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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07 17:17 수정 : 2009.10.07 17:17

정보석 vs 황정음

[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20회를 막 지난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꼽자면 정보석과 황정음이다. 다른 캐릭터들이 지금까지 김병욱표 시트콤에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의 변종이자 진화라면 이 둘은 이번 <하이킥>이 탄생시킨 새로운 캐릭터다.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정보석이 실제 저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만든, 또 황정음은 원래 저런 성격이라고 믿게 만든 이들을 중계소에 초대했다.

정보석이 연기를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연기도 잘하는 줄은 몰랐다. 황정음은 연기를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연기를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정보석과 황정음, 이들에 대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사실을 <하이킥>이 알게 해주었다. 수학과 교수라도 해도 믿게 생긴 정보석의 날렵한 외모를 철저히 배신하는 ‘숫자 백치’ 캐릭터는 초등학생 딸에게 항상 무시당하는 존재감 없는 가장의 캐릭터와 겹치면서 ‘잘생겨서 더 슬프지만 웃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딸과 안대를 쓰고 술래잡기를 하다가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었는데 모든 가족이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어두운 방에서 혼자 일어나 허공을 저어대던 그 잠깐의 손 연기는 그 캐릭터의 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얄미우리만큼 예쁜 외모와는 달리 허술하고 즉흥적인 황정음의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술을 마시고 나면 정신은 잠시 쇼핑을 보내는 게 틀림없는 주사 연기다. 이지훈(최다니엘)과 술을 마시다가 혼자 술에 취해 전혀 모르는 한 대머리 아저씨의 테이블에 앉아서 천연덕스럽게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던, 그러다가 끌려 나가면서 대머리 아저씨에게 ‘문어, 안녕!’이라고 발랄하게 인사하던 경쾌한 손목 스냅에서 황정음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단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정보석의 재발견이자 황정음의 발견이다.

안인용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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