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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4 20:28 수정 : 2009.08.24 20:28

[건강2.0]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약회사는 약을 만드는 회사쯤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보다 새로운 질병과 환자를 만드는 데 더욱 열을 올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30여년 전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최고경영자는 “모든 사람들이 껌처럼 약을 먹는 사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그들의 꿈은 이뤄져 가고 있다.

의학 저널리스트인 앨런 커셀스 등은 <질병의 사회학>이라는 책에서 “세상에는 건강한 사람에 견줘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시장구조가 제약사의 성장엔 큰 장벽이다. 이를 뛰어넘어 제약사들이 개척한 ‘블루오션’이 ‘건강한 정상인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켜 약을 찾도록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부끄럼 잘 타는 것은 ‘사회공포증’, 생리를 앞두고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것은 ‘월경 전 불쾌장애’, 사소한 성적 문제들은 ‘성기능장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폐경은 ‘호르몬 결핍 질환’, 어딘지 모르게 산만한 사람을 ‘성인 주의력결핍장애’로 만든다.

이런 겁주기 마케팅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얀센은 보건소와 의사들을 동원해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열었다. 그러나 이 강좌는 아이가 산만한 것이 ‘어리기 때문이 아닌 질병’이라는 공포심을 부모들에게 심어줘, 자사 상품인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 판매를 증진하려 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 회사의 ‘신규환자 창출 프로그램’을 보면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1만명의 신규 환자를 창출하고 월 5억원의 판매를 증대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그러나 얀센의 이 제품은 습관성 중독이 일어나기 쉬운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160명이 넘는 사망자와 1000여명이 넘는 중추신경 이상 환자가 발생해 현재 미국 식약청의 안전성 조사를 받고 있는 약물이다.

제약회사와, 이들과 결탁한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가볍거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온 증세를 ‘의학적인 질병’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지 불편한 것쯤으로 받아들이던 것을 이제는 약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한 질환으로 둔갑시킨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은 이런 환경에 노출됐을 때 현혹되기 쉽다. 때문에 감독기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병을 무시해서도 안 되겠지만 건강에 대한 불안이 병이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병이 있어 약이 존재해야지 약을 위해 병이 있어서는 안 될 말이다.<끝>

윤영철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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