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12 19:20
수정 : 2009.10.12 19:20
[건강2.0]
경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 한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장기인 심장도 혈액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아야 살 수 있는데, 심장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이다. 이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협심증인데, 협심증 발작이 일어나면 환자는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목, 턱, 왼쪽 어깨와 팔의 안쪽, 다섯 번째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연관통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심장의 연관통이 나타나는 부위들이 한의학에서 심장과 관련이 있는 심경과 소장경, 그리고 심포경과 삼초경의 노선상에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협심증 발작이 왔을 때 관상동맥을 확장시키기 위해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드는 원료인데, 오행학적으로 불에 속하는 심장을 구하기 위해 폭탄이 사용된다는 사실도 무척 재미있는데, 이런 것을 한의학에서는 말하는 동기상구(同氣相求)의 한 예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닐 듯하다. 경락이론에 따르면 장부의 이상이 경락에 나타나고 반대로 경락을 자극함으로써 장부의 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심장의 이상이 심장과 관련된 경락상에 나타났으니 이 경락들을 자극함으로써 협심증을 치료할 수도 있을까?
답은 ‘예’다. 침 치료로 응급상황에서는 혈압을 떨어뜨려 심장이 해야 할 일을 줄여줄 수도 있고, 관상동맥을 확장시켜서 심장으로 공급되는 혈류를 개선시킬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침의 이런 작용을 서양과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기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즉각적인 반응의 기전으로 유력한 것은 반사이론이다. 무릎을 치면 다리를 뻗게 되는 무릎반사나, 코를 자극하면 재채기를 하거나, 목구멍을 자극하면 토하거나 딸꾹질을 하게 되는 것은 모두 반사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경혈을 자극하면 반사적으로 관상동맥이 확장될 수도 있고 심장박동이 느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관상동맥 질환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에게 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하고 관상동맥조영술을 준비하는 동안 침 시술을 한다거나, 재활 프로그램에 침 치료를 포함한 한방치료가 포함되는 날이 아마도 곧 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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