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8.12 19:50 수정 : 2009.08.16 19:11

추리소설가도 속인 범인은 누규?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매거진 esc] 추리 퀴즈
붉은 등대섬 살인사건…네 용의자의 완벽한 알리바이

이번엔 마음도 머리도 으스스해지는 미스터리 추리퀴즈입니다. 무섭다고 신문을 접지 마시고, 찬찬히 읽으면 범인이 보입니다. 추리퀴즈는 <EQ추리퀴즈 프로젝트><IQ추리퀴즈 프로젝트>를 쓴 추리소설가 황세연씨가 출제했습니다.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요?

추리소설가 다섯 명이 무인도인 ‘붉은 등대 섬’으로 휴가를 갔다. 그들은 낚싯배를 타고 섬에 도착했고 낚싯배 선장은 “이틀 뒤에 오겠다”며 섬을 떠났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자 평지가 나왔다. 평지 끝 절벽에 붉은 등대와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무인도라더니 웬 집이야?” 무리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섬을 여행지로 정한 황세팔에게 물었다.

“빈집이야. 우리가 묵을 숙소지. 1년 전까지만 해도 저 집에 등대지기와 아내, 두 명의 어린아이들이 살았는데….”

등대지기 일가족 몰살의 비밀

“등대가 자동 무인등대로 바뀌며 이사 갔나 보지?”


“그게…. 사실은, 1년 전에 저 집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어. 등대지기가 어느 날 갑자기 미쳐 가족들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도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지. 사실, 모두 죽었으니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야.”

“저런!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우리가 이틀씩이나 묵어야 한단 말이야?”

“추리작가들이 왜 그래? 매일 사람 죽이는 방법을 궁리하는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살림살이가 그대로 있었다. 다만,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게 사실인 것 같았다. 다섯 명의 작가들은 1층을 깨끗이 청소한 뒤 쓰기로 했다. 황세팔이 살인사건이 2층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2층에는 아무도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거센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대만을 지나 중국으로 상륙할 예정이라던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추리소설가도 속인 범인은 누규?

태풍이 지나간 뒤 바다 위를 떠돌던 주검 한 구가 발견되었다. 붉은 등대 섬으로 휴가를 갔던 추리소설가 황세팔이었다. 시체는 맨발이었는데 오른쪽 발바닥에 압정 하나가 박혀 있었고 등에 잭나이프가 깊이 꽂혀 있었다. 용의자들은 붉은 등대 섬에 같이 있었던 네 사람. 조사를 해보니 네 용의자는 모두 황세팔을 죽일 만한 동기가 있었다. 겉으로는 모두 죽은 황세팔과 친해 보였지만 여자 문제, 이권 문제, 금전 문제, 원한 관계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형사가 당시 같이 있었던 용의자 넷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조사를 시작했다.

“목욕만 씨! 사건이 일어나던 시간에 뭘 하고 있었죠?”

“2층에 올라간 황세팔이 칼에 찔리던 시각 저는 1층 화장실에 있었습니다. 샤워를 끝내고 막 샤워기를 잠그는데 어디선가 ‘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뭔가 큰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수건으로 몸에 흐르는 물만 대충 닦은 뒤 팬티만 입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비명 소리를 들은 왕라면, 이어서 소변남이 2층으로 뛰어올라가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자 다소 안심이 되어 저는 반바지와 티셔츠를 걸친 뒤 바로 뒤따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목욕만 씨가 맨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2층에 올라가셨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처음에 비명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소변남과 왕라면이 2층으로 뛰어올라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갔죠.”

“그러고요?”

“2층에 올라가자 창가에 황세팔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황세팔은 안으로 뛰어 들어온 우리를 쳐다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더군요. 들고 있던 손전등은 왕라면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마치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왕라면 씨를요?”

“아, 아닙니다.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흩어진 용의자들

왕라면이 손을 마구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사가 그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겁에 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황세팔은 다리를 저는 것 같았고 곧 낮은 창틀에 엉덩이가 걸리며 뒤로 넘어가 창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창 밑은 절벽이고 절벽 밑은 바다라서 시체가 바다를 떠돌다 어부에게 발견된 거군요. 목욕만 씨, 그때 황세팔 씨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아뇨! 저는 황세팔의 등에 칼이 꽂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황세팔의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2층 거실에 잔뜩 뿌려놓은 압정을 밟고 우연한 사고로 창밖으로 떨어져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목욕만 씨는 화장실에 있었기 때문에 범인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화장실 앞의 거실에서 사람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는데 저는 화장실에서 잠시도 나간 적이 없습니다. 화장실은 출입문을 제외하면 절벽인 바다 쪽으로 나 있는 작은 통풍구 하나가 전부라서 그곳으로는 사람이 드나들기가 불가능합니다. 고양이라면 또 모를까.”

