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식중독
100만명당 154명 “위험 여전”…탈수·쇼크 가능성도
맛·냄새론 구별 안돼…냉장고 믿지 말고 바로 먹어야
무더운 여름엔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가스레인지 위의 이글거리는 불꽃을 보다 보면 땀은 삐질삐질 흐르고 식욕마저 싹 사라진다. 주부 김애란(32)씨는 이런 이유로 여름엔 자꾸 꾀를 부리게 된다. 요리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국을 한꺼번에 끓여 냉동실에 저장해 놓았다 해동해서 먹는다. 아예 국을 생략하고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생선을 오븐에 구워 김치와 함께 간단히 상에 내놓기도 한다. 다른 계절보다 장도 덜 보고, 음식도 대충대충 해서 먹는 날도 많다. 주방에 들어가기조차 싫은 날엔 가족들과 외식을 한다.
김씨처럼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식중독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냉장고만 믿고 음식물을 오래 보관했다 발등 찍힐 수 있고, 외식 중에 음식을 잘못 먹었다 큰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전히 빈발한 식중독
정부에서는 식중독 예방을 위한 홍보를 일년 내내 펼친다. 식약청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아예 식중독예방 대국민 홍보사이트(
http://fm.kfda.go.kr/)까지 만들었다. 최근 건강이나 음식물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으니 식중독 발생 건수나 환자가 줄어들 만하다. 그러나 식약청이 집계한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3년간 식중독 발생 건수(각 지자체 보건소에 신고된 건수 기준)를 보면, 2006년 259건, 2007년 510건, 2008년 354건으로 들쭉날쭉하다. 식중독 환자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인구 100만명 우리나라 식중독 환자 수는 154명으로 미국의 70.1명보다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올해 6월 말까지 집계된 식중독 환자 수도 36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환자 수(3635명)와 비슷하다.
■ 7~8월엔 특히 어패류 조심
식중독은 식품 또는 물의 섭취에 의해 발생하였거나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이다. 식중독에 걸리면 복통, 설사,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미열이나 고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최경성 한국산재의료원 순천병원 내과 과장은 “식중독에 걸리면 대부분 자연치유가 되지만, 일부 어린이와 노약자, 만성병 환자의 경우 탈수에 빠져 쇼크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식중독을 우습게 보다간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날씨가 가장 더운 7, 8월에 식중독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식품은 무엇일까? 식약청이 2006~2008년 7,8월 식중독 원인이 되는 식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 264건 가운데 어패류가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김밥이나 도시락 같은 복합조리식품이 19건, 육류가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7, 8월 식중독의 원인물질을 균으로 분류하면, 병원성 대장균(46건), 장염 비브리오균(45건), 황색포도상구균(24건), 살모넬라(17건) 순이었다.
■ 안전한 음식물 관리 요령
식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물 섭취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과 같은 고온 다습한 상온에서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육홍선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음식에 미생물이 번져 있어도 맛이나 냄새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여름철엔 한번에 먹을 만큼만 조리해 싱싱한 음식을 그때그때 가열해서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자주 장을 보지 못한다면, 냉장고와 냉동고를 잘 활용해 적절한 기간 동안 제대로 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음식은 어패류다. 고등어와 같은 생선, 오징어나 문어, 조개, 굴과 같은 어패류는 여름엔 가능한 한 익혀서 먹도록 하자. 어패류를 통해서는 장염 비브리오균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균은 60℃에서 5분, 55℃에서 10분 가열하면 쉽게 죽는다. 굳이 회를 먹고 싶다면 민물보다는 바다회가 낫고, 싱싱한 회를 즉석에서 먹는 것이 좋다. 횟집을 고를 때는 주방 위생 상태가 좋은지 잘 살피고 선택한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잘 씻지 않은 칼이나 도마를 통해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 남은 회를 아깝다고 집에 가져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유제품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우유는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바로 먹는 게 좋다. 1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된 우유라면 미생물이 번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우유를 먹었다간 배탈 나기 십상이다. 만약 장이 좋지 않아 찬 우유를 먹기 싫다면 우유보다는 요구르트를 먹는 것이 장에는 부담이 덜하다. 또 아이스크림 등을 먹을 때도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육류 역시 바로 구워먹거나 조리해 먹도록 하자. 냉장실에 보관해야 한다면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바로 먹지 않는다면 급속 동결시키도록 해야 한다. 육홍선 교수는 “돼지고기 등을 냉장실에 넣어뒀다 냉동실에 넣어 얼리면 육즙이 다 빠지고 육류 조직을 파괴해 맛이 없다”며 “오늘 산 고기를 오늘 내에 먹지 않는다면 바로 냉동실에 넣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간혹 냉동실에 보관하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고 오랫동안 고기를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1~3개월 정도 지나면 냉동실에서도 육류는 상한다. 따라서 3개월 이상 보관한 고기는 과감히 버리자.
