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24 20:33
수정 : 2009.08.24 20:33
[건강2.0]
한의원마다 한약 손님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침구 치료의 비중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한의원의 주 수입원은 비싼 한약이다. 그런 한약이 중국산이니, 농약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니 한의계가 큰일은 큰일이다. 게다가 홍삼과 같은 기능성 식품이 안전한 이미지로 신뢰를 얻으며 보약 수요를 대체해가고 있으니 과연 사면초가인 셈이다. 한약은 이대로 효용을 잃어갈 것인가?
한약을 조금 심하게 단순화시키면 식물 뿌리 같은 것들을 몇 가지 섞어 다려낸 물을 마시는 것이다. 우리 식탁에 놓인 채소, 육류, 해산물 등 반찬의 대부분이 농약의 침입을 벗어나지 못하듯 한약에도 농약이 들어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중국산을 비롯해 몇몇 한약재에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한약의 경우 다 합쳐야 그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원재료에 든 농약성분도 다리고 나면 크게 줄어든다. 이런 사실들을 국민이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한약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약 고객의 감소에는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한약이 부작용이 없다는 생각은 오해이다. 아니,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진실이다. 부작용이 아니라 한약은 제대로 작용을 하는데 단지 적용이 잘못돼 해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음인에게 좋은 인삼을 소양인에게 쓰면 열이 오르고 아토피가 심해지는 식이다. 이런 잘못된 경험들이 한약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약화시켜 왔을 것이다.
별스럽지 않은 재료 몇 가지의 조합인 것 같지만 제대로 쓰였을 경우 한약의 효과는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8년 동안 환자를 보면서 감기나 위장병 같은 쉬운 병부터 알레르기나 심장 및 혈관 질환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의 위대함을 충분히 체험하고 나서 한의학 진단을 과학화하기 위해 연구원에 들어왔다. 정확한 진단 도구의 확보만이 한약의 신뢰를 높여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고 한의학을 국가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약의 안전성 문제에 중차대한 책임은 누구보다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국민이 먹는 한약이라면 일찌감치 안전성 관리를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한의사 역시 국민과 함께 피해자일 수 있다. 한의학은 우리 국민과 한의사가 함께 가꾸고 활용해야 할 소중한 민족 유산이다. <끝>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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