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7 19:15
수정 : 2009.09.07 19:15
[건강2.0]
치과에 가서 치과의사로부터 이를 뽑아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많은 환자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고 때로는 슬퍼하기도 한다. 요즘은 일반인들의 건강상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많이 줄기는 했으나, 아직도 가끔씩 발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뇨에 혈압까지 높은데 평소에 약도 잘 먹지 않아 조절이 안 돼, 약도 잘 먹고 조절이 된 뒤 빼야 한다고 하면, 덜렁거리는 이 하나 빼는 데 무슨 상관이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조절이 되지 않는 당뇨가 있다면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뺄 수 있을 정도로 흔들리는 이라 하더라도 이를 뽑은 부위에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 극단적인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종종 치과의사가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고 해도 어차피 오래 못 쓸 것인데 그냥 빼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 기술인 임플란트가 아무리 훌륭한 치료법이라고 하더라도 자연 치아는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이가 좋지 않으면 뽑고 임플란트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며, 오래 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치과의사가 살려보자고 한다면 따르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전혀 살릴 가망이 없는 이를 무조건 빼지 않겠다고 하는 환자들도 많다. 자신의 이를 빼고 싶지 않은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이러다가는 오래 쓸 수 있는 다른 이의 수명을 심각하게 줄이기도 한다. 특히 잇몸 질환이 심해 흔들리는 이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충치가 없다는 이유로 ‘멀쩡한 이(?)’를 왜 뽑느냐며 그냥 내버려두다가 수년 뒤 그 주위로 잇몸 질환이 파급돼 여러 이를 한꺼번에 뽑아야 하는데다가 잇몸뼈까지 파괴돼 임플란트도 하기 어렵게 되기도 한다. 사랑니 때문에 음식물이 많이 끼는데도 내버려두면 그 앞의 중요한 어금니가 심각하게 썩거나 잇몸 질환이 생겨 뽑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뽑게 되는 원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치아우식증(충치), 잇몸질환(풍치), 이가 깨지는 것 등이다. 충치나 이가 깨졌을 때는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살려 볼 가능성이 꽤 있다. 하지만 잇몸 질환이 있어 스스로 느끼기에도 흔들린다 싶을 정도면 이를 뽑는 것을 너무 늦추지 않는 것이 주위 치아의 보존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사랑니를 뽑을 때는 근처 이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혹시라도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는가 등을 기준으로 발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김의동/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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