햄이나 소시지, 참치캔 같은 가공식품 보관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햄은 일부 먹을 만큼만 잘라 놓고 냉동 보관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치 통조림 역시 한번 개봉했으면 생식품처럼 생각하고 빠른 시일 내에 먹어야 한다.
국을 많이 끓였다면 반드시 냉장실에 보관해야 하며, 아침저녁으로 끓여 보관해야 한다. 또 뜨거운 국을 빨리 식히기 위해 냉장실에 넣어 식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행위는 냉장실 온도를 오르락내리락 하게 함으로써 미생물 번식에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다. 뜨거운 국은 찬물에 담가 식히도록 하자. 여름철엔 냉장고 온도가 평소보다 2~3도 더 높으므로 자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도 피하자.
감자나 파 등 채소는 신문지로 싸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도록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으면 더욱 좋다. 채소나 과일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냉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비닐이나 페트병을 이용해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잘 감싸고, 김치냉장고통 등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좀 더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외에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도 식중독을 잘 발생시키는데, 여름철엔 김밥을 싸는 즉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바로 먹을 수 없다면 외식 메뉴로 김밥보다는 끓여서 먹는 국이나 전골류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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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제일‘ 식중독 예방 이렇게
1. 조리 전 또는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손을 20초 이상 비누칠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자.
2. 음식물은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고, 물은 가급적 끓여 마시자.
3. 조리한 음식물은 바로 섭취하고, 보관할 경우는 반드시 냉장고를 사용하자.
4. 냉장 보관한 음식도 다시 먹을 경우에는 재가열해 먹자.
5. 조리 기구 및 행주는 뜨거운 물이나 살균소독제로 철저히 소독하자.
6. 칼과 도마는 조리한 음식용과 조리하지 않은 음식용으로 구분해 사용하자.
7. 씽크대 등 주방 내·외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냉장고 청소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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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식약청 식중독예방관리과, 육홍선(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식중독균 어떤게 있나
식중독을 발생시키는 미생물은 다양하다. 각 미생물마다 특성과 식중독을 발생시키는 경로, 원인이 되는 식품에 대해 알아봤다.
병원성 대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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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성 대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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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대장균은 건강한 사람의 대장에서 상주하면서 대장의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유지하고, 장을 튼튼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 대장균과 달리 영·유아에게 전염성 설사증이나 성인에게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있는데, 이를 병원성 대장균이라 부른다.
병원성 대장균은 일반적인 대장균과는 달리 식품 및 음용수 등에 오염되어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킨다. 병원성 대장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O157:H7인데, 이 균은 인체 내에서 베로독소라고 하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 대장 표면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출혈을 일으킨다. 병원성 대장균은 동물, 건강인, 자연환경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균이 오염돼 증식된 식품이면 어떤 것이든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식품은 햄, 치즈, 소시지, 크로켓, 채소 샐러드, 구운 소고기, 분유, 도시락, 두부, 소간 등이며 유아에서는 오염된 우유의 섭취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물을 통한 집단 식중독의 발생도 가능하다. 개인위생을 항상 청결히 하고, 음료수 및 식품은 충분히 가열 뒤 섭취해야 병원성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육류와 분쇄고기 등은 중심부 온도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혀야 하며, 육류와 내장은 분리된 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황색 포도상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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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포도상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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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포도상구균은 4~5개 균이 모여 포도송이 모양을 하고 있어 포도상구균이라 부른다. 