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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6 19:29 수정 : 2009.08.30 18:04

자크 카르티에 광장과 몬트리올 시청.

[매거진 esc]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 이룬 도시
주민에게도 여행자에게도 자전거 천국

몬트리올이 캐나다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뉴욕, 파리, 런던처럼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몬트리올이 마운트 로열(Mount Royal)이라는 산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물론 세인트로렌스 강 한가운데 섬이라는 건 더더욱 몰랐다. 그럼에도 몬트리올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드니 아르캉 감독의 <몬트리올 예수>. 칸 영화제 수상작이란 광고카피 아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이 그려진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영웅본색>류도 아닌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본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10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처럼 나 역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갑갑한 현실로부터 당장이라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탈출하고 싶었으니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너무 멀고 길다.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달라, 당장!

자전거의 효율성과 택시의 편리성을 합친 몬트리올의 대중이동수단, 빅시(BIXI). 노동효 제공

디자인 도시, 자전거 전용도로 좀 배우시지

덜컹, 덜컹. 퀘벡에서 기차를 타고 몬트리올을 향해 출발했다. 3시간 반이 걸려 몬트리올 기차역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었다. 1405호.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사방을 둘러싼 고층빌딩과 불 켜진 사무실 풍경. 서울의 테헤란로 한복판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퀘벡주에 속하지만 퀘벡시와 달리 몬트리올은 무척 현대적인 도시로구나. 하긴 특수효과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곳이라지. <토이 스토리>, <타이타닉>, <쥬라기 공원>, <투모로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의 특수효과가 이 도시에서 만들어졌고 심지어 아이맥스(IMAX) 기술도 캐나다인이 만들지 않았는가.

아침이 되자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분주했다. 검은 양복에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들. 그런데 교통체증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다. 그건 몬트리올 시민들이 주로 비엠더블유(BMW)를 타기 때문이라지. 비엠더블유가 교통체증과 무슨 상관이냐고? 몬트리올 사람들이 말하는 비엠더블유는 버스와 바이시클의 B, 메트로 지하철의 M, 워크의 W를 합친 신조어. 몬트리올시가 빅시(Bix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비엠더블유로 불리는 이동수단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빅시 시스템은 바이시클의 BI와 택시의 XI를 합친 말로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최첨단 자전거 3000대와 도심 곳곳에 설치된 300개의 전용 주차대로 이루어진다. 자기 집 근처 빅시 주차대의 빅시를 타고 가서 회사 근처 빅시 주차대에 세우고 출근한다. 자전거가 도난당할까봐 염려할 필요도 없고, 자전거를 가지러 오갈 필요도 없다. 아무 주차대에서 빅시를 꺼내 타고, 아무 주차대에 세워두면 된다. 1년간 빅시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78캐나다달러. 물론 몬트리올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 빅시 주차대에서 신용카드로 5캐나다달러를 결제하면 하루 종일 빅시를 탈 수 있으니까. 게다가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운타운의 고층빌딩들은 샤워시설을 갖추었고, 북미에서 가장 긴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깔려 있으니 몬트리올은 자전거 천국. 진정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4대강 운운하면서 엉뚱한 곳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게 아니라 도심의 자가용 이용자들이 자전거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린 시티’를 추구하는 몬트리올은 2006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디자인의 도시’이기도 하다. 30년에 걸쳐 공들인 결과라고 한다. 퀘벡이 옛 도시의 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반면 몬트리올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도시다. 가령 오래된 건물 옆에 새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오래된 건물의 모양을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올드 몬트리올에 새 건물이 들어서도 생뚱맞아 보이지 않는다. 올드 몬트리올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노트르담 대성당. 69m 높이의 쌍둥이 탑 사이의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장엄한 아름다움에 순식간에 압도된다. 1829년 제임스 오도널이 네오클래식과 네오고딕 양식을 결합해 거대한 아치형의 공간과 3800석의 본당, 2개 층의 발코니를 만들고 1870년 빅토르 부르조가 스테인드글라스와 나무조각을 보수했다. 쇠못을 단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실내공간은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가장 공연하고 싶어 하는 장소다. 마침 오케스트라의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는 이름 모를 성악가의 소프라노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제단에서 부르는 노랫소리가 성당 입구까지 크게 들렸다.

