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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4 20:09 수정 : 2009.10.18 08:28

3점짜리 자취남의 냉장고엔 식재료 대신 맥주만 가득하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자취 경력 12년차 고 기자의 둥지남 지수 자가진단





33살 미혼남이며 서울에서 자취한 지 12년이 넘었지만 둥지남은 아니다. 취재하며 만난 박성목, 김성환, 정수민씨 등 3명의 둥지남에 비해 나의 둥지남 지수는 10점 만점에 3점에 불과하다고 진단 내렸다. 요리부터 청소까지 나의 둥지남 지수를 분석했다. (판단 기준은 내 마음대로)

⊙ 요리 | 실질적으로 자취를 시작한 것은 누나가 결혼한 3년 전부터다. 그러나 여동생이 있으므로 반쪽 자취다. 비빔국수, 배추된장국 정도는 너끈히 하는 여동생에게 빌붙어 먹을 때를 빼면, 그저 라면에 계란·소시지를 마구 넣어 먹었다. 몇 달 전부터 식생활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일단 주말에는 두 끼 이상 직접 밥을 해먹는다. 돈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지만, 집 근처(마포구) 기사식당 밥에 질렸다. 지금까지 직접 한 음식 가운데 가장 난이도 높은 건 어묵간장볶음이다. 두 번째로 난이도 높았던 음식은 올 추석 연휴 때 집에서 구워먹은 한우 등심 스테이크. 미디엄 레어를 시도했으나 텔레비전을 보다 웰던으로 익히고 말았다. 포크와 과도를 들고 샴페인까지 곁들여 기분을 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라면 끓이기다. 유탕면의 경우 무조건 면을 따로 끓여 기름을 빼고, 국물은 다시 멸치를 넣어 우린 뒤 라면수프를 반만 넣는다. 그 뒤 면을 넣는다. 처음 다시 멸치를 우릴 땐 몇 분 끓여야 하는지 몰라 고향의 어머니께 휴대전화로 실시간으로 여쭤봐야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청소 | 여동생에게 욕먹다 보니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설거지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하지 않는 주의였으나 최근 식사 뒤 곧바로 설거지를 한다. 정수민씨처럼 몇 차례 구더기를 본 게 자극이 됐다. 분리수거는 잘하는 편이다.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하지 않는다. 대신 외출복은 철저히 빨고 세탁소에 맡긴다. 오래 입을 옷은 반드시 울 샴푸에 빨거나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 작업복이 아닌 외출복 청바지도 드라이클리닝 한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계절이 바뀌면 바로 세탁소에 맡긴다. 곰팡이에 둔감했으나 최근 몇 차례 검은곰팡이를 본 뒤 욕실과 개수대에 곰팡이 제거제를 철저히 뿌린다. 다른 분야에 비해 낫다.

⊙ 인테리어 및 가구 배치 | 가장 약한 분야다. 방이 좁지 않은데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가구 배치 감각도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겨 조만간 조립식 가구를 구입하고 기존에 방에 있던 썩어가는 목제 가구와 쓸데없는 짐을 버릴 예정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글·사진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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