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13 19:54
수정 : 2009.07.13 19:54
[건강2.0]
‘체질’이란 말은 참 흔하게 쓰인다. ‘그 사람은 정치가가 체질이야’, ‘수박이 몸에 안 맞는 체질이야’ 등 무심코 말할 때가 많다. 이 모든 ‘체질’이 비록 뜻하지 않았더라도 실은 사상체질과 관련이 있다. 이런 체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어떻게 판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그만큼 어렵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모든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한 가지 체질로 판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여러 가지 문제와 불신도 많았다.
유명한 한의사를 아내로 둔 한 철학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사상의학은 대단히 매력적인 미래 의학이라고 확신하지만, 체질 판별이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그 미래가 없다는 것도 확신한다’고 질책한 적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상의학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이는 동서양의 학문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16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발달한 오늘날의 서양과학은 눈에 보이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기초해 발전해 왔다. 이에 견줘 동양학문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묶어서 하나의 체계로 설명한다. 즉 잎과 꽃을 보고 뿌리의 모습을 유추해 알아내는 방식이다. 체질도 그 사람의 수많은 정보를 종합해서 유추와 통찰을 통해 판별을 한다. 그런데 일반인을 위한 체질 자료들은 잎과 꽃의 모습만을 나열해 놓은 것이다.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정확도 80%의 객관적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의사의 주관을 배제하고 얼굴 형태, 체형, 혈액 특성, 성격, 생리 특성 등에 대한 분석과 설문만으로 높은 진단 정확도를 가진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은 이런 체질 진단의 문제에 큰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두 사람이 아닌 전국의 사상체질 전문가들의 경험을 모아 과학적 분석을 거쳐 이뤄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제 이 기술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성능을 좀더 높이고 실용화하는 일이 남았다.
체질을 알고 잘 활용하면 우리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건강 관리뿐 아니라, 마음 관리, 직업 선택, 자녀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런 굉장한 보물을 잎사귀만 잠깐 들여다보고 알아내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이제 과학적 기술을 갖춘 한의사로부터 정확한 체질을 진단받고 그것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때가 머지않았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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