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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야, 왜 이리 까칠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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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지마켓과 함께하는 시골 밥상 공모전
사무실 옥상에 화분으로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올봄까지 옥상은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는 쓸모없는 공간이었지만 정원을 만들고 보니 해도 잘 들고 무엇보다 비를 맞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곳 할머니(치매환자)들이 소일 삼아 채소를 가꾸면 좋겠다 싶어 화분을 가져다 두었습니다. 상추와 열무씨앗을 뿌렸습니다. 1주일이 채 안 돼 채소밭 구색을 갖추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할머니들이 물을 주고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더는 싹이 자라지 않습니다. 몇 번 다시 씨앗을 뿌렸지만 여전히 싹만 틔우고 더 커지지 않는 채소들. 비가 온 뒤 하수구에 쌓인 흙(모래가 대부분)을 퍼다 놓고 분갈이용 거름을 섞어 별 영양가가 없어서였을까요? 집에서는 스티로폼 상자에서도 잘 자라던 녀석들이 왜 이럴까? 할머니들은 씨앗을 잘못 샀다고 뭐라 하시네요. 쌈 채소를 드린다는 약속을 했기에 그나마 자란 열무를 모두 뽑았습니다. 다듬고 씻어 놓으니 초라하지만 싱싱해 보였습니다. 첫 수확물입니다. 스무 명 가까운 할머니들이 드시기에는 턱없이 적은 양, 그래도 작은 그릇에 담아 양념장으로 무친 열무김치를 맛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 거친 것일까? 싱싱한 즙은 만족스럽지만 까끌까끌한 열무 껍질은 그다지…. 오늘, 열무를 뽑아 낸 곳마다 다시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농작물은 농사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시원한 열무 물김치를 담그려 합니다. 할머니들은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야단을 치지만 그래도 한 달 뒤면 밥상에 올릴 정도는 되겠지요. 이것마저도 꿈이 아니기를. 전화진/대구 달서구 두류1동 <한겨레>가 지마켓과 ‘나의 시골 밥상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베란다 텃밭이나 간이 화분에서 재배한 작물로 차린 요리 사진과 베란다 등 협소한 공간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나만의 요령’을 함께 보내 주세요. 매주 한 분을 뽑아 40만원 상당의 지마켓 선물권과 가정에서 무공해로 길러 먹는 웰빙 새싹채소세트를 드립니다.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 접속해 esc를 클릭한 뒤 시골 밥상 공모란에 사연을 남겨 주세요. 주제ㆍ분량은 홈페이지 참조. 당첨자는 개별 연락하며 매주 목요일 요리면에 공지합니다. 문의 (02)7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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