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7 19:24
수정 : 2009.09.07 19:24
[건강2.0]
심장은 한의서에서 종종 나라의 군주로 비유된다. 심장의 박동 횟수는 하루 평균 10만 번, 쉬지 않고 뛰는 이런 특성 때문에 가장 양적(陽的)인 장부이고 오행 중에 불(火)의 속성을 가진다. 같은 오행 성질을 가진 소장과 더불어 심장은 암의 발생이 가장 드문 장기이기도 하다.
물과 불의 어울림, 심장과 신장의 어울림은 생명활동의 근본을 표현하는 한의학의 중요 개념이다. 심화(心火)는 아래로 잘 내려오고, 신수(腎水)는 위로 잘 올라가야(水昇火降) 인체 대사 활동이 순조로운 것이고, 상호협조 관계가 깨어지면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심장박동으로 혈액의 압력 즉 혈압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혈압이 유지되어야 충분한 혈류량으로 몸 구석구석 혈액순환이 잘 되고 소변을 통해 노폐물도 배설할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떨어지거나 올라갔을 때는 정교한 혈압조절 기전이 작동한다. 혈압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레닌-앤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이 그 중심이다. 이 시스템의 작동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장기가 바로 신장이다.
심장의 수축력이 떨어지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도 감소해서 요 생산과 배설이 어려워진다. 신장으로 들어오는 동맥 벽에 있는 압력수용체가 혈압 저하를 감지하면 사구체옆세포에서 레닌을 분비한다. 앤지오텐신I을 앤지오텐신II로 바꾸는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는 폐와 신장의 내피세포에서 분비된다. 알도스테론은 부신피질에서 합성되고 신장의 수분과 나트륨 재흡수를 도와 혈압을 올리는데, 부신은 한의학에서 신장 기능계에 속한다.
반대로 혈압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심장에서 심방나트륨이뇨인자(ANP)가 분비된다. 이 인자는 심방의 심근세포가 분비하는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혈관을 확장시킬 뿐 아니라 신장에 작용하여 수분과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해서 혈압을 낮춘다.
우리나라의 30살 이상 고혈압 환자 비율은 27.9%이고, 60대는 평균 50%를 넘는다.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심화(心火)와 신수(腎水)의 상호조절을 활용한 치료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심장과 신장의 협력 결과로 생기는 수분과 나트륨 대사는 체질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체질별로 잘 듣는 혈압약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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