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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2 21:17 수정 : 2009.09.02 21:20

1832년 완공된 리도 운하.

[매거진 esc]
공관 잔디밭에서 여가 즐기는 오타와 시민들…
리도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

비버라는 동물이 있다. 겉모습은 다람쥐와 비슷하지만 작은 귀가 달려 있고, 꼬리는 배의 노와 같이 편평하며 비늘로 덮여 있다. 털빛은 밤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하천이나 늪에서 살며 주로 야간에 활동한다. 앞니로 지름 1m가 넘는 나무도 단시간에 넘어뜨린다. 나뭇가지의 껍질이나 새싹 등을 먹고 산다. 동물학 박사도 아닌 내가 비버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타와의 명물 중 하나인 비버꼬리빵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오타와에선 비버테일 페이스트리(Beavertail Pastry)를 꼭 먹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비버꼬리를 다진 고기를 넣고 만든 빵일 거라고 생각했다. 소꼬리든, 비버꼬리든 맛있기만 하다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게 인류 아닌가? 인류의 왕성한 먹성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 것은 사실 몬트리올에서 거위간 요리를 먹으면서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거위간을 더 크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프랑스인들은 거위 주둥이에 깔때기를 들이밀고 강제로 먹이를 먹이죠.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간을 부풀린 후에 도살한답니다.” 컥컥, 개고기를 그토록 비난하던 녀석들이? ‘제18조.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인성이 없다, 그러나 개는 인성이 있다’라는 문장이 <프랑스혁명 인권선언문>에 씌어 있기라도 한 것일까? 다행히 비버꼬리빵에 비버꼬리는 없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건 길고 편평한 비버꼬리를 닮은 빵에 불과했다. 호떡을 만들던 요리사가 밀가루 반죽을 지그시 누르려던 찰나 주방 바닥에 엎질러진 기름에 미끈 자빠지며 눌러놓은 빵 같았다. 아무튼 오바마는 왜 이딴 걸 먹고 “맛있다”고 해서 오타와에 온 관광객들을 줄 서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비버 털처럼 새까만 초코크림을 발라놓은 비버꼬리빵을 먹고 오타와 관광에 나섰다. 참 맛은 어땠냐고? 초코크림 바른 호떡 맛이지.

오타와의 명물, 비버테일 페이스트리. 노동효 제공

오바마도 녹인 비버꼬리빵

오타와는 비버테일빵집을 명물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작은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가 남한 면적의 100배가 넘는 캐나다의 수도라는 사실. 서울, 파리, 런던 같은 거대도시가 아닌 오타와가 캐나다 수도라는 점은 나에게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더구나 국회의사당은 대중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국회의사당 앞에 경찰차 두 대가 서 있었지만 비버꼬리빵이라도 사 먹으러 갔는지 경찰은 보이지 않았고, 시민은 잔디밭에서 캐치볼을 하고, 연인은 100m 거리에서도 들릴 정도로 쪽쪽 키스를 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잔디밭을 뒹굴며 키스를 하는 연인들 말고, 국회의사당 앞을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이. 총리는 국회의사당 정면 왼쪽 건물에서 일을 본다. 우리나라 실정으로 보자면 청와대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의 답답한 현실, 청와대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물대포와 컨테이너벽으로 가로막는 나라의 시민은 상상도 못할 풍경이다. 아마도 캐나다 총리나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두렵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 두려워할 만한 짓을 식은 호떡 먹듯 할 정도로 간이 크지 않기 때문일 거야. 갑자기 거위간 요리가 다시 떠올랐다. 프랑스인들이여, 거위간을 키우고 싶으면 거위에게 뇌물을 먹이고, 위장전입을 시키게나!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뛰어노는 사람들. 노동효 제공

