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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스 상차림의 제1원칙은 기름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주부생활 27년째인 윤희정씨가 ‘로보스’식으로 차린 차례상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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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2.0] 소박한 로보스 상차림 어때요?
LOVOS: 단순함과 최소한을 추구하는 생활양식
튀김·볶음 대신 조림·찜요리가짓수 줄이고 정갈하게 차려
“쓰레기 남지 않게 양 줄여요” “시어머니께서는 추석 음식은 무조건 넉넉하게 차려야 한다고 하세요. 음식이 많아지면 과식으로 배탈이 나기 쉽잖아요. 비용 지출이 늘고 주부들의 가사노동도 더해져 여러모로 안 좋기도 하고요. 또 남은 음식들은 처치 곤란이 될 텐데, 이를 어쩌죠?” 주부 이미란(33·가명)씨는 추석을 앞두고 벌써 고민이다. 결혼 4년차, 추석이면 음식의 가짓수와 양을 놓고 벌어지는 시어머니와의 실랑이 때문이다. 남기지 않을 만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씨와 달리 시어머니는 “추석 상은 상다리가 부러져야 한다”고 하신다. 주부들이라면 명절 때마다 한번쯤 ’어떤 음식을 할까?’ ‘얼마나 해야 하나?’를 두고 갈등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고민하던 이씨가 선택한 해결책은 ‘로보스 상차림’이다. ‘로보스’(LOVOS·Lifestyle of Voluntary Simplicity)는 ‘단순한 삶’. 단출한 음식으로 건강은 물론 시간과 비용 절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까지 포함하는 식생활을 일컫는 말이다. 올 추석엔 ‘로보스 상차림’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을 내세우는 ‘요리천사의 행복밥상’(blog.naver.com/yummycook) 운영자 윤희정(50)씨의 도움으로 로보스식 상차림법을 알아봤다. ■ 목록에 맞춘 장보기부터 추석 음식 하면 차례상이 먼저다. 무조건 푸짐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엔 차례 뒤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의미도 컸지만, 지금은 오히려 낭비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형식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이다. 정낙원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는 “차례상은 원래 자기 집안의 형편에 맞게 차려야 한다”며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즈음엔 굳이 많은 음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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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로보스 상차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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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때 기름 사용 자제 차례상을 비롯한 추석 음식은 대표적인 고단백·고지방·고칼로리식이다. 기름에 지지고 볶은 음식과 단 음식이 많다. 성인의 일일 권장 칼로리 섭취량은 남자 2100~2500㎉, 여자 1700~2000㎉. 송편은 5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300㎉)를 먹은 것과 같다. 갈비찜(350㎉), 전(1개-30㎉), 식혜 한 그릇(120㎉) 모두 열량이 높다. 자칫 방심하다간 하루 권장 칼로리를 훌쩍 넘기기 쉽다. 기름 사용을 줄이는 게 가장 먼저다. 튀김과 볶음 대신 기름 흡수율이 적은 조림과 찜 요리를 한다. 전, 잡채, 나물 등 추석 음식은 기본적으로 기름의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제사상에 올리는 각종 나물은 기름에 볶는 대신 데쳐서 무치고, 열량이 높은 참기름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다. 김경주 고려대 구로병원 영양팀장은 “과식을 안 하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야 한다”며 “기름 절약형 프라이팬을 사용하고, 고기와 나물을 볶을 땐 기름 대신 물을 넣으면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말했다. 저칼로리식에 지방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과식을 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은 “적절한 음식량을 먹는 것이 로보스 스타일의 1원칙”이라며 “육류보다는 채식을, 과일은 주스보다는 생과일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육류는 기름기를 최대한 제거한 살코기만을 사용한다. 설탕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송편의 소로 참깨와 설탕 대신 풋콩이나 밤, 녹두를 넣으면 담백해진다. 식혜는 달지 않게 만든 후 마실 때 기호에 따라 당분을 첨가해 먹는다. 맵고 짜지 않게 조리하는 것도 ‘로보스’ 상차림의 한 방법. 정지행 정지행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은 “음식마다 칼로리를 체크해 과식을 피하고, 음식은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틈틈이 산책을 하거나 가족·친지들과 대화를 통해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남은 식재료도 활용을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는 개인접시를 활용하면 좋다. 자신의 식사량을 조절해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남은 식재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쓰레기를 줄이도록 한다. 윤씨는 멸치머리 등 다듬고 남은 식재료를 육수와 천연조미료를 만들 때 사용하고 있다. 계란껍질은 빨래를 삶을 때 표백제로 사용할 수 있다. 사과 껍질은 검게 그을린 냄비 세척에 유용하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조상님도 흐뭇한 담백한 명절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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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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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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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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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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