이에 등장하는 스타 엠시들에게 현장은 ‘온에어’(on air) 불이 작동하기 전에 이미 시작된다. 예로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엠시 강호동은 대기실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눠 게스트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놓고 녹화에 몰입한다. ‘말하는 사람도 기분 좋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윈윈(win win)하는 현장 분위기를 이끄는 협상의 귀재’라는 평가가 그래서 따라붙는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만년 ‘오빠’로 불리는 송해도 1988년부터 팔도강산 곳곳의 특성을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맛있게 입혔다. 전국 어디로 마이크를 옮겨가든 젊은 오빠 송해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은 확고하다. 시간상의 이유로 아깝게 편집되는 지역 특산물, 사투리, 동네 스타의 사연이 ‘현장’에서 오히려 더 풍성하다.

엠시 송해에 대한 믿음은 티브이 밖으로도 이어진다. 송해, 임성훈, 김미화, 엄용수 등 내로라하는 스타 엠시를 의뢰자와 연결해주는 사이트 ‘뽕필닷컴’의 안영주 기획실장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높은 송해 선생님을 찾는 분들이 아직은 가장 많다. 관중의 연령대, 취향 등을 고려해 행사에 적합한 사회자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대본이나 큐시트 없이 사회자의 명성에 의존하는 의뢰자도 많다”고 했다. 대부분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을 연결해주는 ‘뽕필닷컴’의 섭외가격은 최저 100만원에서부터 최고 800만원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개업식, 돌잔치, 회갑연 등의 가족 행사뿐 아니라 기업 회의, 송년회 등 공적인 소규모 모임에서 엠시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전국 사회자 전문 119’, ‘나이스 피플-국내 최대 엠시 전문 그룹’이나 엠시 개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10만~50만원 선에서 행사에 적합한 엠시를 찾을 수도 있다.

티브이에선 부업으로 행사나 (밤)무대를 ‘뛴다’고 말하는 생계형 스타들의 발언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최근엔 환갑이나 칠순 잔치에는 개그맨 출신 젊은 사회자들을 찾고, 기업체에선 정갈한 아나운서를 선호한다. 과거 칠순 행사에 백남봉·남보원 등 옛날 개그맨들을 떠올렸던 것과 적잖은 차이다. ‘지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양동기 실장은 “최근엔 행사 자체를 즐기면서 진행하는 변기수·장동혁·김시덕씨가 이벤트 엠시로 인기”라고 했다.

1970년대 〈KBS배 쟁탈 노래자랑〉을 진행하는 후라이보이 곽규석. 당대 최고 엠시였다.(한국방송 제공)
1988년 인기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의 더블 엠시였던 최수종, 하희라.(한국방송 제공)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티브이 안팎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엄용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은 “일부 스타 엠시는 제외하더라도, 행사에서 노래 한 곡 부르는 가수 몸값이 사회자보다 2~3배는 높다. 노래는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해주는데 엠시에 대한 인식은 냉혹한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 축제나 구청 행사, 기업 회의의 진행 섭외가 특히 많다. 그럴 때 주최자의 의도를 살려주기 위해 애쓴다. 이를테면 회장님을 부각시켜 달라는 주문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거지 뭐.(웃음)”라고 말했다. 심형래가 자기의 장기인 바보 흉내를 뽐내기 위해 2시간 사회를 볼 수 없는 것처럼, 행사 엠시는 행사의 목적에 기여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만큼 대접받지는 못하지만 티브이 밖 엠시들의 직업 만족도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김제동을 배출한 대구 지역엔 김제동·방우정이 최초 결성한 엠시 모임 ‘엠시 리더스’가 전문 진행자들의 연대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전문 강사들이 이벤트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형태의 진행 능력도 실험한다. 대구 출신으로 최근엔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활동하는 전문 엠시 류창원씨는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있는 한 다 한 가족”이라고 농을 치면서도 “대구 지역 관객들은 ‘나와서 춤춰 보세요’라고 하면 ‘왜요?’라고 뚱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그런 분들을 웃게 만들면서 더 보람을 느끼게 되는 행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외모를 보고 ‘저 사람 엠시 맞아?’ 하는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행사 진행이 끝난 후 류씨에게 악수를 청하는 관객도 많다.

최근엔 지역행사, 칠순 잔치, 개업식 등 다양한 행사에서 전문 엠시들이 활약한다.(뽕필닷컴 제공)
1970년대 〈명랑운동회〉를 진행하는 변웅전 전 아나운서.(문화방송 제공)

웃지 않는 탈북자들 앞에서 당황했던 사연

20년 경력의 전문 엠시 권성중씨는 66일 동안 매일 서커스단 공연 사회를 본 적도 있다. 탈북자들이 모인 행사에서 그들을 웃기지 못해 당황했던 경험도 있다. “유명한 연예인들이 진행을 할 경우 이미 관객 호응도 70% 정도는 스타 이름값으로 먹고 들어간다. 김제동, 유재석 왔다~ 하면 난리가 난다. 하지만 내가 김제동이 아닌 걸 어쩌겠나?(웃음) 전국을 돌고, 고도로 집중해야 해서 힘든 면도 많지만 무대에 섰을 때만은 정말 즐긴다. 손끝 하나, 말 한마디에 관객들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수련관 전속 사회자로 활동하다가 인기 개그맨이 된 이수근이 부럽지 않은 것도 엠시로서 지금 현장을 즐기고 있어서다.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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