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19 20:06
수정 : 2009.10.19 20:06
[건강2.0]
흔히 사용되는 소염진통제와 항생제 중 많은 것들이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갖고 있다.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카나마이신 등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의 항생 물질이 대표적인데, 이 항생제는 청력과 평형감각에 중요한 귓속의 신경세포들을 파괴해 청력을 잃게 하기도 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이외에도 많은 약물이 신장독성과 청각기독성을 함께 나타낸다.
한국에는 드물지만 서구에서는 꽤 흔한 유전성 신장질환 중 하나가 알포트 증후군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구체신염이 진행되어 20~40살쯤에 이미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병인데, 신장 증상 정도와 비례해 난청이 생기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도 신기능계가 귀를 주관한다(腎主耳)고 하여, 귀는 신(腎)기능계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오장과 얼굴의 이목구비를 연관시킬 때 왜 귀를 신장에 연결했을까? 드물게 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목구비 중에서 귀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가장 적고, 피부 온도도 가장 낮다. 귓바퀴는 얇은 연골 바로 위에 피부가 덮여 있는 구조로 피하지방이 거의 없어서 피부 온도가 낮고 동상에도 걸리기 쉽다. 이 모두가 양(陽)보다는 음(陰)의 성질이다.
눈, 코, 입, 혀 등 얼굴의 다른 기관들은 내보내는 양적 활동 위주거나, 내보내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을 동시에 해서 음양 속성을 모두 갖고 있다. 이에 반해 귀는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음적인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오행 중 물(水)의 속성을 가진 가장 음적인 장기 신장에 배속되었을 것이다.
귀 밝을 총(聰), 눈 밝을 명(明)을 합하여 ‘총명’하다고 하듯이, 소리를 잘 듣는 것은 인지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청력이 떨어져 귀가 들리지 않는 병중에서 증상이 격렬한 급성질환은 풍열(風熱), 담화(痰火)를 원인으로 보는데, 현대 의학의 각종 염증성 질환이라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이명이나 난청은 신허(腎虛), 즉 신의 정(精)이 부족하거나 신의 기(氣)가 약해져 생긴 것으로 보며 노년기에 청력이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신기(腎氣)는 우리 몸의 근본 원기(元氣)의 척도이므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명이나 청력 저하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신적인 건강 상태와 체력을 점검해 보고 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사,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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