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10 19:27
수정 : 2009.08.10 19:27
[건강2.0]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마음이 총명탕으로 쏠리고 있다. 총명탕은 공부 능률이 떨어지거나 두통, 불면증, 우울증, 소화기 장애 등 수험생 증후군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한 처방이다. 그러나 이런 한약의 효과가 근거 없다는 얘기를 하는 의사도 있다.
총명탕의 유래를 보면 예전에 주자가 지어 먹고는 하루에 천권의 책을 외웠다는 ‘주자독서환’이 있고, 공자가 기억력을 높이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먹었다는 ‘공자대성침중방’도 있다. 또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들이 먹었다던 ‘장원환’도 있다.
이런 처방에 얽힌 얘기들을 말 그대로 다 믿을 수야 없겠지만 옛날부터 시험 공부를 할 때 머리를 맑게 하려는 목적으로 한약이 이용됐음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눈과 귀를 총명하게 하는 약재’들은 원래 건망증을 치료하고 귀먹는 것을 막아주는 약재들이다.
서양의학에서도 기억력에 관련된 약들은 모두 치매 치료의 연구 과정에서 밝혀진 것들이다. 스테로이드, 베타수용체 차단제, 여성 호르몬 등이 노인성 치매의 발병 위험을 낮추고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까닭으로 양의사들은 총명탕을 서양의학의 치매 치료제와 비슷한 약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총명탕의 원리는 전혀 다르다. 한약이 건망증을 치료한다고 해서 뇌의 어떤 물질에 관여한다고 확실히 알려진 것도 아직 없고, 귀먹는 것을 막아준다고 해서 청각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총명탕은 일종의 보약이다. 즉 부족한 기력을 보충해 줘 두뇌 활동을 최대한 활발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사람의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인삼, 숙지황 또는 녹용을 쓰는 식으로 다양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이목을 총명하게 하는 약재’들을 더해 온몸에서 풍성해진 기운을 그쪽으로 보내 줌으로써 처방의 효능이 최대한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연결돼 있어 몸이 좋지 않으면 정신도 흐려져 공부를 잘할 수가 없다. 이때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줌으로써 머리가 맑아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총명탕의 원리다.
꼭 총명탕이 아니더라도 수험생에게는 평소 체질에 맞는 차를 마시게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소음인이라면 인삼차와 유자차, 귤차, 소양인이라면 녹차, 결명자차, 태음인에게는 오미자차가 좋다. 특히 시험에 약한 태음인은 연뿌리를 많이 먹어 두면 심장이 강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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