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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9 19:23 수정 : 2009.09.09 19:23

손바닥 정원·발바닥 정원

[매거진 esc] 지마켓과 함께하는 시골 밥상 공모전





몇 년 전 옥상이 있는 집에서 가을배추와 쪽파를 심으며 겨울 김장을 준비했습니다. (어른 두 주먹 합친 것 같은 배추가 대부분이었지만 시장에서 산 것처럼 실한 것도 서너 통) 김장을 하는 날은 네 식구가 다 모여 무를 채 썰고 전날 절여 놓은 배추에 속을 넣으며 보쌈고기를 삶고, 비록 담그는 날 김장의 반을 먹었지만 작은 잔칫날 같았지요. 그렇게 8년을 살고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북향으로 지은 집에 비스듬한 계단만 겨우 햇살이 드는데 그마저도 빨래 말리기도 힘들 만큼 잠깐이었고 계단에는 쓰레기봉투 몇 개가 나와 있었습니다.

‘아, 이제 풀을 보는 호사는 그만 누리겠구나’ 싶어 조금 섭섭했지요. 이사 오고 두 달 후 아직도 찬 바람 가득한데, 앵두나무 화분에서 부추가 몇 가닥 올라왔지요. 먼저 살던 집 옥상에서 떨어진 부추씨가 어느 사이 앵두나무 화분에 들어 있다가 봄이 왔다고 얼굴을 내밀다니, 그때부터 또 시작된 것 같습니다. 하나둘 화분을 들이고 부추, 고추, 강낭콩을 심고 올라오는 계단을 ‘발바닥 정원’, 현관에 들어가는 계단은 ‘손바닥 정원’으로 삼아 아들과 딸에게 나누어 줬지요. 봄날엔 지나가시던 동네 어른들께서 올려다보시며 “거기, 나무가 앵두 맞나?” 궁금해하시면 “좀 따 드릴까요?” “아니, 보기 좋은 걸 왜 따.” 하며 허허 웃고 가십니다.

예전 살던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은 채소 찌꺼기와 과일 껍질 등을 계단 및 큰 화분에 넣어서 발효시킵니다. 다음해엔 또 무언가를 키워낼 화분의 흙이 되겠지요. 그리고 계단엔 수도시설이 없어서 싱크대 옆에 커다란 물통을 하나 두었습니다. 설거지 헹굼물, 쌀뜨물 등 좀 깨끗하다 싶은 물은 다 꽃을 피워 내는 물로 재생산되지요. 가끔은 중학생 아들과 애 아빠가 물통을 옮기며 “좀 쉽게 하자”며 투덜거리지만 “여보, 물값 아낀다고 생각하지 말고 환경을 살린다고 생각하자” 하고 살살 달래가면서요.

화분 뒤쪽 햇살 많이 닿는 쪽에 심은 강낭콩이 꼬투리 가득 튼실한 열매를 맺었어요. 벌써 네 번을 콩밥을 해 먹었는데 딸에게 콩을 까라고 했더니 예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두었네요.

옥수남/서울시 성북구 상월곡동



<한겨레>가 지마켓과 ‘나의 시골 밥상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베란다 텃밭이나 간이 화분에서 재배한 작물로 만든 요리 사진과 베란다 등 협소한 공간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나만의 요령’을 함께 보내 주세요. 매주 한 분을 뽑아 40만원 상당의 지마켓 선물권과 가정에서 무공해로 길러 먹는 웰빙 새싹채소세트를 드립니다.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 접속해 esc를 클릭한 뒤 시골 밥상 공모란에 사연을 남겨 주세요. 주제ㆍ분량은 홈페이지 참조. 당첨자는 개별 연락하며 매주 목요일 요리면에 공지합니다. ◎ 문의 : (02)7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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