오타와의 명물 중 하나는 리도 운하다. 표고차가 다른 오타와강과 리도강을 이어서 물자를 나르기 위해 1827년에 만들기 시작했고, 1832년에 완공했다. 그런데 엄청난 돈과 공을 들여 만들고 나니 기차가 들어서고 자동차가 다니면서 이렇다 하게 운하를 통해 물자를 나를 일이 없어져 버렸다. 이거 참, 어떡하지? 그 후 한 세기가 넘게 지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배들이 오가긴 한다. 여름휴가를 보내는 캐나다 갑부들이 요트를 올려놓거나 내려놓기 위해서 말이다. 총길이 200㎞, 수문은 총 47개로 오타와에 8개의 수문이 있다. 한 층마다 옮아가는 데 15분, 총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운하가 어떻게 작동하나 보려고 지켜보다 지겨워졌다. 그나마 재미있는 건 19세기 기술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수문 여닫는 작업을 일일이 사람이 직접 한다는 점. 위층의 물이 다 내려왔으니 이제 수문을 열어볼까. 늘어선 요트 옆에서 한 사람이 도르래를 돌려대기 시작했다. 운하의 용도가 하나 더 있긴 하다. 겨울은 유난히 춥고 유속도 느려서 운하가 얼어버리면 요트는커녕 카누도 오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시민들은 꽁꽁 언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오타와 사람들은 원래 목적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한 운하가 조금 낯부끄러운지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이 된답니다.”

세인트로렌스 강 위에 떠 있는 천여개의 아름다운 섬들.

오타와를 떠나 킹스턴 즈음에서 록 포트로 내려갔다. 천섬(1000 Islands)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다. 세인트로렌스강 위에 한 점, 한 점, 마치 꽃잎처럼 초록빛 섬들이 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이 국경을 정하면서 반반씩 나눴다고 한다. 이 섬은 네 섬, 이 섬은 내 섬. 그런데 캐나다 유람선과 미국 유람선이 말하는 천섬의 수가 정확하지 않은 것을 보면 네 섬, 내 섬 나누다가 한쪽이 졸기라도 한 모양이다. “꾸벅꾸벅” “이 섬은 내 섬, 이 섬도 내 섬….” “아이쿠 깜박 졸았네. 참 어디까지 나눴죠?” 천섬이라고 부르지만 무려 1860~1870개의 섬이 있다. 캐나다 국유지 20개 섬을 제외한 900개가 넘는 섬의 소유자는 개인이다. 어쩌면 캐나다 영토도 미국 영토도 아닌 무국적 섬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전원주택 한 채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섬부터 종합운동장을 짓고도 남을 정도의 섬까지 크기는 다양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탓에 작은 섬이라 할지라도 물난리 걱정은 없다. 할아버지 한 분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더니 잔디 깔린 정원을 가로질러 울타리 끝에 앉는다. 그러곤 낚싯대를 드리운다. 정말 전원주택 한 채만큼의 넓이가 섬 하나다. 천섬에서 가장 유명한 섬을 꼽으라면 볼트성이 있는 하트섬이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의 주인이었던 조지 볼트가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 선물을 하기 위해 섬을 사들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는 생일인 밸런타인데이를 며칠 앞두고 숨을 거두고 만다. 그 후 볼트는 두 번 다시 섬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고. 애틋하다. 그렇지만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로 천섬 크루즈 스피커가 동네방네 떠들고 있는 이야기가 왠지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겁지 않더냐고.


토론토에 도착한 뒤 예약해 놓은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Fairmont Royal York Hotel)로 들어섰다. 근데 하마터면 건너편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나갈 뻔했다. 로비가 6·25 동란 때 피란민들로 가득 찬 기차역 같았다. 가만 보니 로비 의자를 차지하고 있는 건 온통 호호 할아버지. 전국 노인대회라도 열린 건가? 호텔 키를 받고 11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도 온통 노인들 차지다. 방문을 열고 닫았다. 닫았지만 한 떼의 노인들이 옆방으로 몰려가더니 떠드는 소리가 엄청나다. 헤이, 핍 반가워! 우와, 정말 오랜만인걸. 작년에 보고 딱 1년 만이야! 자, 맥주 한잔 마셔! 30분이 지나지 않아 내 방의 소음은 맨체스터와 첼시의 축구 경기를 방영중인 영국 펍 한가운데라고 해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캐나다 방문을 했을 때도 그랬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왜 토론토에 오면 이 호텔에서 묵는 것일까? 하긴 그들은 한 층 전체를 빌렸다지. 1929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호텔이 어느 노인네의 “골인!”이라는 느닷없는 헛소리에 무너지기라도 할까봐 급히 빠져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도 다 되었고.

토론토의 랜드마크, 시엔(CN)타워로 갔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텔레비전 송신탑으로 쓰려고 만든 높이 553m의 타워. 목표는 당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던 러시아의 오스탄키노 타워보다 더 높게! 그러나 버즈 두바이가 생기면서 이젠 ‘가장 높은 타워’가 되었다. 화약 냄새로 총기류나 폭발물을 감지하는 검색대를 지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 전망대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리를 잡고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온타리오 호수와 접한 토론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면적의 5분의 1에 이르는 호수 저 건너편엔 나이아가라 폭포가 53m 아래로 쏟아지고 있겠지,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편에서 ‘세상의 끝’을 촬영했다는.