황색포도상구균이 음식 취급자의 손이나 코 점막 등에 붙어 있다가 손을 통해 음식에 옮겨진 뒤 음식울이 실온에서 방치되면 균이 증식해 장독소(enterotoxin)을 만들어낸다. 이 균은 소금농도가 높은 곳에서도 증식하며 특히 건조 상태에서 저항성이 강해 식품이나 가검물 등에서 수개월 생존해 식중독을 유발한다. 60℃, 30분의 가열로 균은 거의 죽지만 식중독 원인 물질인 장독소는 내열성이 강해 100℃ 에서 60분간 가열해야 파괴된다. 원인식품으로는 육류 및 그 가공품과 우유, 크림, 버터, 치즈 등과 이들을 재료로 한 과자류와 유제품 등이 있다. 김밥, 도시락, 두부, 복합조리식품과 크림, 소스, 어육 연제품 등도 이에 해당한다. 식품 취급자는 손을 청결히 하며 손에 창상 또는 화농되거나 신체 다른 부위에 화농이 있으면 식품을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식품은 적당량을 빨리 조리한 뒤 모두 섭취하고, 식품이 남았을 경우에는 실온에 방치하지 말고 5℃ 이하에 냉장 보관하자. 황생포도상구균의 가장 큰 특징은 음식을 먹은 뒤 2~3시간이면 복통, 구토, 설사 등 식중독 증세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장염 비브리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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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 비브리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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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세균의 일종으로 2~4%의 소금물에서 잘 살며 해수온도가 15℃ 이상이 되면 급격히 증식한다. 원인식품으로는 어패류, 생선회, 수산식품(게장, 오징어무침, 꼬막무침 등)이 원인이다. 여름철 근해의 오징어, 문어 등 연체동물과 고등어 등 어류, 조개 등 패류의 체표, 내장과 아가미 등에 부착해 있다가 근육으로 이행되거나 유통과정 중에 증식하여 식중독을 일으킨다. 특히 어패류의 체표와 내장 및 아가미 등에 달라붙어 있다 이를 조리한 사람의 손과 기구로부터 다른 식품에 2차 오염돼 식중독을 발생시킨다. 보통 어패류를 먹은 뒤 12시간 정도 지나면 급성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어패류는 수돗물로 잘 씻고, 횟감용 칼, 도마는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오염된 조리 기구는 깨끗이 씻어 열탕 처리해야 한다. 가능한 한 생식을 피하고, 식품을 가열한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살모넬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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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넬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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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넬라균은 포자를 형성하지 않은 균으로 운동성이 있다. 60℃에서 20분 동안 가열하면 죽지만, 토양 및 수중에서는 비교적 오래 생존한다. 균이 생체 내로 침입되면 장내에서 분열·증식되어 독소가 생산되나 독성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한 뒤 8~48시간 후에 발병한다. 부적절하게 가열한 동물성 단백질식품(우유, 유제품, 고기와 그 가공품, 가금류의 알과 그 가공품), 식물성 단백질식품(채소 등 복합조리식품), 생선묵, 생선요리, 어패류 등이 원인이다. 또 면류, 야채, 샐러드, 마요네즈, 도시락 등 복합조리식품 등도 원인이다. 사람, 가축, 개, 고양이, 자연환경 등에 존재하며, 보균자의 손, 발 등 2차 오염에 의한 오염식품을 섭취할 때에도 감염이 될 수 있다. 조리 뒤 식품을 가능한 빨리 섭취하도록 하며 남은 음식은 5℃ 이하 저온 보관해야 한다. 식품을 74℃에서 1분 이상 가열 조리한 뒤 섭취한다.
양선아 기자
배탈도 잘 먹어서 고쳐야
식중독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설사다. 이를 치료하려면 적절한 수액과 전해질의 보충, 영양분 공급,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과 항생제 투여 등이 필요하다.
급성 설사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액과 전해질 보충이다. 의식이 저하되거나 매우 심한 탈수 상태가 아니면 입을 통한 섭취(경구 수분 보충요법)가 효과적이다.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한 용액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 보통 찻숟가락으로 한 수저의 소금, 여덟 수저의 설탕, 0.5~1컵 정도의 오렌지 주스를 1리터의 물에 섞어서 마시면 도움이 된다. 시판되고 있는 과일 주스, 탄산음료(콜라) 등은 탈수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의식이 저하되거나 탈수가 심하면 정맥 주사를 통해 수액을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설사를 할 때에는 금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위험한 생각이다. 수분과 영양분을 섭취해야 장세포의 회복이 빨라진다.
설사 초기에는 쌀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고 증상이 호전됨에 따라 단백질, 지방 순으로 보충한다. 어른이라면 끓인 죽이나 감자, 쌀, 밀, 보리 등으로 만든 곡류에 소금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야채죽, 바나나, 요구르트 등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변이 점차 굳어지면 정상적인 식단으로 식사를 하도록 한다. 설사 초기에는 유제품 섭취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지사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호전되기는 하지만, 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가 심하다고 무턱대고 지사제를 사용할 경우 장내 독소의 배설을 막아 체내 독소가 쌓일 수 있다. 지사제 사용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양선아 기자
도움말:최경성(한국산재의료원 순천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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