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26 17:42
수정 : 2009.08.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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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멎게 하는 매미소리, 라이카 ‘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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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라이카,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에 안고픈 카메라다. 라이카를 손에 쥐는 순간 혈맥이 뚫리고 내공이 급상승해 셔터를 누르는 대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뛰어넘는 절대 신공을 소유하게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브레송은 그림을 공부하던 어린 시절, 현미경과 망원경 등 광학기기를 생산하던 라이츠사의 기술자 오스카어 바르나크가 만든 라이카를 보고 사진의 세계에 빠졌다. 브레송은 라이카를 평생 애용했다. 하지만 60대에 접어들면서 라이카를 내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데 열정을 쏟았다. “사진은 즉각적 행위이고, 데생은 명상”이란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에겐 라이카도 연필과 같은 도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카메라는 단지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카메라 가게 쇼윈도에서 라이카를 보는 순간 언제나 잊는다. 비자금만 생기면 언제든 ‘지를 준비’가 돼 있다.
라이카가 만든 많은 카메라 가운데서도 M시리즈, 그 가운데서도 M3는 라이카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명기’다. 생산된 지 50년이 넘었는데 현역에서 뛰고 있고 흠모의 대상이다. 사진가들은 저속 셔터에서 ‘미이’ 하고 나는 M3의 매미 소리를 아낀다. 마치 라이더들이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의 두둥거리는 엔진소리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처럼. “M3의 매미 우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M3를 사랑하는 사진가의 글을 읽은 적도 있다.
M3는 1954년 생산되기 시작한 라이카 M시리즈의 원조. M3를 포함해 M2(1958년), M4(1967년), M5(1971년), M4-2(1977년), M4-P(1980년), M6(1984년), M7(2001년),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로 변신한 M8(2007년)까지 모두 9가지의 모델이 나왔다. 왜 M2가 M3보다 뒤에 나왔고 M1은 왜 없느냐고 갸우뚱할 독자들이 있겠다. M2는 M3를 바탕으로 뷰파인더와 셀프 타이머 등의 기능을 줄여 20%나 원가를 깎아 만든 보급형이고, M2보다 1년 뒤에 나온 M1은 M2에서 기능을 더 단순화해 나온 터라 M2의 하위 모델로 본다.
M3는 1954년부터 단종되기 직전인 1968년까지 모두 22만6178대가 생산됐다. M3 이전의 카메라들은 다른 화각의 렌즈로 바꿔 끼울 경우 파인더를 따로 장착해야 했다. 하지만 M3는 렌즈를 교환하면 자동적으로 파인더 내의 프레임이 변하도록 설계됐다. 교환이 불편했던 이전 라이카 카메라의 스크루 마운트(렌즈를 카메라에 붙이는 나사 모양 홈)를 개선한 M형 베이요넷(Bayonet) 마운트는 자주 빠르게 렌즈를 교환해야 하는 사진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한 지 3년 만에 10만대가 넘는 M3가 팔려나갔는데, 당시 경쟁모델인 니콘 S2의 총판매량이 9만대였다는 것을 놓고 본다면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짐작게 한다.
라이카 M3는 패전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던 독일의 자존심을 세운 카메라였다. 라이카는 M3를 통해 ‘독일이 만들면 뭔가 다르다’는 신뢰를 심어줬고, 현재도 ‘라이카’는 사진가의 꿈이자 로망을 나타내는 단어다.
글 조경국(월간 <포토넷> 기자)·사진 반도카메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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