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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4 20:51 수정 : 2009.10.14 20:51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난달 열린 막걸리 행사에서 외국인 참가자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김명진 기자

[매거진 esc] 유러피안 요한의 코리안 스타일
한국 여행에서 처음 맛본 막걸리…배탈 나도 또 먹고 싶네

삼합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유럽 청년의 한국 음식 이야기를 새롭게 연재한다.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위원회 이사 장필립 보드레다. 유럽 청년의 한국 음식 수다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포르투갈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를 두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150m 떨어진 한 아파트에서 태어난 ‘프랑스+포르투갈인’ 장필립 보드레라고 합니다. 그냥 요한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저의 조부모님은 각각 독일과 이탈리아 분들이셨으니, 한마디로 ‘유럽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12살 되던 해에 처음으로 태권도를 접하면서 한국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 시절 한국에서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한국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한국에서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다시 직장인으로 이곳에 와 지낸 시간을 모두 합쳐 보면 벌써 3년이군요.

처음 한국을 여행한 건 2003년 2월이었습니다. 15일간의 여행을 통해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듣던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건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서울 명일동에 있는 한국인 친구 집에 머물면서 명동, 압구정, 강남 등을 구경하고 경주와 부산을 여행했습니다. 그때 접한 한국 음식에 대한 첫 느낌은 ‘프랑스나 포르투갈처럼 한국에서도 남과 북의 음식 문화에 차이가 있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산은 신선한 생선이 유명하고, 경주는 고기와 야채,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답게 없는 게 없는….

2003년 2월 처음 방문했을 당시 한국 친구들과 함께 1박2일로 경주 여행을 갔습니다. 그날 밤, 경주 전통 고기 전문 음식점에 갔죠. 일행 중 한 명이 “우리나라 시골 전통술을 한번 맛볼래?” 하고 권하면서 ‘그 술’을 주문하더군요. 바로 동동주였습니다. 막걸리를 처음 본 저로서는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는 술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사실 막걸리 병은 우리나라에서 화장실 세척제가 담겨 있는 병과 똑같아 너무나 의아했죠. 막걸리를 마시면서 자꾸 화장실 세척제가 떠올라 좀 무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인들이 이 술을 좋아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맛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1ℓ들이 동동주를 혼자서 2병이나 마셔버렸어요! 하지만 다음날 종일 설사와 두통으로 고생을 해 다시는 동동주를 마시지 않을 거라 다짐했죠. 그러나 다짐도 잠시. 2004년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왔는데, 학교 한국 친구들과 거의 매일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유러피안 요한의 코리안 스타일
저에게 막걸리는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가 좋아 마시는 술입니다. 막걸리 마실 때 제가 느끼는 특유의 분위기는 유럽의 전통술을 생각나게 합니다. 포르투갈에 가면 ‘아구아 아르덴트’(Agua Ardente)라는 무화과로 만든 시골 술이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도 식사 때 포도주를 곁들여 마시지만, 식사가 끝난 후엔 이 무화과술로 분위기를 이어나갑니다. 저에게는 이 술이 한국의 막걸리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주로 남자들끼리 모여 마시는 것이며, 야외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휴식 시간을 이용에 한잔하는 것 등 아구아 아르덴트와 막걸리는 참 많이 닮았습니다.

장필립 보드레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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