크루아상처럼 먹음직스러운 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몬트리올시 전경.

몬트리올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크루아상 빵처럼 생긴 평평한 섬이다. 그래서 몬트리올 전경을 보고 싶으면 마운트 로열에 올라가면 된다. 해발 234m에 불과하지만 몬트리올에선 유일한 산이다. <몬트리올 예수>에서 예수의 삶을 재해석한 <패션 오브 마운틴>이란 연극이 공연되던 장소도 이 산이었다. 마운트 로열에 자리잡은 성 요셉 대성당으로 향했다. 성 요셉 성당의 돔은 지름 38m, 높이 97m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규모다. 성 요셉 성당을 세운 사람은 앙드레(1845~1937) 수사다. 문맹이었던 그는 신부가 되지 못하고 수도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사를 받아 병자들, 특히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낫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적의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가 밭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짓기 시작했던 조그만 성소가 지금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성당이 된 것이다. 외관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현대적이다. 계단과 함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까닭은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겠지. 한쪽 벽에 앉은뱅이로 이곳에 왔다가 목발이 필요없어져 버린 사람들이 두고 간 목발 수백 개가 쌓여 있다. 문득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떠올랐다. 그는 어려서 소아마비에 걸렸지만 병원비가 없어서 수술을 하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 시기가 지나서 이젠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적은 멀고 돈은 가깝다. 그러나 때로 어떤 이에겐 기적보다 돈이 더 멀다.

1976년 하계 올림픽이 몬트리올에서 열렸다. 주최국이 금메달을 단 한 개도 못 딴 첫 대회였다. 이번 2010년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선 주최국 캐나다가 좋은 성적을 내겠지. 올림픽 공원엔 몬트리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몬트리올 타워가 있다. 겨울철에도 활용하기 위해 지붕을 여닫을 방안을 강구했고, 그래서 스타디움 천장을 굵은 쇠줄로 연결하는 기울기 45도, 높이 175m의 타워를 세웠다. 지금은 지붕을 완전히 닫아버려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지만 전망대는 몬트리올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전망대에서 주경기장을 내려다보면 마치 평원에 착륙한 우주선 같기도 하고 거대한 곤충 같기도 하다. 대체 프랑스 건축가 로제 타이베르는 어디서 이런 형상의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사이클 경기장으로 지어졌던 바이오돔은 자연생태체험관이 되었다. 캐나다 여러 기후대에서 사는 동물과 어종의 생태가 그대로 재현된다. 펭귄과 갈매기가 어우러져 놀고 있는 공간은 실외인지 실내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매주 토요일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자크 카르티에 다리.

몬트리올에 사는 철수가 몬트리올 축제 담당자에게 오는 8월29일 토요일에 세인트로렌스 강변에서 어머니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를 열겠다고 전화를 했다. 대중과 함께하는 축제는 최대한 허용해주는 곳이 몬트리올이니까. 예정대로 철수 어머니의 생일에 축제가 벌어진다. 근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듬해가 되면 ‘제2회 철수 어머니 생일축제’가 열린다며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축제가 벌어진다. 그러곤 철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매년 회를 거듭하여 30년 뒤엔 ‘제30회 철수 어머니 축제’가 열린다. 바비큐가 참 잘 익었군, 근데 철수 어머니는 아직 안 돌아가셨어? 뭐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 정도로 축제를 쉽게 열 수 있고, 축제를 즐기는 도시라는 거다. 하긴 전세계 관광도시 중 우리 도시는 축제의 도시가 아닙니다, 라고 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몬트리올은 좀 심하다. 1년 내내 축제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래도 몬트리올 최고의 축제는 국제재즈페스티벌이다. 세인트데니스 거리와 세인트캐서린 거리는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2주 동안 250만이 넘는 재즈 애호가들로 붐비고, 3000명의 뮤지션이 참가하는 콘서트가 400여 차례나 열리고, 야외에서 열리는 300여 차례의 콘서트는 공짜다.