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오타와 바이워드 마켓.

집 한채 딱 들어가는 개인 섬도 있네

레스토랑은 약 1시간에 걸쳐 한 바퀴 회전을 한다. 반 시간이 지나 ‘토론토 스타’가 들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슈퍼맨> 시리즈를 처음 연재했던 신문사라던데. 그래, <슈퍼맨>의 원작자 조 슈스터의 고향이 토론토였지. 토론토의 마천루가 발아래 있다. 비쭉비쭉 솟은 빌딩들이 마치 슈퍼맨이 태어난 크립톤 행성의 수정 같다. 매년 크립톤 행성의 수정처럼 많고 높은 빌딩들이 솟아오르리라. 어쩌면 인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수정 같은 마천루를 육성하고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는 조용했다. 복도도 조용했다. 1600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의 길고 긴 복도를 지나 내 방문을 열었다. 조용했다. 할아버지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는 문득 너무 적막해서 낮에 본 할아버지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그리웠다. 굿 바이, 미스터 노.

토론토에서 차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

오타와 여행 쪽지

나이아가라에선 아이스와인을

◎ 오타와 국회의사당 | 1855년, 캐나다의 양대 도시로 꼽히는 영국계 토론토와 프랑스계 몬트리올의 경쟁 관계를 고려하여 가운데 자리잡은 오타와가 캐나다의 수도로 정해졌고, 국회의사당은 1860년 오타와강이 내려다보이는 50m 높이의 언덕 위에 지어졌다. 빅토리아 고딕 스타일의 건축양식이나 건물 배치 등이 영국의 웨스트민스터를 연상시킨다. 7월에서 9월, 관광객들로 붐비는 여름엔 매일 저녁 캐나다 역사를 소재로 한 <사운드 앤 라이트 쇼>가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국회의사당 건물 전체가 스크린이 되는 쇼. 프랑스어편과 영어편이 번갈아 상영되는데 환상적인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좋은 구경거리다.

◎ 오타와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 | 1855년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오타와는 바이타운이라고 불렸다. 리도 운하 건설 책임자였던 존 바이(John By) 대령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운하 건설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을 마치고 술을 마시던 자리가 현재의 바이워드 마켓이 되었다. 당시엔 우범지역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공예품 상점, 카페, 부티크, 선술집, 나이트클럽, 각종 과일과 채소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비버꼬리빵집도 바이워드 마켓 안에 있다.

◎ 킹스턴 헨리요새(Fort Henry) | 세인트로렌스 강변 언덕 위의 요새. 살아 있는 군사 박물관으로 인기가 높은 곳으로, 당시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행진하거나 집총 연습을 하는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현재 위병교대식을 하는 군인들과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전통 의상을 입고 오가는 사람들은 킹스턴 소재 대학의 학생들이다. 내부는 19세기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 군 장교들이 사용하던 방과 사병들의 내무반, 식당을 비롯해 제복, 총 등을 전시한 27개의 전시실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킹스턴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다.

◎ 나이아가라 폭포 | 토론토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 텔레비전, 영화, 사진 등으로 익히 본 풍광이라 식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가서 보면 왜 나이아가라 폭포를 세계 3대 폭포라고 일컫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나이아가라는 원주민 말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이란 뜻으로,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개 속의 숙녀호’를 타고 폭포 아래까지 들어가서 쏟아지는 물방울을 흠뻑 맞으며 관람하는 방법(가장 실감난다)과 스카일론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방법(사진 촬영을 하기 좋다), 헬리콥터를 타고 감상하는 방법(가장 스릴이 넘친다)등. 인근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엔 유명 와이너리들이 있으며 아이스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한국에도 알려진 이니스킬린 와이너리가 이곳에 있다.

온타리오주 관광 사이트

오타와 관광청 | www.ottawatourism.ca
킹스턴 관광청 | www.kingstoncanada.com
토론토 | www.torontotourismkorea.com
안개 속의 숙녀 | www.maidofthemist.com
스카일론 타워 | www.skylon.com
나이아가라 헬리콥터 투어 | www.niagarahelicopters.com
이니스킬린 와이너리 | www.inniskillin.com

오타와=글 노동효/여행작가,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사진제공 오타와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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