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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6 20:39 수정 : 2009.09.16 20:40

경주 분황사 터와 황룡사 터 사이 주황색 코스모스 꽃밭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구황동 당간지주. 멀리 보이는 낭산 기슭에 선덕여왕릉이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자전거 타고 신라 주요 유적 감상하기…선덕여왕릉 앞엔 탐방객 헌화 수북

신라는 기원전 57년부터 서기 935년까지 992년 동안 이어온 고대국가다. 신라 수도 경주는 1000년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 도시다. 국보 32점, 보물 93점을 비롯한 236점의 국가지정 문화재들이 깔려 있어 노천박물관으로 불린다.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2000년엔 경주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주요 유적들을 둘러보는 방식은 걸어서 둘러보는 방식과 차량 및 도보 이동, 자전거를 이용한 탐방이 있다. 최근엔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6개의 유적 탐방코스를 마련하고 주요 유적 주변 25곳에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했다. 자전거는 경주역과 버스터미널, 신라문화체험장 옆 등 시내 52곳에 마련된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다.

낭산 자락 황복사 터 삼층석탑(구황리 삼층석탑) 부근의 마을길.

하루 빌리는 데 7000원

요즘 뜨는 코스는 신라 첫 여왕인 27대 선덕여왕 관련 유적 탐방로다. 꼭 정해진 코스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덕여왕릉 등 낭산 주변에 관련 유적이 몰려 있다.

지난 11일 병원의 낮 근무가 없는 틈을 타, 수원에서 새벽 열차로 내려온 이미영(26), 황수경(22·이상 간호사)씨를 따라 자전거로 유적을 둘러봤다. 이씨는 자전거 초보, 황씨는 베테랑이다.

이씨와 황씨는 신라문화체험장에서 문화재 모형을 본뜬 목걸이 만들기(3000원), 천연비누 만들기(5000원) 등 체험을 한 뒤 대릉원 앞 자전거 대여소에서 1일용(7000원) 자전거를 빌렸다. 1시간엔 3000원, 3시간엔 5000원.


오전 9시. 자전거 초보인 이씨가 주행 연습을 마친 뒤 먼저 첨성대로 향했다. 시내에선 인도에 표시된 자전거길을 이용한다. 첨성대 매표소 앞에 자전거를 대고 들어섰다. 첨성대(국보 31호)는 1300년 풍상을 견뎌낸 고대 천문관측 시설이다. 선덕여왕 때 362개의 돌을 다듬어 쌓은 높이 9.2m의 원형 구조물이다. 문화유산해설사 김화숙(47)씨는 “별 관측소라기보다는 선덕여왕이 하늘의 뜻을 알기 위해 지은, 권위를 위한 건축물”이라며 “처음 쌓을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보기 드문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서린 소나무숲 계림을 지나 신라 왕궁이 있던 월성(반월성·신월성)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코스모스 꽃밭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니 널찍한 평지가 펼쳐진다. 왕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성벽 일부와 성 둘레에 판 물길인 해자 흔적이 남아 있다. 대신 조선 영조 때 얼음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석빙고(보물 66호)가 기다린다. 돌로 만든 얼음창고다. 월성을 내려와 해자 흔적을 보고 차도를 따라 안압지(월지)를 거쳐 낭산으로 향했다.

도로변에 늘어선 벚나무 잎들은 노랗고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목백일홍은 아직 백일을 채우지 못했는지 여전히 붉은 꽃송이들을 달고 흐드러졌다.

낭산(狼山)은 높이 100m 남짓의 작은 산이지만, 얽힌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이리가 엎드린 형상의 산이다. 신라 초기부터 이 산을 신성시해, 신이 내려와 거처하는 신유림으로 부르며 벌목을 금했다고 한다. 지금도 산자락엔 신선이 내려왔다는 뜻의 강선마을이 있다. 이 산기슭에 선덕여왕의 능이 있다. 능으로 오르는 길에 능지탑을 만난다. 흙을 쌓고 돌을 탑 형식으로 두른 모습이 능도 아니고 탑도 아니다. ‘왜적을 무찌르기 위해’ 동해바다에 장사 지내 달라고 했던 문무왕을 화장한 장소라고 한다.

선덕여왕릉은 사천왕사 터 쪽에서도 오를 수 있다.

선덕여왕릉은 울창한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있다. 자전거는 산길로 올라야 한다. 능 앞에 탐방객들이 바친 국화가 수북이 쌓여 있다. 주로 중년 여성 탐방객들이 꽃을 바치며 갖가지 기도를 올린다. 특정 여성 정치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꽃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소나무 숲길을 내려와 자전거를 세워두고 발굴 작업 중인 사천왕사 터를 바라본다.