몬트리올 식물원 풍경. 노동효 제공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여기 있구나

해질 무렵 몬트리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중심, 예술의 광장으로 이동했다. 흥겨운 재즈 선율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고 있다. 나는 퓨전 밴드 ‘위제브’(UZEB)의 베이시스트 알랭 카롱과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부라사의 퓨전 재즈 콘서트를 보기 위해 장 뒤세페 극장으로 들어갔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가 인사를 하고, 잠깐의 정적 그리고 스무 개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감미로운 재즈가 흐르자 여행자는 뒤늦게 깨닫는다. 아,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몬트리올=글 노동효/여행작가,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사진 몬트리올 관광청 제공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세인트캐서린 거리.

몬트리올 여행 쪽지

지상보다 쾌적한 지하

◎ 올드 포트 | 19세기 북미에서 가장 중요한 내항 중 하나였으나 20세기 들어서 대형 선박과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쇠퇴했다. 1980년 후반 정부가 이곳을 몬트리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원으로 가꾸었다. 강변을 따라 12.5㎞에 이르는 산책로와 잔디광장이 주변의 아름다운 거리와 어우러진다. 몬트리올의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 자료를 멀티미디어로 감상할 수 있는 몬트리올 고고학 역사박물관(www.pacmuseum.qc.ca)과 가깝고, 박물관 2층에 자리잡은 레스토랑은 올드 포트를 감상하며 식사하기에 좋다.

◎ 언더그라운드 시티 |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되고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6도로 떨어지는 몬트리올. 시 당국은 겨울을 나기 위해 땅을 파 지하도시를 만드는 기발한 생각을 했는데 몬트리올 거리에 가득한 고층 빌딩들을 지하로 연결시켜 만든 곳이 언더그라운드 시티다. 33㎞에 이르는 길을 따라 늘어선 1600여개의 상점과 200여개의 식당을 비롯해 호텔, 극장, 콘서트홀, 아이스링크가 들어서 있고, 박물관, 쇼핑센터, 증권사, 컨벤션 센터와 지하철로 연결된다. 삼성동의 코엑스몰을 연상할 수도 있는데 그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높은 천장, 자연 채광을 이용한 시스템, 뛰어난 환기 시스템 덕분에 전혀 답답하지 않다.

◎ 몬트리올 식물원 | 몬트리올이 자랑하는 국제적인 규모의 식물원. 2만2000여종의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14세기 명나라 왕조의 정원을 재현해 놓은 중국 정원, 섬세하고 평화로운 일본 정원을 비롯해, 퀘벡주의 자랑인 풍부한 산림을 느낄 수 있는 트리 하우스와 아메리카 인디언족과 이누이트족이 유지해 온 원주민 정원 등 30개의 야외 정원과 10개의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올림픽 공원 옆에 있어서 몬트리올 타워와 함께 관람하기에 좋다.(www.museumsnature.ca)

◎ 몬트리올 현대미술관 | 1964년에 문을 연 현대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캐나다에서 유일한 현대미술 전용 전시장. 몬트리올 시내에 있으며 퀘벡 출신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7000여점의 회화와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최고의 미술관상을 탈 만큼 넓고 우아한 전시장으로 조명 시설이 특히 우수하다. 상설 전시물 외에도 조각 공원에는 여러 작품들이 순환 전시되고 퍼포먼스, 현대무용, 실험극, 현대음악, 비디오와 필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행사를 주최한다.(www.mbam.qc.ca)

몬트리올 여행 사이트

몬트리올 관광청 | www.tourism-montreal.org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 | www.montrealjazzf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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