“소변남 씨! 목욕만 씨의 말이 맞나요?”

“예. 사실입니다.”

“소변남 씨는 그때 뭘 하고 있었죠?”

“저는 거실에서 장기표와 장기를 두다 오줌을 누러 현관 밖으로 나갔고,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밖에서 오줌을 누고 들어오는 중이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목욕만 씨가 샤워를 하고 있어서 오줌을 누러 밖으로 나간 것이군요. 비명 소리는 들었나요?”

“아뇨. 그때 저는 밖에 있었기 때문에 비명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막 거실로 들어서는데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던 장기표가 2층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싶어 저도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목욕만이 한 것과 같습니다.”

“혹시, 오줌이 마렵다는 핑계를 대고 집 밖으로 나가 2층으로 올라가 살인을 저지른 건 아닙니까?”

“아, 아닙니다! 형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집 밖에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습니다. 밖에서 2층으로 올라가려면 사다리나 줄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줄을 타고 절벽 쪽에 나 있는 2층 창문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어떤 미친놈이 목숨을 걸고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저는 그런 일을 벌이고 다시 1층 현관으로 돌아올 시간도 없었지만, 만약 제가 그랬다면 폭우에 입고 있던 옷이 모두 젖었을 텐데 저는 처마 밑에서 오줌을 눴기 때문에 옷도 젖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장기표 씨! 소변남 씨의 말이 맞나요?”

“예. 제가 본 부분은 모두 사실입니다.”

“장기표 씨는 당시 장기를 두고 있었다고요?”

“예. 저는 그때 1층 거실에 앉아 소변남과 장기를 두다 소변남이 밖으로 나가자 장기의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죠. 황세팔이 칼에 찔려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 순간 뭔가 위급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급히 2층으로 뛰어올라갔죠. 제가 2층에 올라갔을 때 황세팔이 창가에 서 있었는데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다 제 뒤를 따라 다른 사람들이 2층으로 올라오자 누군가를 보고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창문 너머로 떨어진 거죠.”

“황세팔 씨가 누굴 보고 겁을 먹었죠?”

“그게 글쎄,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줄줄이 올라와서….”

“왕라면 씨는요?”

거짓말의 열쇠는 어디에

“저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절대 범인이 아닙니다. 저는 그때 1층의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며 라면에 넣을 파를 썰고 있었습니다. 1층 부엌은 창문이 있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긴 하지만, 밖으로 나가 줄을 타고 2층에 올라갔다 왔다면 당연히 옷이 젖었을 텐데 저는 옷도 젖지 않았고,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거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라면을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봤기 때문에 사건 당시 틀림없이 저는 부엌에 있었습니다. 2층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을 때 저는 영문도 모르고 부엌칼을 든 채 부엌에서 뛰어나왔는데 거실에 있다 비명 소리를 들은 장기표가 2층으로 뛰어올라가고 있더군요. 저도 곧장 올라가려 했지만 라면이 막 넘치기 시작해서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가스불을 끈 뒤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황세팔 씨가 저를 보고 놀란 것은 손에 들고 있던 부엌칼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황세팔의 등이 보이지 않아 모르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이미 칼에 찔린 상태에서 내가 칼을 들고 뛰어올라오니 내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착각한 것이겠죠. 그래서 뒤로 물러나다….”

“거참! 모두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군요. 2층에서 비명이 들려왔을 때 1층 거실에 있었고 현관 밖에 있었고 부엌에 있었고 화장실에 있었다. 그럼 황세팔 씨가 자살이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설마 모두 짜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겠죠?”

“아, 아닙니다!”

“그래, 범인은 당신들 중에 있고 단 한 명입니다.” 누가 이 사건의 범인일까?

추리퀴즈 정답과 해설

범인은 거실에 있다 2층에 가장 먼저 도착한 장기표다. 죽은 황세팔은 칼에 찔려 비명을 지른 것이 아니라 장기표가 2층에 뿌려놓은 압정을 밟고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렀다. 장기표는 황세팔이 2층으로 올라가도록 유도한 뒤, 황세팔이 2층에 올라가 압정을 밟고 비명을 지르자 비명 소리를 신호로 삼아, 발바닥에 박힌 압정을 뽑기 위해 엎드려 있던 황세팔의 등을 미리 갖고 있던 잭나이프로 내리찔렀다. 장기표가 황세팔을 칼로 찌르고 물러났을 때 사람들이 2층으로 줄줄이 올라왔고, 요리를 하다 부엌칼을 들고 뛰어올라온 왕라면을 보고 이미 칼에 찔린 황세팔은 모두가 자신을 죽이려는 공범인 줄로 착각하고 더욱 공포에 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 창밖으로 떨어졌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