선덕여왕은 죽기 전에 “내가 죽으면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했는데 도리천이 어딘가를 묻자 “낭산의 남쪽”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천왕사는 선덕여왕 사후 30년 뒤 능 아래쪽에 문무왕때 지은 절이다. 해설사 김씨는 “불가의 ‘사천왕천 위에 도리천이 있다’는 말이 그대로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낭산을 내려오면 자전거길은 본격적인 가을 들판으로 접어든다. 막 누런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벼들이 깔린 널찍한 들판길로 페달을 밟는 기분이 상쾌하다. 길은 선덕여왕의 아버지이자 선왕인 진평왕 왕릉으로 이어진다. 가는 길에 잠시 논 한가운데 자리한 보문동 연화문 당간지주(보물 910호)를 찾았다. 높이 1m46의 짤막한 당간지주가 인상적이다. 지주 위쪽에 커다란 연꽃무늬를 새긴 것도 이채롭다. 해설사 김씨가 “신라 당간지주 가운데 가장 특이한 모습이어서 주목받는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설총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신라 3대 문장가의 한 사람. 설총의 묘를 본 뒤 마을 가게에서 생수를 사들고 진평왕릉으로 페달을 밟았다. 진평왕릉 주변 풍경은 아름드리 팽나무 무리가 키워준다. 능 옆엔 소나무·버드나무도 있지만, 능을 둘러싸고 서서 저마다 깊고 짙은 그늘을 드리운 팽나무들 자태가 그림 같다. 해설사 김씨가 말했다. “진평왕은 현재 드라마에서 연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죠. 그러나 진평왕은 키가 11척에 이르는 장대한 인물이었다고 기록돼 있어요.”

논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농수로길을 달려 낭산 자락의 황복사 터 삼층석탑으로 간다. 황복사는 의상대사가 출가한 곳으로, 삼층석탑 안에선 서고 앉은 금불상 2개(국보)가 나왔다고 한다.

다시 찻길로 나와 인도로 자전거를 몰아 분황사를 찾아간다. 분황사는 선덕여왕 3년(634년)에 창건된 절이다. 자장·원효 등 고승들이 이 절을 거쳐갔다고 한다. 3층만 남은 분황사탑은 중국의 전탑(벽돌탑)을 모방해 안산암을 다듬어 벽돌처럼 쌓아 만든 모전탑이다.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탑으로, 본디 7~9층 탑이었을 것으로 본다. 경내 담 밑으로 탑에 쓰였던 다듬은 돌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진평왕릉 팽나무 그늘에서의 느긋한 휴식

선덕여왕 때 세운 분황사탑과 당시의 우물 석정. 황수경(왼쪽)·이미영씨가 우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탑 옆의 석정(신라 때 우물)과, 신라시대 비석 자리에 추사 김정희가 쓴 글씨가 있는 빗돌받침도 볼거리다. 우물을 이루는 돌은 거대한 통돌을 깎아 만든 것이다. 분황사 터 옆의 광활한 주황색 코스모스밭은 역시 선덕여왕 때 창건된 거대한 절 황룡사 터다.

황룡사 터 옆길을 따라 이동해 다시 신라문화체험관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 진평왕릉 팽나무 그늘에서 오래 게으름을 피운 까닭에 5시간이나 걸렸다.

이동 중에 두 번이나 넘어진, 자전거 초보 이미영씨는 “별러오던 자전거를 배웠고, 말로만 듣던 경주의 유적들을 직접 만나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황수경씨는 “처음엔 시티투어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둘러보고 나니 자전거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들길을 달린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경주 여행쪽지

운치 있는 고택 숙박

◎ 가는 길 | 서울역에서 경주역까지 새벽 5시30분부터 하루 7차례 열차(새마을호 6회, 막차인 밤 10시35분엔 무궁화호)가 운행된다. 새마을호 3만6000원, 4시간44분 소요. 무궁화호는 2만4200원, 5시간 소요. 승용차로는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경주나들목에서 나간다.

◎ 체험거리·먹을거리 | 신라문화체험장(054-777-1950)에서 문화재 모형 만들기, 탁본, 탈 만들기, 전통 목공예·한지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경주시 하동 민속공예촌 안의 신라요(054-746-1115)는 드라마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토기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토기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천북면 화산불고기단지 안의 운수대통가든(054-762-5353)은 경주 한우가 전문이지만, 밥맛이 좋아 찾는 이들이 더 많은 곳. 돌솥밥을 시키면 시래기된장국·된장찌개가 함께 나온다. 된장국수도 한다. 북군동 흥부네(054-748-5688)는 갈치찌개와 얼큰순두부를 잘한다.

◎ 묵을 곳 | 경주엔 한옥 고택에서 묵을 수 있는 데가 세 곳 있다. 탑동 월암재는 4인 기준 8만원, 독채는 15만원. 안강읍 옥산리 이언적의 고택인 독락당은 2인 기준 3만원, 3인 기준 5만원. 배반동의 수오재는 본채·사랑채·별채의 9개 방이 마련돼 있다. 2인 기준 10만원. 문의 신라문화원 (054)774-1950.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395. 경주시청 문화재과 (054)779-6063. 경주고속버스터미널 (054)741-4000.

경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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