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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3 20:04 수정 : 2009.07.13 20:13

청춘불패! 암환자에게 웃음과 희망을 쏘다

[건강2.0]
27살 대기업 사원 ‘임파선암 3기’ 진단
고통스런 투병과정 만화 그리며 객관화
“다른 환자들 위로하고 소통하고 싶다”

병이 준 선물 /
만화 ‘암은 암, 청춘은 청춘’ 그린 조수진씨

동글동글한 얼굴에 두건을 쓰고 나타난 조수진(31)씨는 ‘상큼 발랄’ 그 자체였다. 항암제 치료를 시작한 뒤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골룸처럼 보이는 게 싫었던” 그는 머리를 빡빡 깎았다. 귀여운 문양이 그려진 두건으로 까까머리를 가린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오방떡 소녀’다.

“병에 걸린 뒤 이렇게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일상의 모든 것이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는 인터넷에서 오방떡소녀라는 필명으로 암 투병일기를 만화로 연재해 누리꾼들을 울고 웃게 한 당사자이다. 최근엔 인터넷에 올린 투병만화를 엮어 <암은 암, 청춘은 청춘>이란 책도 펴냈다.

조씨는 2005년 림프샘(임파선)암 3기를 진단받았다. 27살 때였다. 암에 걸리기 전까지 그는 말 그대로 ‘잘나가는 인생’이었다. 대전과학고를 나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타고난 열정을 불사르던 인재였다. 여느 청춘들처럼 밤새 놀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운동은 관심 밖이었다. 공부와 일은 악착같이 하면서 건강 챙기는 일은 무조건 귀찮아했다. 욕심도 많아서 다른 사람의 장점은 모조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런 그에게 암은 날벼락이었다.

청춘불패! 암환자에게 웃음과 희망을 쏘다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인 줄 알지만 저한테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거든요.” 골수검사를 위해 골반뼈를 뿌드득뿌드득 뚫고 펌프질하듯 골수를 뽑아내고, 항암제를 복용하면서 구역질을 수도 없이 하면서 죽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은 가족들이다. 매일 새벽기도에 나가 조씨를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 엉뚱하고 귀여운 어머니,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 만화가가 꿈이었던 그는 암 투병을 계기로 어릴 적 꿈을 이뤘다. 그가 자신에게 찾아온 암이라는 낯선 친구와 친해지기까지의 과정을 만화로 연재하면서다. 언니의 권유로 투병일기를 만화로 그리게 됐다. 그는 밤에 누워서 구상을 한다. 지나온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 그는 울고 또 운다.

“아침에 깨 만화를 그리다가 자신을 객관화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전날 많이 울어서 그런지 다음날은 이상하게 유머도 덧붙이게 되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만화가 암 선고를 받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막막함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웃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만화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객관화하는 작업인 동시에 또다른 암환자들과 교감을 하는 소통의 도구다.

암 투병을 하면서 그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다. 특히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요양원에서는 같은 또래가 없어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그는 앞으로 젊은 암 환자를 위한 요양원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꿈이다.

“암 환자라고 우울하게 살 필요 없잖아요. 병이 다 낫고 난 뒤에 인생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순간을 사는 것이 중요하겠더라고요. 암은 암, 청춘은 청춘이잖아요.”

이틀 뒤 다시 항암 치료에 들어간다는 그는 이날도 친구들을 만나러 약속 장소로 경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조씨 상태는 허리·골반뼈로 암이 전이된 상태로 림프샘암 4기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항암 치료 뒤 자가골수이식을 계획중이다.

양선아 기자, 사진 책으로 여는 세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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