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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9 21:12 수정 : 2009.09.13 11:13

로바니에미 산타 빌리지의 산타클로스. 로바니에미를 먹여 살리는 것은 거대하고 오래된 환상이다.

[매거진 esc] 노중훈의 여행지 소문과 진실





핀란드 북부 라피(라플란드) 지역의 주도인 로바니에미(Rovaniemi)는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선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침공으로 도시는 일순간 잿더미로 변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르 알토가 재건의 밑그림을 그렸고, 이를 바탕으로 차츰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로바니에미를 지구촌 여행지로 부각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산타클로스였다. 로바니에미 시는 ‘산타클로스는 북극에 산다’는 기독교 문화권의 전설에 착안해, 1950년대 들어 북극 센터를 지었다. 산타클로스 마을의 첫발자국인 셈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백야와 오로라가 존재하며 연중 185일 동안 눈을 볼 수 있는 로바니에미야말로 산타의 고향”이라며 맹렬하게 홍보하기 시작했다. 산타클로스 우체국과 산타클로스 사무실 등의 건물이 들어선 산타클로스 빌리지에는 오늘날 전세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1년 365일 산타클로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산타클로스 소인이 찍힌 엽서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받을 수도 있다. 산타클로스 빌리지를 함께 찾았던 중국 기자가 “이곳에는 산타클로스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이 몇 명 있느냐”고 캐묻자 담당 직원은 “산타클로스는 오직 한 분이다. 지구의 자전을 멈춰 시간을 정지시키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이브 하룻밤 새에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라며 끝내 ‘영업 비밀’을 밝히지 않았다.

산타클로스와 겨울 레포츠로 성가가 높은 로바니에미에는 이 밖에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순록 농장에서는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으며, 코타라고 불리는 전통 가옥도 살펴볼 수 있다. 대형 고무보트에 올라 한 시간 정도 노를 저어 가는 급류 타기 프로그램은 핀란드의 순정한 자연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강의 흐름이 잦아진 곳에서 물낯은 하늘의 구름과 주변 수목의 모습을 고스란히 튕겨낸다.

핀란드 동남부에 자리한 사본린나는 호반의 도시다. 지역 면적의 절반이 호수에 해당한다. 예부터 수로 교통의 중심지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본린나의 중심에 올라빈린나가 있다. 핀란드의 3대 고성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성은 본래 군사적인 목적으로 축조됐다. 500여년 전 핀란드를 지배했던 스웨덴이 이웃한 강대국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쌓아 올린 것이다. 성의 외관은 견고함으로 빈틈이 없고, 성의 내부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의 미학을 보여준다. 성은 어떤 외적인 받침대 없이도 자족한 아름다움을 풍기지만 매년 여름 개최되는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 기간이 되면 더욱 빛이 난다. 성의 내부에 마련된 무대에 불멸의 오페라가 오르고 오페라 가수의 목울대가 한껏 울리는 순간, 고성은 판타지의 공간으로 면모를 일신한다. 오페라 마니아들은 여름밤의 환상을 좇아 사본린나로 매년 날아든다.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superwin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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