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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30 22:02 수정 : 2009.09.30 22:02

고야 3종 선물세트

[매거진 esc] 지마켓과 함께하는 시골 밥상 공모전

올해 여름, 침실의 바깥쪽 창가의 너비만큼 ‘고야’를 심었습니다. 고야의 한국 이름은 ‘여주’ 또는 쓴오이 등인데, 일본에서는 오키나와에서 즐겨 먹던 열대 열매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건강식으로 인기 있는 채소입니다. 처음 창가에 고야를 심은 이유는, 그물을 타고 올라가는 고야를 이용해 여름의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고야 꽃의 향기와 함께 아침에 눈을 뜨면, 햇빛에 비친 고야 잎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기도 합니다. 이제 한 살인 딸도 고야가 바람에 움직일 때마다 크게 웃고는 합니다.

물론 고야는 먹었을 때 매우 맛있습니다. 그냥 먹으면 쓴맛이 나지만, 다양한 방법의 요리를 통해 고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간단하고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 달걀, 다른 채소들과 함께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며 볶는 방법인데, 일본에서는 ‘고야참플’이라고 합니다. 특히, 미군 부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깡통에 들어 있는 햄을 넣어 조리하기도 하는데, 남편에게 들은 한국의 ‘부대찌개’와 유래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에서는 고야가 여름의 가장 대표적인 채소 중 하나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별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제결혼을 하고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일본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고야를 한국에서도 가끔 먹고 싶은 것이, 고야를 심었던 또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남편은 물론이고 한국의 부모님도 맛이 좋다고 하십니다.

고야를 키우면서 생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처음으로 이웃과의 교제가 생겼다는 것. 작은 집들이 많은 동네에 살면서도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낯선 사람과의 이야기는 피하며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고야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집 앞에서 고야에 물을 주고 있으면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어머, 이건 무슨 열매예요?”라고 웃으며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올해 여름, 고야는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리운 일본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 이외에도 ‘이웃’이라는 큰 선물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마리나 시노/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 지마켓과 함께하는 시골 밥상 공모전은 이번주로 연재를 마칩니다. 좋은 사연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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