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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4 19:16 수정 : 2009.09.14 19:16

[건강2.0]

서양 사람들은 감기 걸렸다는 표현을 ‘캐치 어 콜드’(catch a cold)라고 한다. 병명도 ‘코먼 콜드’(common cold)라고 부른다. 감기를 왜 ‘추위’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걸까? 감기야 추우면 걸리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좀 비과학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감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생기는 것이지 추위와는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까?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고 코가 막혀서 코를 풀다 보면 코가 빨개지기 마련이니까 고뿔이 ‘코 + 불’이라는 설명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데, 감기란 어디서 유래한 말일까? 한의학에 그 단서가 있다. 한방에서는 감기를 감모라고 부르는데, 감모란 감염(感染)과 비슷한 뜻으로 원래 감모풍한이라는 표현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여기서 풍한은 바람과 추위라는 나쁜 기운, 즉 사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감기(感氣)란 감모풍한사기(感冒風寒邪氣)의 준말이라고나 할까. 또 감기를 한사(寒邪)에 상(傷)했다 해서 상한(傷寒)이라고도 하는데, 감기든 상한이든 ‘캐치 어 콜드’와 같은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인과 서양인이 똑같이 느끼고 표현하고 있었던 셈이다.

의학에서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보다 더 우선시되는 인구집단과학인 역학(疫學)적 연구 결과를 보아도, 감기의 발생은 확연한 계절상을 보인다. 온대지역에서는 찬 바람이 부는 가을에 급격히 증가하여 겨울 동안 꽤 높게 유지하다가 봄이 되면 다시 감소하고, 열대지역에서 대부분의 감기는 기온이 떨어지는 우기 동안에 발생한다. 추워지면 실내생활 시간이 길어지고 환기를 잘 안 하니까 감기에 잘 걸릴 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고 나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이다. 리노(rhino)란 코를 뜻하니까 이름만 보아도 코에서 불이 나게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온도에 아주 민감해서 체온보다 낮은 온도인 섭씨 33도에서 가장 잘 증식하고, 37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갈수록 증식을 잘 못하게 되는데 39도가 되면 33도일 때보다 400배 이상 증식률이 떨어진다. 동물집단에 대한 실험 결과 독감바이러스도 기온이 낮을수록 전염이 잘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한사(寒邪)나 ‘콜드’라고 불릴 만하지 않은가! 자, 이제부터 감기에 걸리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할까, 따뜻한 죽을 먹어야 할까?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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