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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에 눈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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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나의 첫 와인 마주앙 사연 공모전
처음 포도주를 마셨던 그날은 제 생애 가장 큰 감동과 행복이 함께한 날이었습니다. 2005년 4월23일은 저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남편이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나고, 주말부부로 살던 제게 생일은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생일날 아침에도 전 혼자 미역국을 끓여 먹고,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제 책상에 놓여 있는 장미꽃과 케이크를 보았습니다. 직장 동료가 “오늘 자기 생일이야? 조금 전에 꽃배달하는 아저씨가 놓고 갔어”라고 전해 줄 뿐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혹시 남편일까’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지만 남편은 받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방에 있어야 할 남편이 집에 있었고, 식탁에는 케이크와 촛불, 포도주 그리고 제 발에 꼭 맞는 구두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울다 웃고, 다시 울기를 반복하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 꼭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촛불을 끄고, 남편은 포도주를 따라 주었습니다.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 이제 지방에 가지 않아도 돼. 다음주부터 00회사에 입사하기로 했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어쩌면 가장 슬프고 쓸쓸하게 보냈을 저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 그날 남편이 준 선물과 함께 포도주를 나누면서 받은 감동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문미정/서울 은평구 응암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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